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감소가 원인, 최저임금 인상에다 새로운 노동체계로 소득격차 더 벌어져
올해 3분기 가계소득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통계가 나왔다. 저소득층(1분위) 가구당 평균 취업자가 작년보다 16.8% 줄어든 반면 고소득층(5분위) 취업자는 3.4% 증가한 것이 결정적이다.
저소득층 일자리는 왜 줄어들었나. '주범'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지목하는 이들이 많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 저소득층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고 있다는 주장이다. 저소득층 일자리 감소가 단지 최저임금 인상 탓만일까.

최저임금 인상, 저소득층 일자리 없애다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일자리에 영향을 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농림어업, 시설관리 등 서비스업, 파견, 단기 공공근로 등 기타직종의 가계소득은 23.2% 줄었다. 반면 관리자, 전문가, 사무종사자 등 화이트칼라의 가계소득은 10.5% 늘었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5 분위 가구가 속한) 비교적 소득이 높은 상용 근로자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1분위 가구의 사무직 비율은 작년보다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감소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이 소득참사를 불러왔다는 주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저소득층 근로소득 급감이라는 쇼크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김광두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도 지난달 2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최저임금의 과속 추진이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오는 경험을 현재(顯在)하고 있 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단기간에 급격히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주들은 본인 자신에게 돌아가는 몫을 줄이거나 일자리를 줄이거나 시장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그 중 가장 많이 나타나 는게 고용 자체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소한 당장 줄이지는 않아도 추가 채용을 하지 않는 형태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소득격차가 벌어지는 것도 이와 관련됐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음식, 숙박 도소매업에서 고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무려 22.6% 나 감소한 47만8900원에 불과했다. 1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자영업자)도 1년 전보다 13.4%나 감소한 월 21만5900원에 그쳤다. 근로소득 감소폭은 2003년 이후 최대치이며 3분기 기준 1분위 가구 근로소득이 50만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0년 이후 8년만이다.

소득격차, 고령화 때문이기도
최저임금 인상만은 아니다. 정부는 소득분배지표 악화의 한 원인으로 고령화를 꼽았다. 일하는 이가 적고 소득도 낮은 고령층 가구가 1분위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보 다 더 커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올 3분기 1분위의 70세 이상 가구주 비중은 41.4%로 지난해 37.6%보다 3.8% 포인트 증가했다. 이중 무직 가구주 비중은 작년 3분기 44.2%에서 올해 2분기 53.5%로 9%포인트 이상 늘었다.
이 밖에도 표본 규모 확대, 조사 기반 교체 등이 소득지표를 악화시킨 요인이라는 설명이다. 올해부터 통계청은 가계소득동향조사 표본규모를 확대했고, 표본가구 추출을 위한 인구총조사 기반을 2010년에서 2015년으로 교체했다. 이 때문에 고령층 가구비중이 3분기 기준 70세 이상은 작년 11.4%에서 올해 12.7%로, 65세 이상은 18.4%에서 19.7%로 증가했다.
이에 대해 통계청은 우리 가구의 모습 전반이 변모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2017년도에 비해서 2018년도에 고령가구주의 비중이 증가했고 고령가구주 증가가 소득분배를 악화시키는 요인 으로 분명히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증가하는 것은 표본상에서만 늘어난게 아니라 우리 가구의 모습이 변모하 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량실업 몰고올 4차산업혁명
일부 전문가들은 4차산업혁명이 새로운 노동체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로인해 소득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노동이 기계화·자동화 또는 디지털화로 대체돼 대량실업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IT 자문기관 가트너는 2017년 10월 발표에서 AI(인공지능)의 영향으로 3년 뒤 일자리 180만개가 사라지고 230만 개가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아울러 독일 노동시장·직업조사연구소(IAB)는 2030년까지 70만개의 일자리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종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재준 노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산업 전환기에 고령자들과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소득 지표에 있어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용접하던 사 람들이 갑자기 소프트웨어 기술자가 될 수 없지 않냐"면서 "지금과 같은 산업 전환기에는 소수의 적응력이 높은 사람들에게 소득 집중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며 4차산업혁명이 야기하는 소득격차에 대해 설명했다.
폐기냐, 속도조절이냐…기로에 선 소득주도성장
저소득층 소득이 줄면서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저소득층 소득감소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실패 증거일까. 자유한국당과 보수언론은 소득주도성장 실패를 인정하라며 여권을 다그친다. 이에 맞서 변화하는 산업구조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에 인색해서는 안된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소득주도성장이 아니었다면 지금 더 나빠졌다고 봐야 한다"면서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박 전 총재는 "시장친화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 동안 한국의 저부가가치 노동산업은 장시간 저임금 근로에 의존해 수명을 연장해왔다"며 "이런 부분들은 최저임금이 상승하면서 압박을 받고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어야 할 부분"이라 고 주장했다. "저부가가치 부문 정리를 위한 산업구조조정, 산업생태계 재구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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