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자의 눈] 일본·독일이 한국 배신? 억지 주장 퍼뜨린 축구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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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일본·독일이 한국 배신? 억지 주장 퍼뜨린 축구 보도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기사승인 : 2026-06-29 15:33:27
한국 축구만이 아니라 축구 보도 문제점도 돌아보고 개선해야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32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조별 리그 결과 각 조 3위 팀 12개 중 상위 8개 팀이 32강에 합류할 수 있었는데, A조 3위(1승 2패, 승점 3) 한국 대표팀은 그 8개 팀에도 들지 못했다. 

 

▲ 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에 위치한 베이스캠프 훈련장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 관련 기자 회견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홍 감독은 이날 감독직 사퇴 선언을 했다. [뉴시스]

 

한국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대1로 패했다. 이 패배로 A조에서 한국의 순위는 2위에서 3위로 떨어졌다. 이때부터 32강 진출 실패가 확정된 28일까지 경우의 수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각 조 마지막 경기 결과가 한국이 3위 팀 12개 중 8위 안에 드는 데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따지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중에는 억지 주장을 퍼뜨린 기사도 여럿 있었다. 일본과 독일이 한국을 배신했다는 주장을 편 기사들이 대표적 사례다.

F조 일본은 26일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스웨덴과 1대1로 비겼다. E조 독일은 같은 날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에콰도르에 1대2로 패했다. 그 결과 스웨덴과 에콰도르 모두 승점 4, 조 3위로 32강 진출에 성공했다. 일본(조 2위)과 독일(조 1위)도 32강에 합류했다.

일본·독일이 한국을 배신했다는 주장의 밑바탕에는 일본이 스웨덴을 2골 차 이상으로 이겼다면, 독일이 예상대로 에콰도르를 꺾었다면 한국의 32강 진출로가 열렸을 것이라는 판단이 자리하고 있다. 그와 반대로 두 나라가 결과적으로 스웨덴과 에콰도르에 승점을 선사해 한국의 조별 리그 통과 가능성에 재를 뿌렸으니 배신이라는 논리다.

무리한 주장이다. 국어사전은 배신을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 대표팀이 한국을 위해 지켜야 할 믿음이나 의리는 없다. 저버릴 대상 자체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한국을 위해 스웨덴과 에콰도르에 이겨야 할 이유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의 32강 진출을 막기 위해 일부러 비기거나 질 이유도 없다. 일본 대표팀도, 독일 대표팀도 그저 자신들의 경기를 했을 뿐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일본·독일의 배신을 주장하는 기사가 이어지자, 일본 언론이 그 현상을 기사화하는 일도 생겼다. 한 일본 매체는 스웨덴과 비긴 일본에 대해 '배신했다', '도와주지 않았다'고 하는 한국 언론의 화풀이 보도가 많이 보였다는 조롱 섞인 기사를 게재했다.

경우의 수와 관련해 한국 언론의 접근 방식의 문제점을 보여준 것은 일본·독일의 배신을 강변한 기사들만이 아니다. 다른 조의 3위 팀 결정과 관련된 공중파의 경기 중계에서 수준 낮은 편파 방송을 하는 사례도 있었다. 조 3위가 될 가능성이 있는 다른 나라 대표팀이 한국보다 승점이 낮거나 골 득실에서 한국에 뒤처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소리를 지르는 식의 품격 없는 중계였다.

28일 K조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이 우즈베키스탄을 꺾은 후 일부 누리꾼이 민주콩고 출신 방송인 조나단 욤비의 SNS에 악의적인 댓글을 달았다. 그중에는 민주콩고의 승리로 한국의 조별 리그 탈락이 확정됐으니 조나단이 한국인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댓글도 있었다. '너 때문에 졌다', '너 때문에 32강 못 갔다'고 억지를 부리는 내용도 있었다.

엉뚱한 데 화풀이하는 부끄러운 모습이었다. 이런 행태가 일부 언론이 일본·독일의 배신을 강변하거나 질 낮은 편파 중계를 한 것과 무관할까? 더 나아가, 이번 월드컵만이 아니라 그간 각종 스포츠 관련 보도에서 상당수 언론이 국가주의를 지나치게 앞세우며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는 것과 상관없는 일일까?

졸전 끝에 월드컵 32강에도 들지 못한 한국 축구를 전면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개선해야 할 것은 한국 축구만이 아니다. 그간 누적된 축구 관련 보도의 문제점도 돌아볼 때다.

 

▲ 김덕련 기자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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