KPI뉴스 - 월드컵에 또 등장한 '수면 방해' 악습…결승전 준비 방해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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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 또 등장한 '수면 방해' 악습…결승전 준비 방해하기도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기사승인 : 2026-07-02 15:46:21
멕시코 측, 에콰도르 선수들 숙소 앞에서 새벽까지 소란 피워
전에도 유사한 일 있어…1978 아르헨티나 월드컵이 대표적 사례

멕시코의 2026 북중미 월드컵 16강 진출 축하 행사에서 3명이 질식사하는 사고가 1일(이하 현지시간) 발생했다.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행사에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리면서 생긴 참사다.

앞서 멕시코는 지난달 30일 열린 32강전 경기에서 에콰도르를 2대0으로 꺾었다. 멕시코가 월드컵 토너먼트에서 승리한 것은 자국에서 월드컵을 개최한 1986 멕시코 월드컵 이후 40년 만이다. 

 

▲ 멕시코 선수들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서 에콰도르와 벌인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 경기에서 2대0을 만드는 추가 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AP 뉴시스]

 

그런데 이 경기는 시작 전부터 논란을 빚었다. 상대 팀 선수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악습 때문이었다.

경기 전날 밤 멕시코 팬 수백 명이 에콰도르 대표팀 숙소 앞에 몰려들었다. 이들은 한밤중에 트럼펫, 드럼 등을 연주하고 응원가를 불러 댔다.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오토바이 굉음을 내고 폭죽을 터뜨리기도 했다. 소란은 경기 당일 새벽까지 이어졌다.

에콰도르 선수들이 숙면하지 못하게 하려 벌인 일이었다. 분노한 에콰도르축구협회는 비신사적 행동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경기 전 발표하고, 국제축구연맹(FIFA)과 대회 조직위원회에 항의했다.

일각에서는 상대 팀 선수들이 편히 잠들지 못하게 만드는 행태가 남미 특유의 응원 문화라고 얘기하지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유럽 프로 축구 챔피언스리그에서도 폭죽을 터뜨려 상대 팀 선수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일이 그간 여러 차례 벌어졌다.

월드컵에서도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일부 이란 팬이 조별 리그에서 같은 조에 속한 포르투갈 대표팀 숙소에 찾아가 새벽에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소란을 피웠다. 그로 인해 포르투갈 주장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숙소 창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잠잘 수 있게 해달라'는 동작을 취하는 일도 발생했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는 일부 한국 응원단이 조별 리그 첫 경기 상대인 폴란드 대표팀 숙소 앞에서 새벽에 꽹과리를 치며 소란을 피웠다. 경찰이 출동해 상황은 10여 분 만에 마무리됐지만, 한국에 패한 후 폴란드 쪽에서 '그 소란 때문에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단잠에서 깼다'는 불만 섞인 이야기가 나왔다.

역대 월드컵 경기 전 수면 방해 사건 중 가장 악명 높은 것은 1978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발생했다. 개최국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결승전을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결승전 전날 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네덜란드 대표팀 숙소 앞에서 농성을 하며 소란을 피웠다. 밤새도록 시끄럽게 하며 네덜란드 선수들이 숙면하지 못하게 했다. 제대로 쉬지 못한 네덜란드 대표팀은 결승전에서 분투했지만 1대3으로 패했다.

네덜란드 선수들의 수면을 방해한 이들은 아르헨티나 독재 정권이 동원한 무리였다. 이 월드컵이 열리기 2년 전인 1976년 아르헨티나에서는 군부 쿠데타가 발생했다. 군부를 축으로 한 아르헨티나 독재 정권은 고문, 살해, 인권 탄압을 자행하며 1983년까지 이른바 '더러운 전쟁'을 전개했다. 그로 인해 약 3만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르헨티나 독재 세력에게 1978년 월드컵은 자국민의 관심을 정치에서 돌리고 떨어진 정권의 지지도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었다. 아르헨티나 독재 정권이 자국의 월드컵 우승을 위해 무리수를 거듭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 무리수 중 하나가 결승전 상대 팀 선수들의 수면 방해였다. 이 대회에서 승부 조작 및 심판 매수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편파 판정 논란이 극심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아르헨티나는 처음으로 월드컵에서 우승하기는 했지만, 치졸한 우승컵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1978 아르헨티나 월드컵은 수면 방해가 용인 가능한 문화가 아니라 사라져야 할 악습임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 중 하나다. 그러한 악습이 2026 북중미 월드컵에 또 등장해 논란을 일으키고, 그 경기 결과와 관련된 행사에서 3명이나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은 여러모로 씁쓸한 일이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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