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나이는 숫자일 뿐…월드컵 누비는 70대 노익장 감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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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일 뿐…월드컵 누비는 70대 노익장 감독들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기사승인 : 2026-06-19 17:23:53
퀴라소 감독 아드보카트, 만 78세 최고령…전 한국 감독
한국과 함께 A조에 속한 체코와 남아공 감독은 만 74세
가나 감독 케이로스, 만 73세…'최고령' 월드컵 본선 승리

라스트 댄스(Last dance).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소식을 전하는 기사들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표현이다. 나이를 감안할 때 다음 월드컵 출전이 쉽지 않아 보이는 노장 선수들에게 사용된다.

주로 거론되는 선수는 41세인 포르투갈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크로아티아의 루카 모드리치, 39세인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 등이다. 진작 은퇴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이임에도 다시 월드컵 무대에 선 노장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 15일(현지시간)에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E조 독일과 퀴라소의 경기에서 0대1로 밀리던 퀴라소가 동점 골을 기록하자 환호하는 아드보카트 감독. [KBS]

 

이들에 비하면 별로 주목받지 못하지만 꿈의 무대 월드컵에서 이들 못지않은 열정을 쏟고 있는 고령의 축구인들이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각 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이다. 그중 70대임에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고 한국 대표팀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4명의 감독이 눈길을 끈다.

카리브해에 있는 네덜란드령 퀴라소 대표팀 감독 딕 아드보카트는 1947년 9월생으로 만 78세다. 한국식 나이로 하면 여든의 고령이다.

네덜란드 출신인 아드보카트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2006 독일 월드컵 때 한국 대표팀 감독이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조별 리그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조 3위에 그쳐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이때 거둔 1승은 한국 대표팀이 해외에서 개최된 월드컵에서 기록한 첫 번째 승리였다.

인구 15만 명의 퀴라소는 이번에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월드컵 역사상 최소 인구, 최소 면적의 본선 참가국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를 이끈 아드보카트는 15일(이하 현지시간) 독일과 벌인 E조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팀을 지휘하며 '월드컵 본선 사상 최고령 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퀴라소는 독일에 1대7로 대패했다. 그러나 월드컵에서 4번 우승한 독일을 상대로 역사적인 월드컵 본선 첫 득점을 기록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이자, 퀴라소 축구 역사에서 이정표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과 함께 A조에 속한 체코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팀 감독들도 70대다. 체코 감독 미로슬라프 코우베크는 1951년 9월생, 남아공 감독 휴고 브로스는 1952년 4월생으로 모두 만 74세다.

체코는 전통의 축구 강국 중 하나였다. 체코슬로바키아 시절 월드컵에서 2번(1934·1962년) 준우승하고 197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슬로바키아와 분리된 후에도 1996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준우승하고 2000년대 초에는 FIFA 랭킹 2위에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2006 독일 월드컵 본선 진출을 끝으로 체코 축구는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이번 월드컵 본선 진출국을 가리기 위한 유럽 지역 예선에서도 덴마크 자치령인 약체 페로 제도에 패하는 등 난조를 거듭했다.

그로 인해 본선 진출 전망이 어두울 때 감독에 취임한 코우베크는 팀을 빠르게 재정비했다. 그리고 '20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선물을 조국에 안겼다. 본선에서는 한국에 패하고 남아공과 비기며 1무 1패로 고전하고 있다.

남아공의 브로스 감독은 벨기에 출신이다. 2021년 남아공 감독에 취임해 2026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끌었다. 남아공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서는 것은 자국에서 월드컵을 개최한 2010년 이후 16년 만이다.

브로스는 12일 멕시코와 조별 리그 첫 경기를 치르면서 '월드컵 본선 사상 최고령 감독'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불과 5시간 후 체코의 코우베크 감독이 기록을 깼고, 사흘 후 퀴라소의 아드보카트 감독이 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이번 대회에 70대 노익장 감독들이 다수 참가하면서 나타난 흥미로운 모습이다.

가나 대표팀을 이끄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은 1953년 3월생으로 만 73세다. 포르투갈 출신인 케이로스는 이번 월드컵을 두 달 앞둔 지난 4월 가나 감독으로 취임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한국인 다수에게 케이로스는 낯선 이름이 아니다. 2011~2019년에 이란 대표팀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이로스는 한국과 좋지 않은 인연을 맺었다. 2013년 6월 울산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경기 후 한국 벤치를 향해 이른바 '주먹 감자'를 날리는 비신사적 행위를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케이로스 감독이 이끄는 가나는 17일 L조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파나마를 1대0으로 꺾었다. 이로써 케이로스는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한 최고령 감독'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하지만 케이로스보다 연상인 아드보카트, 코우베크, 브로스 감독 중 누구라도 팀을 승리로 이끈다면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한 최고령 감독'이라는 기록의 주인공은 다시 바뀌게 된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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