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업 추가 부담 없다는 홍남기, 반발하는 업계…누구 말이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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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추가 부담 없다는 홍남기, 반발하는 업계…누구 말이 맞나

김이현
기사승인 : 2019-01-07 11:20:14
'합당한 월 근로시간' 놓고 정부-업계 시각 충돌
기업은 최저임금 위반 우려…소상공인은 인건비 '폭탄'
정부 "불합리한 임금체계 개편 위한 것…체질 개선해야"

새해부터 정부와 업계가 충돌하고 있다. 2018년 마지막 날, '주휴시간'을 최저임금 산정에 포함하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면서다. 정부는 "그 동안 적용돼온 방식을 명문화했을 뿐 사업주의 추가 부담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다. 반면 업계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더불어 '이중폭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같은 개정안을 놓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월 20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진흥공단 서울전용교육장에서 열린 소통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논쟁의 핵심, '주휴시간' 


'174시간'과 '209시간'. 최저임금 산정방식을 이해하려면 두 가지 숫자를 기억해야 한다. 한 달은 평균 4.35주. 법에서 정한 주간 근로시간인 40시간에 4.35주를 곱하면 174시간으로, 이 것이 실제 월 근로시간이다. 이 같은 실제 근로시간에 주휴시간(35시간)을 더하면 209시간이 된다. 여기서 '35시간'을 더하는 근거는 '주휴수당'이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일을 하면 유급으로 '휴식시간'을 준다는 규정이다. 하루 8시간씩 5일(월~금)간 40시간을 일하면, 법적으로는 48시간을 근무한 급여(시급 1만원일 경우 48만원)를 받는다. 일요일에 출근하지 않아도 하루치 임금을 더 받는 셈이다. 이런 주휴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인 '주휴시간'을 놓고 정부와 업계의 셈법이 다르다. 개정 최저임금 시행령 논란은 '35시간(주휴시간)' 둘러싼 다툼이다. 


논쟁의 이유는 명확하다. '주휴시간 적용'에 따라 같은 월급을 받아도 시급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월급쟁이의 시급은 월 기본급(분자)을 월 근로시간(분모)으로 나누면 알 수 있다. 기본급이 월 150만원인 근로자로 가정해보자. 월 근로시간이 174시간이라면 해당 근무자의 시급은 8620원(150만/174시간)이다. 하지만 209시간을 기준으로 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동일한 기본급(150만원) 근로자의 시급은 7177원(150만/209시간)이 된다. 


이렇기에 '합당한 월 근로시간'을 놓고 정부와 업계의 시각이 충돌한다. 업계는 직접 일한 시간, 즉 '실제 근로시간'만을 산정 방식에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월 근로시간(174시간)에 주휴시간(35시간)을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법령에는 유급 주휴시간(실제 일하지 않은 유급휴일)을 근로시간에 포함해야 하는지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양측 주장 모두 일리는 있다. 업계는 "대법원이 주휴시간을 뺀 월 근로시간(174시간)만 계산에 넣어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가름했다"며 판례를 근거로 댔다. 잔업이나 휴일근무수당은 정규 근로시간이 끝나고 추가로 일을 하지만, 주휴시간은 주휴수당을 계산하기 위한 '가상 시간'일 뿐 실제 일한 시간이 아니라는 얘기다.


반면 고용노동부는 1988년 최저임금법 제정 이후 실제로 일하지 않아도 산정된 시간(유급휴일)까지 포함된 월 209시간을 사용해 왔다고 설명한다. 실제 최저임금위원회도, 산업계도 그 동안 시간당 최저임금을 월 단위로 환산할 때 209시간을 기준으로 했다. 이러한 관행을 법제화한 게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209시간을 분모로 명시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혼란을 막겠다는 것이다.

월급 수백만원 주고도 최저임금 위반


문제는 저마다 다른 속사정이다. 먼저 기업은 월급을 수백만원씩 주고도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각종 수당으로 고연봉을 유지해온 기업이라도 정작 기본급이 낮다. 174시간을 외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받는 기본급이 같다면 돈을 주는 사업주 입장에서는 근로시간을 줄일수록 유리하다. 최저임금 시급 계산식에서 분자(기본급)는 그대로인데 분모(근로시간)가 줄면서 시급 환산액이 늘어난다. 반대로 근로시간이 늘면 상대적으로 시급 환산액이 줄게 된다. 자칫 최저임금 밑으로 내려가 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실제 경총은 "연봉 5500만원인 대기업 생산직 신입사원도 최저임금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으로 인정되지 않는 상여금, 성과급, 시간외 수당 등을 제외하면 기본급은 170만원 남짓이다. 개정안(209시간)대로 계산하면 시급은 8130원이다. 올해 최저임금인 8350원에 못 미치게 된다.


이러한 기업이 적지 않다. 2017년 고용노동부 '임금체계 실태조사'에 따르면 100인이상 사업장 생산직 근로자의 평균임금 중 기본급 비율은 55.9%에 불과했다. 최저임금은 기본급을 바탕으로 하는데, 기본급 자체가 오르면 생산성과 상관없이 지급해야 할 전체 임금의 상승도 불가피하다. 결국 "기업에 추가적인 부담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 그래픽 김상선

소상공인 주휴수당 부담에 이중충격


소상공인도 고통을 호소한다. 법정 주휴수당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소상공인들은 이중의 충격이라고 말한다. 아르바이트를 고용할 때 시급 8350원도 부담스러운데 매주 주휴수당(6만6800원=8350원x8시간)도 줘야 하는 부담감을 호소한다. '주휴시간 포함'이 명문화되자 범법자를 양산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게영업은 가족근무 확대나 직원 감축 등 임시방편만 늘어난다. 15시간 미만 근무자만 고용하는 이른바 '쪼개기 알바'는 이미 익숙한 사례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자영업자 회원 24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7%가 최저임금 인상에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그들의 주장이 모두 아귀가 맞는 것은 아니다. 주휴수당을 마치 새로 지급하게 된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그 간 오랜세월 마땅히 지급했어야 할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고백과도 같다. 주15시간 이상 근로자에게는 유급휴일을 줘야 하고 주휴수당을 지급토록 하는 법조항은 65년 전 만들어져 유지돼온 것이다. 차제에 소상공인연합회는 '주휴수당 폐지'를 요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정부, "기형적 임금구조 개편 위한 일"


그럼에도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강행한 것은 한국 노동시장의 임금 구조를 스스로 개편하라는 주문이다. 기업들이 기본급 인상을 최대한 낮게 유지하고, 상여금 등 다른 임금 비중을 높여왔던 '기형적 임금체계'를 바꾸라는 것이다. 노동부가 "대기업의 최저임금 위반은 기본급이 전체 급여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불합리한 임금체계 때문"이라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주휴수당을 폐지하면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들에게는 16.7%의 임금이 삭감되는 만큼, 이를 명문화해 법의 테두리 안에서 다루겠다는 의미다.  

 

갈등은 쉽게 봉합될 것 같지 않다. 정부는 임금체계의 합리적 개편을 위해 기업에 최대 6개월의 시정기간을 줬다. 업계는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강경대응 태세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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