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삼성에 드리운 '먹구름'…文정부 시그널과 따로 가는 상고심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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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에 드리운 '먹구름'…文정부 시그널과 따로 가는 상고심 기류

오다인
기사승인 : 2019-04-25 11:22:24
대법원, 2심 '파기환송' 가능성…"이재용 재구속 가능성 배제 못 해"
일해재단 판례 검토…미르·K스포츠재단에도 포괄적 뇌물죄 적용하나

요즘 문재인 정부와 삼성 사이의 기류는 훈훈하다. 손발을 척척 맞추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지난 24일 '반도체 비전 2030'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에 133조 원을 투자하고 전문인력 1만 5000명을 채용한다는 계획이다.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주문(지난달 19일 국무회의)에 화답한 셈이다.

연장선에서 문 대통령의 삼성전자 공장 방문도 곧 이뤄질 가능성이 예상된다. 연초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경내 산책 중 "지난해 인도에서처럼 삼성의 공장이나 연구소에 다시 한번 와주시면 좋겠다"고 요청했고, 문 대통령은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가겠다"고 화답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야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성장 동력과 일자리가 시급한 터에 삼성의 이 같은 결정은 가뭄의 단비 같은 것이다. 그런데 업계와 시장에선 이를 두고 다른 해석이 나온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죄' 상고심과 연결 짓는 기류다. 양측의 훈훈한 분위기를 재판부를 향한 '시그널'(신호)로 해석한다. 삼성에 대한 문 대통령의 '우호적 태도'를 상고심 결과를 가리키는 방향타로 여기는 꼴이다.

하지만 상고심 기류는 녹록지 않다. 정부와 삼성의 훈훈한 기류와는 사뭇 다르다. 일부 시민단체가 '이재용 구하기', '재벌 봐주기' 판결로 규정한 2심(항소심)을 파기할 가능성이 오히려 커 보인다.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힌 혐의가 다시 유죄로 뒤집힐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측에 불리한 정황과 논리들이 꼬리를 문다. 몇몇 대법관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재임 당시 만든 일해재단 판결을 들여다본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터다.

▲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문재원 기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 원도 '뇌물'?

일해재단을 들여다본다는 건 1심부터 무죄가 선고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판단마저 달라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일해재단의 경우처럼 '포괄적 뇌물죄' 개념을 적용하면 삼성이 204억 원을 출연한 미르·K스포츠재단의 경우도 뇌물죄 성립이 가능해진다.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도 사실상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보는 시각이다. 법조계 고위 인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과반이 그런 의견을 낸다면 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선 1·2심 모두 무죄였다. 1심에서부터 "경영권 승계 지원의 대가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이로써 1심에선 최서원(최순실)·정유라 승마지원 72억 9427만 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16억 2800만 원에 대해서만 이 부회장의 뇌물죄가 선고됐고, 다시 2심에선 영재센터 지원은 무죄가 나고 승마지원의 뇌물 인정액도 절반인 36억 3484만 원으로 줄었다. 용역대금 36억 원만 뇌물로 인정하고 말 구입비 34억 원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석방될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였다.

▲ 박근혜·최순실과 이재용의 국정농단 재판 결과 비교 표 [오다인 기자]


'준 쪽은 36억, 받은 쪽은 87억'의 모순

뇌물은 준 쪽과 받은 쪽의 금액이 일치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8월 2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삼성에서 받은 뇌물 인정액은 86억8081만 원. 이 부회장의 뇌물 인정액(36억 원)의 두 배가 넘는다. 이 부회장은 36억 원을 줬는데 박 전 대통령은 87억 원을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상고심에선 어느 쪽으로든 이런 모순을 해소하려 할 것이다.

뇌물액이 87억 원으로 맞춰진다면 이 부회장에겐 좋지 않은 신호다. 대법원 양형 기준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액수가 50억 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지만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한다. 뇌물액이 87억 원에 맞춰지면 이 부회장은 최소 징역 5년이란 얘기다. 이 경우 집행유예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인 '3년 이하의 징역'을 넘어서게 돼 이 부회장은 파기환송심에서 다시 법정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재벌개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상고심에서 파기환송할 때 어디까지 유죄로 보느냐가 관전 포인트"라면서 "상식적으로 형량이 5년 밑으로 나오기가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 현안이 없었다고?

박근혜, 이 부회장의 단독 면담은 2014년 9월, 2015년 7월, 2016년 2월 세 차례 있었다. 1심 재판부는 단독면담을 통해 이뤄진 승마지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포괄적 현안인 '승계 작업'에 대해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우호적 입장을 취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국회, 정부부처, 공공기관 및 민간 분야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봤다. 또 이런 부정한 청탁을 한다는 점에 대해 상호 묵시적 인식과 양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런 판단을 뒤집었다.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현안이 없었고, 묵시적 청탁도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 부회장이 개별 현안을 통해 삼성그룹 지배력 확보에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개별 현안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여러 효과 중 하나일 뿐이므로 그런 결과만으로 승계 작업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다. 또 승계 작업이 가장 중요한 개념이므로 증거에 의해 합리적 의심 없이 인정돼야 한다면서 그런 '사정'만으로는 승계 작업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 지난해 9월 18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공군 1호기에 탑승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따라서 1·2심이 충돌하는 경영권 승계 현안의 존재 여부는 상고심의 핵심 논점이다. 경영권 승계 작업 여부는 뇌물공여의 동기이자 청탁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승계 작업은 이 부회장의 삼성 주요계열사 지배권 확보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승계 비용 최소화 등의 목적까지 포함하는 총체적인 것이다. 김도희 민변(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재판 결과에 따라 이 부회장이 상속세를 더 내게 될 수 있다"면서 "삼성은 지배구조가 복잡해 경영권 승계 비용 최소화를 위한 계산이 '3차 방정식'에 가깝다"고 말했다.

경영권 승계 현안 존재의 단적 증거는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4%를 갖고 있었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바꾸는 합병비율은 불공정 논란을 야기했지만 이 부회장에겐 경영권 승계의 '최소비용 목적'을 실현케 하는 최선의 조건이었다. 


이런 삼성의 목적 달성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주체가 국민연금이었다. 불공정한 합병비율이라며 의결권 자문사들이 반대를 권고했음에도 당시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했다. 국민연금이 왜 그랬는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통해 진작 드러난 터다. 정유라의 승마,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을 압박하면서 반대급부로 삼성에 제공한 게 '국민연금 찬성표'였다. 행동대장 역할을 한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의 수첩이 증거였다.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찬성을 압박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경영권 승계 청탁이 이를 통해 입증됐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사건도 변수다. 검찰이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 내리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현안이 존재한다는 증거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이상훈 경제개혁연대 변호사는 "검찰이 분식회계 혐의로 이 부회장을 기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경영권 승계 작업이 없었다고 판단하기에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지연작전의 변수, '삼바 분식회계'

삼성은 '지연 작전'을 펴는 듯 하다. 최대한 재판을 질질 끌어 다음 정권까지 가보겠다는 심산이 읽힌다. 전원합의체 심리 때마다 방대한 의견서를 제출하는 건 그래서일 거라는 얘기가 법조계 안팎서 나온다. 지난 18일 4차 심리 전날엔 13개 의견서를 대법원에 냈다. 지난달엔 공무원 수뢰죄와 관련한, 방대한 미국 대법원 판결문을 제출해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대한 이 부회장의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삼성과 관계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지난 18일 문 대통령의 삼성전자 공장 방문 추진 '엠바고'(일정 시점까지 보도 제한)를 파기한 것도 '공작'의 의심을 산다. 대법원에 시그널을 주려는 '의도'가 개입된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런데 삼성의 재판 장기화 전략에 암초가 돌출했다. '삼바 분식회계' 수사다. 1심에서 고의 분식회계로 판결이 나면 삼성은 항소할 게 뻔한데, 추후 뇌물 사건의 파기환송심과 삼바 분식회계가 고등법원에 모이면 재판부가 하나로 합쳐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법원 고위 관계자는 "같은 피고에 재판이 두 개면 재판부를 하나로 합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렇게 되면 작게 두 번 맞을 것을 한 번 크게 맞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으로선 재판이 마냥 늘어지는 게 좋을 수만은 없다는 얘기다.

▲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문재원 기자]


삼성에 드리운 '먹구름'

민변과 참여연대는 지난 24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공정한 심판을 촉구하는 법률 의견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특히 항소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의 존재를 인정한 1심 판단을 뒤집은 이유를 사실상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고 했다. 승계 작업 자체가 충분히 사실로 인정될 수 있고 이것이 사회 대다수가 가진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법 감정'에 부합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이 사건은 최고층 자본권력과 최고층 정치권력이 결탁한 '정경유착' 사건"이라면서 "대법원은 항소심의 사실오인과 법리오해의 판결을 바로 잡아 국정농단과 정경유착의 범죄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피고인들을 엄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사법부의 결기, 시민단체의 서슬 앞에서 '우호적 시그널'이 통할 것인가. 청와대도 진작 "경제인의 기업활동은 기업활동이고, 사법적인 절차는 별도의 문제"라며 "두 문제를 섞지 말아주시기 바란다"(지난 2월 28일 김의겸 당시 청와대 대변인)고 밝힌 터다.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뇌물 사건은 지난 2월 1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면서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 씨 사건과 병합됐다. 현재까지 모두 4차례의 심리가 진행돼 선고가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KPI뉴스 / 오다인 기자 od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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