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참석자, "재벌개혁, 이재용 재구속에서 시작"
文정부, 갑을문제·재벌개혁 혼동…일자리 더 줄어
대통령 권한 시행령 개정도 손 놔…개혁 의지 '깜깜'
"문재인 정부의 시작은 창대했지만, 2년이 흐른 지금 '재벌개혁'의 깃발은 이미 내려갔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민생과 경제민주화에 천착해온 각계 전문가들이 모였다. 이들은 재벌개혁을 기치로 출범한 문 정부가 지난 2년간 재벌개혁에 사실상 손을 놓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일부 전문가는 "문 정부의 재벌개혁 현주소를 찾겠다는 건 있지도 않은 용의 다리가 몇 개인지 따지는 것 같은 허무한 생각이 든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문 정부가 재벌개혁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는 평가다.
이날 정책토론회는 '문재인 정권 2년, 재벌개혁은 어디에?'라는 주제로 참여연대를 비롯한 7개 단체가 김종훈·추혜선 의원과 함께 주최했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2년은 '재벌특혜동맹'과의 고된 투쟁이었다"면서 "'촛불정신'을 계승한 문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재벌 중심의 경제 체제를 어떻게 바꿔낼 것인지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토론회 취지를 밝혔다.
토론회에서는 문 정부가 '갑을문제' 해결과 재벌개혁을 혼동하고 있다는 점, 일자리를 내세워 재벌과 유착하고 있지만 실제 일자리는 줄어들었다는 점, 시행령 개정 등 대통령의 권한이 있는데도 입법의 어려움을 들어 재벌개혁을 포기하고 있다는 점 등에 관해 의견이 쏟아졌다.
또 "문 정부의 재벌개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재구속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토론회 참석자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기업집단이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규모가 크면서 개인이나 집안에 의해 지배될 때 '재벌'이라고 한다"고 정의했다. 재벌개혁의 필요성에 관해서는 "경제력 집중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공정거래위원회가 강조하는 갑을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이것만 강조하면 재벌개혁을 포함한 본질적인 경제 문제를 전혀 건드리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문 정부가) 재벌개혁을 안 하면서 재벌개혁을 한 것처럼 오해시킬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재벌 문제의 본질을 가려 재벌개혁으로 해결 가능한 일들을 국민들이 구분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면서 "기업이 오로지 경영혁신을 통해서만 이윤을 추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시장경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경제력 집중에 따른 재벌개혁 필요성에 관한 지적은 이날 여러 번 제기됐다.
김남근 경제민주화네트워크 정책위원장은 "재벌개혁은 헌법 119조 2항의 경제민주화에 근거한다"고 했다. 이 조항은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재벌의 경제력 집중이 과도화되면서 소상공인이 영위하던 사업에도 재벌이 끼어들게 됐다"면서 "문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관한 조급함 때문에 빨리 쫓아가자고 하는데, 그런 방식이 이미 많은 자본을 축적한 재벌에게 몰아주는 형태가 됐다"고 했다.
이와 함께 "정기국회에서 재벌개혁에 관한 적극적인 입법 논의가 벌어져 문 정부의 개혁 의지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석운 민중공동행동 공동대표는 "문 정부의 시작은 창대했지만 끝은 처참할 것으로 우려된다"면서 "문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재벌개혁을 어쩔 수 없이 접을 수밖에 없었다는 태도를 보인 때가 재벌개혁의 깃발을 내리게 된 결정적인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을 비롯한 재벌들이 문 정부와 교감하면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 고용 숫자는 도리어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노종화 금속노조 변호사는 "문 정부는 일감 몰아주기와 편법 상속에 있어 (이전 정부와) 전혀 달라진 모습이 없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재벌개혁을 위해 직접 개정할 수 있는 시행령조차 제대로 손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최근 상속세 완화 주장에도 정부가 화답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면서 "재계의 주장과 달리 국내에서 상속세를 납부하는 사람은 전체 상속인 중 단 3%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상속세를 내는 사람 자체가 극히 소수이므로 '부담이 지나치다'는 주장은 허구라는 것이다.
이어 "국내 재벌 총수일가는 경영권 승계를 위해 국정농단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불법을 저지르는 등 편법을 저질러왔다"면서 "지금은 정부와 여당이 이런 편법 상속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규제할지 고민해야 하는 때이지 상속세 완화를 도모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지난달 30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의 결정적인 증거가 나온 날 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면서 "이 한 차례의 만남을 위해 이하 보좌관들이 얼마나 만났을 것인지 고려하면 '만난 게 대수냐'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고 했다.
또 "여당 인사들은 '낙수효과'를 부정해 왔지만,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만나 투자를 요청하는 일은 결국 낙수효과를 인정하는 셈"이라고 했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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