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영화계 물흐리는 '미꾸라지 넷플릭스', 영화지형 바꾸는 '메기'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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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물흐리는 '미꾸라지 넷플릭스', 영화지형 바꾸는 '메기'될까

남경식
기사승인 : 2018-12-05 17:29:28
'로마' 개봉 앞두고 일방통행식 행보로 갈등 심화
알폰소 쿠아론 감독 고국 '멕시코'에서도 극장상영 거부

글로벌 미디어기업 넷플릭스가 세계 곳곳으로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극장업계와 갈등이 반복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있다.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한 영화 '로마'를 12월 14일 넷플릭스에 공개하기에 앞서, 12월 12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고 지난달 14일 발표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는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작품이며, 내년 초 열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의 '작품상'과 '감독상' 유력 후보로도 손꼽히고 있다.
 

▲ 넷플릭스는 자체 제작한 영화 '로마'를 12월 14일 넷플릭스에 공개하기에 앞서, 12월 12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고 지난달 14일 발표했다. [넷플릭스 제공]


그럼에도 넷플릭스의 '로마' 국내 극장 개봉 발표에 대해 CJ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난색을 표했다. 극장업체들과의 사전협의 없이 이뤄진 갑작스러운 선언이었기 때문이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넷플릭스처럼 개봉일자를 일단 통지하는 방식으로 극장 개봉 논의를 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CGV 관계자도 "넷플릭스가 낸 보도자료를 통해 '로마'의 극장 개봉 소식을 처음 접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지난 9월에만 해도 "부산국제영화제를 제외하고는 '로마'의 국내 극장 상영 계획이 없다"며 "작품이 공개되면 넷플릭스에서만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국내 배급사 판씨네마를 통해 지난 11월 9일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로마'의 극장 상영등급 분류를 신청하면서, 국내 극장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알려졌다.

당시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업체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금시초문이다"며 "넷플릭스는 물론 배급사에서도 따로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에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개봉으로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업계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당시 멀티플렉스 극장업체들은 극장 개봉과 넷플릭스 공개 시점에 일정기간을 두는 것에 대한 협의를 요구했지만, 넷플릭스는 극장·넷플릭스 '동시개봉' 입장을 고수했다.

이번 넷플릭스의 '로마'도 사실상 동시개봉이다. 12월 14일(금) 넷플릭스 개봉, 12월 12일(수) 국내 극장 개봉이기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영화가 목요일 또는 수요일에 개봉되기 때문이다.

극장업계 관계자는 "북미에서는 '로마'를 넷플릭스 공개 2~3주 전에 극장에서 개봉했으면서 국내에서는 사실상 동시개봉하는 것은 국내 영화산업생태계를 존중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일부러 넷플릭스와 극장의 갈등 구도를 만들어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넷플릭스 관계자는 "각 나라마다 극장 상영 정책이 달라서 그에 맞춰서 논의를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11월 9일 '로마'의 상영등급 심의를 신청한 점을 고려하면, 넷플릭스 공개 2~3주 전에 국내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극장 개봉일자와 상영규모 등은 상영등급이 확정된 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로마'의 경우 넷플릭스 서비스용 영상은 '청소년관람불가' 관람가였던 터라, 상영등급이 더욱 민감한 문제였다.

실제로 '로마'의 상영등급 심의는 넷플릭스 공개 2주 전인 11월 28일에서야 완료됐고, 예상과는 다르게 '15세이상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고국 멕시코 멀티플렉스 극장업체들은 '로마'의 상영을 거부했다. [AP/뉴시스]

넷플릭스는 '로마' 감독인 알폰소 쿠아론의 고국 멕시코에서도 극장 개봉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켰다. 멕시코의 멀티플렉스 극장업체 시네폴리스와 시네맥스는 영화가 넷플릭스 등 온라인에서 서비스가 되기 전 최소 90일 동안 극장에서 상영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우며 '로마'의 상영을 거부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은 트위터를 통해 "멕시코에 상영관을 40여개 확보하는 데 그쳤다"며 "폴란드에서도 상영관을 57개, 한국에서는 50개를 잡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넷플릭스는 세계 곳곳에서 기존의 극장산업 생태계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통행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영화산업에서 '메기'가 될지 아니면 '미꾸라지'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영화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적극적 투자를 통해 관객들에게 양질의 영화를 제공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도 "세계 각국에서 해당국가 영화산업 생태계를 존중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 글로벌사업자로서 영화산업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로마'는 언론시사회가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메가박스에서의 개봉 가능성이 점쳐졌다. 하지만 메가박스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개봉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KPI뉴스 / 남경식 기자 ng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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