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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유착복합체' KT, 어쩌다 이 지경 됐나

오다인
기사승인 : 2019-04-02 08:25:53
정치권에 전방위로 줄 대기…각종 의혹으로 오명에 구속 줄이어
"임원진, 보유 지분 없어 권력을 방패막이로 삼는 관행 지속"

'정경유착 복합체'. KT새노조는 지금의 KT를 이렇게 정의했다. 이명박 정권부터 박근혜 정권에 이르기까지 10년간 "비리가 똬리를 틀었다"고 했다. KT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딸을 2012년 특혜채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이후 채용 비리뿐 아니라 '로비사단'을 구축했다는 의혹까지 유력 정치인들과 석연찮은 관계가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다.

KT가 정치권에 전방위로 줄을 대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KT새노조는 "회장과 이사진의 지배력이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사업의 특성상 매출이 보장되지만, 임원진이 보유한 지분이 없어 정치 권력을 방패막이로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통신사업은 한 번 선정하면 바꾸기 어려운 토건업이자 장치사업"이라면서 "여기에 규제산업의 특성도 있어 국회 상임위를 중심으로 정치권 로비가 세다"고도 부연했다.
 

▲ 황창규 KT 회장(가운데)이 KT아현국사 화재가 발생한 지난해 11월 26일 서울 종로구 KT혜화전화국 국제통신운용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통3사 최고경영자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김성태, 황교안, 정갑윤, 홍문종 거론…꼬리 무는 특혜채용 의혹 


김 의원 딸의 KT 특혜채용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남부지검은 2012년 KT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부정채용과 관련한 증거를 다수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월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 지사와 경기 성남 KT 본사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문건에서 김 의원 딸의 이름이 1차 전형인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012년 당시 KT 본사 신입 채용은 하반기 대졸 공채와 별도의 고졸 공채로 진행됐다. 대졸 공채는 인재경영실에서, 고졸 공채는 홈고객부문에서 맡았다. 검찰은 이 가운데 대졸 공채 5건, 고졸 공채 4건의 부정채용 사례 총 9건을 확인했다.

서유열 전 KT 홈고객부문 사장은 지난달 27일 김 의원 딸을 포함한 6명을 부정채용한 의혹으로 구속됐다. 보름 전인 지난달 13일에는 당시 KT 인재경영실장으로 근무한 김모 전 KT 전무가 5명의 부정채용을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중 2명의 부정채용은 서 전 사장과 김 전 전무가 중복으로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검찰은 서 전 사장을 비롯해 이석채 전 KT 회장 비서실 관계자들이 이른바 '관심 채용자' 이름을 인사부서 담당자에게 직접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KT 부정채용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이 전 KT 회장도 조만간 소환할 방침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도 아들이 KT에 특혜채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 18일 KT새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황 대표 아들과 정 의원 아들이 KT에서 근무했다고 밝혔다. KT새노조는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던 시절 그의 아들은 KT 법무실에서 근무했고 정 의원 아들은 KT 대외협력실 소속으로 국회 담당이었다"고 폭로했다.

특히 황 대표 아들의 경우 KT 입사 후 마케팅실에서 근무했지만,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재임할 때 법무실로 옮겼다. KT새노조는 "아버지는 KT를 수사하고 아들은 KT를 방어하는 조직에 몸담게 된 셈"이라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발령"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KT의 구조적 정치유착은 이명박 정권의 낙하산인 이석채 전 회장 시절부터 크게 심해졌고 박근혜 정권의 낙하산인 황창규 회장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면서 "최고 경영진의 정치적 보호막으로 전락한 KT의 채용 비리로 인해 경영진이 본래 힘써야 할 통신 경영에 소홀했고 그 결과가 아현 화재로 인한 통신 대란이었다"고 했다.

이틀 뒤인 지난달 20일에는 KT민주동지회와 KT노동인권센터가 KT 광화문 지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채용 비리를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전수조사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KT가 채용 청탁과 인사 특혜를 매개로 정치 권력과 불법적 유착 관계를 맺어왔다"면서 "이런 비리는 2012년 김 의원 딸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KT의 오래된 관행"이라고 밝혔다.

이어 "KT에서 10년 넘게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전직 임원이 공채 과정에서 회장 비서실 40%, 대외협력 30%, 노조위원장 20%, 사업부서 10% 정도로 청탁 비율이 정해져 있었다고 언론을 통해 폭로했다"면서 "KT는 정치권의 채용 청탁을 들어주면서 그 대가로 자신들의 이권을 챙겨왔다"고 했다.

이날 박철우 KT민주동지회 의장은 "황창규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황 회장 재임 시기인 2014년 6월부터 2016년 5월까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홍문종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맡았는데 2015년에 홍 의원 보좌관 출신 4명이 KT에 입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박 의장은 "이 가운데 2명은 전문위원으로, 2명은 직원으로 입사했다"면서 "지난 19일 확인한 결과 3명은 퇴사하고 나머지 1명은 본사 사업부에서 차장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관해 홍 의원 측은 "자신들이 알아서 KT에 취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현재 전직 국회의원과 차관급 인사 친인척까지 KT 부정채용과 관련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황창규 로비사단 의혹, 수면 위로  


지난달 24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T가 정치권을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에게 20억 원에 달하는 자문료를 지급하면서 민원 해결 등의 로비에 활용해왔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2014년 1월 황창규 KT 회장이 취임한 이후 위촉한 'KT 경영고문' 명단을 확보해 공개했다. 이 명단에는 정치권 인사 6명, 퇴역 장성 1명, 전직 지방경찰청장을 포함한 퇴직 경찰 2명, 고위 공무원 출신 3명, 업계 인사 2명까지 모두 14명이 이름을 올렸다.

KT는 이들 경영고문에게 매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자문료를 지급했다. 이 의원은 "이들은 KT의 퇴직 임원이 맡는 고문과 다른 외부 인사"라면서 "그동안 자문역, 연구위원, 연구조사역과 같은 다양한 명칭으로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고문 활동 내역을 제시하라고 요구했지만 KT가 이를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KT 직원들은 물론이고 임원들조차 이들 경영고문의 신원을 몰랐다"고 했다. "공식 업무가 없거나 로비가 주업무였던 셈"이라는 것.

경영고문 중에는 다시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의 측근 3명이 포함됐다. 각각 홍 의원의 정책특보, 재보궐선거 선대본부장, 비서관을 지냈다.

박성범 전 한나라당 의원은 17대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위원을 역임, 2015년 9월부터 2016년 8월까지 KT 경영고문으로 매월 517만 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경기도지사 경제정책특보였던 A 씨는 2015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KT 경영고문이었다. 정치권 출신의 경영고문들은 매월 500만 원에서 800만 원의 자문료를 받았다.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신참모부장, 육군정보통신학교장을 거친 예비역 소장 B 씨는 2016년 KT가 수주한 750억 원 규모의 '국방 광대역 통합망 사업' 입찰 제안서에 경영고문으로 등장한다. 당시 국방부 측 사업 심사위원장은 B 씨가 거쳐간 지휘통신참모부 간부였다. 이 의원은 "이로 인해 당시에도 KT가 B 씨를 내세워 사업을 수주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했다.

KT와 직접적인 업무 관련성이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국민안전처, 행정안전부의 고위 공무원 출신도 경영고문으로 위촉됐다. 이 의원은 "이들은 2015년 '긴급 신고전화 통합체계 구축 사업'을 비롯한 정부 사업 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물"이라면서 "경찰 출신의 경영고문은 사정·수사당국의 동향을 파악하고 리스크를 관리해줄 수 있는 IO(외근 정보관)들로 골랐다"고 했다.

이들 경영고문이 집중적으로 위촉된 2015년 전후는 유료방송 합산규제법,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간 합병, 황 회장의 국감 출석을 포함해 민감한 현안이 많았다. 특히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를 막기 위해 황 회장은 2016년 2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독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막아 달라'는 민원을 청와대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5개월 뒤인 2016년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유료방송 독과점 심화'를 이유로 합병금지 결정을 내렸다.

활용 내역이 불분명한 경영고문과 관련해 이 의원은 "정치권 줄 대기를 위해 막대한 급여를 자의적으로 지급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친 점을 고려하면 황 회장은 업무상 배임 등의 법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로비를 위해 정치권 인사를 위장 취업시켜 유·무형의 이익을 제공했다면 제3자 뇌물교부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 의원은 "엄정한 수사를 통해 전모를 밝히고 응분의 법적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면서 "2017년 말 시작된 경찰 수사가 1년 넘게 지지부진한 것도 황 회장이 임명한 '경영고문'들의 로비 때문이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지난달 25일 이 의원은 KT 경영고문 위촉계약서와 KT 경영고문 운영지침을 추가 입수해 공개하면서 "황 회장이 경영고문 위촉과 운영에 전권을 행사했으며 이들의 활용 내역을 입증하지 못하면 해임 사유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민간 기업인 KT가 내규로 경영고문을 위촉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뚜렷한 활동 내역이나 실적이 없는 자에게 급여를 지급해왔다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행위가 된다"고 말했다.

경영고문 가운데 공직자윤리법상 취업제한심사를 받지 않은 퇴직 공직자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방송통신위원회 국장을 지낸 C 씨다. KT 경영고문 운영지침의 제8조는 결격 사유로 "공직자윤리법에 의해 관련 사기업체의 취업이 제한되는 자로서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취업제한 여부의 확인 또는 취업 승인을 받지 않은 자"라고 규정하고 있는데도 채용이 이뤄진 것이다.

'황의 반칙'…스튜어드십 코드, 이사회 견제 필요

이 의원은 "KT의 경영고문이 애초 회사 내규와는 상관없이 회장 임의대로 운영됐고 운영지침은 채용의 불법성을 가리기 위한 장치일 뿐이었다는 의혹을 떨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이 의원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KT에 주주 대표 소송, 스튜어드십 코드와 같은 외부의 견제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런 의혹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KT새노조는 지난달 28일 '황의 반칙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황의 반칙'은 황 회장이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이던 때 제시한 이론인 '황의 법칙'을 풍자한 말이다.

이 보고서에서 KT새노조는 "황 회장은 2014년 취임 이후 매년 20억 원이 넘는 고액의 연봉을 승인받았다"면서 "지난해 아현화재, 불법 정치 자금, 채용 비리 의혹 등으로 청문회와 검찰 수사를 받는 중에도 황 회장이 경영평가 '최우수'를 받아 고액의 성과급을 받게 됐다는 제보를 입수했다"고 했다.

이해관 KT새노조 대변인은 "통신사업은 절반은 토건업이고 다른 절반은 장치사업"이라면서 "한 번 선정하면 바꾸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가만히 있어도 매출이 보장되므로 '낙하산'으로 꽂힌 회장이 자신의 업적을 남기는 일은 비용 절감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나쁜 일자리는 외주화돼 노동자가 죽거나 다치는 사례가 발생하고 좋은 일자리는 유력자들이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 "이사회를 견제 가능한 조직으로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면서 "민영화 이후 KT 경영진은 정치권 줄 대기를 능사로 여겨왔지만, 의혹이 이토록 불어난 만큼 관련 의혹들을 깨끗이 털고 가야 한다"고 했다.

오주헌 KT새노조 위원장 역시 "국민연금이 KT 지분을 10% 넘게 보유하고 있다"면서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해 국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는 국민기업으로 KT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정기 주주총회는 안팎으로 고성이 난무했다. KT는 지난해 주총장 언론 취재를 허용했지만, 올해는 출입을 통제했다. 주주들은 주총장에서 황 회장 퇴진을 요구했다.

이날 주주들은 "KT는 5G를 광고하지만, 채용 비리와 로비사단 보도가 뉴스에 나온다"면서 "황 회장 취임 이후로 사건 사고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를 책임지고 물러나야 KT 주가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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