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외국인 이탈에 따른 주가 급락, 미·중 무역전 쟁과 수출 둔화 조짐, 만성적 저성장 등 3중고가 덮치며 실물과 금융 양쪽에서 내우외환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에 조만간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닥칠것이라고 말한다. 퍼펙트 스톰은 각종 악재가 겹쳐 경제 재앙이 도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로에 선 한국경제를 진단한다.

한국경제에 퍼펙트 스톰 불까
올 초만 해도 3000선을 전망하던 한국 증시가 22개월만인 10월 29일 심리적 지지선이었던 2000선마저 맥없이 내줬다. 이번 하락 국면으로 국내기업 시가총액만 300조원이 증발했다. 11월 들어 우리 증시는 2000선을 되찾았지만 체질 개선 없이는 한국 경제에 희망이 없다는 우려가 거세다.
이번 주가급락은 미·중 무역전쟁과 내수 경기 부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리 경제가 실물과 금융 양쪽에서 내우외환의 국면을 맞은 것이다.
한국 증시, 주가 변동폭 요동
한국 증시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변동폭이 유독 크다. 지난달 코스닥지수는 21.11%, 코스피지수는 13.37% 하락했다. 세계 주요 30개 증시 중 하락률로 따지면 코스닥은 1위, 코스피는 3위를 기록한 것이다. 역설적으로 미중 무역전쟁으로 관세 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중국 상하이 증시 (-7.89%)보다도 낙폭이 컸다. 무역전쟁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입는 곳은 중국임에도 오히려 한국 기업 주가가 더 급락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5000억원 규모의 '자본시장 안정화 자금'을 조성했다. 이번 증시 안정화 자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1월 나온 5000억원 규모의 '증시 안정 공동 펀드' 이후 처음 나온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대책에 대해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판을 제기한다. 유가증권시장 전체의 시가 총액이 1350조원에 달하고 하루 거래량은 7조원 안팎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의 순매도액이 많을때는 하루 5000억원을 넘긴다.
전문가들은 체질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증시 구조는 외국인 투자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높고 그 다음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다. 이는 남을 따라가는 뇌동매매가 심해지는 요인이다. 기업들에게 자금 마련의 수단, 즉 투자의 장이 되어야할 증시시장이 투기의 성격을 띠게 된 이유다. 아울러 증시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기관 투자의 비중은 코스피에서 약 20%, 코스닥에선 약 5%에 불과하다.
셀코리아인가, 리스크 오프인가
코스피가 2000선을 내줬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바닥을 예측하기 힘들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올 하반기는 물론 내년 상반기 역시 낙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가장 큰 문제는 내년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한번 꺾인 투자심리를 되돌리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기술적 반등이 나타날 수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약세장을 벗어날 것이라는 강력한 근거가 부족해 단기 반등 후 기간 조정을 거치며 지리한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이번 주식 폭락을 '셀 코리아'의 기조로 볼 수 있을까? 채권시장과 주식 선물 시장에서는 외국인이 여전히 순매수 기조를 보이고 있다. 실제 외국인들은 올 7월과 9월에 각각 8조9842억원, 1조1790억원어치 선물을 순매수했고 이달에도 2조2974억원을 사들여 매수세를 이어갔다. 채권의 경우에도 7월 3조6216억원, 8월 4조1439억원, 9월 3조234억원, 10월 2조4724억원을 사들였다. 자본은 외부로 유출되지 않았고 국내에서만 돌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종합해 볼때 지금의 하락장은 셀코리아 기조가 아니라 리스크가 큰 주식시장에서 다른 투자처로 갈아타는 이른바 '리스크 오프'일수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수출 둔화로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월(3%)→4월(3%)→7월 (2.9%)→10월(2.7%)로 하향 조정했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도 지난 6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한국은행과 같은 2.7%로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2.8%) 와 한국은행(2.7%)보다 어두운 2.6%로 예측했다.
경제성장전망률이 지속적으로 하향조정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교역량 감소와 이에 따른 경기침체 우려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미국은 지난 7월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관세 25%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중국산 수입품 절반가량에 해당하는 2500억달러 상당의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과의 논의에 진전이 없을 경우 2670억달러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를 시사하고 있기까지 하다.
양국의 무역전쟁은 필연적으로 교역량 감소를 야기한다. 이는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한국은 중국과 미국 이 각각 제1, 2위 교역국인 관계로 그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반도체 등 중간재를 주 수출 물품으로 삼는 것도 한국 산업의 문제 중 하나다. 중국과 미국의 교역량 감소가 바로 양국의 중간재 주문 감소로 이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아시아 국가 전반이 미중 무역 전쟁으로 타격을 입고 있지만 그 중 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현저히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유일한 버팀목이었음을 생각하면 경제성장률 하락세가 예상했던 것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만성적 저성장 기조의 늪
글로벌 무역갈등으로 대외 여건이 불투명해질 뿐만아니라 투자·고용 등 내수경제 지표가 부진하면서 한국경제가 만성적인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은 8월 설비투자가 전월 대비 1.4% 줄며 6개월 연속 감소했다고 최근 밝혔다. 지속적인 감소 추세는 전반적 경기 침체 외에는 달리 설명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고용 또한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 통상 고용은 투자의 후행적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올해 1~9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월평균 10만명으로, 정부의 목표치인 월평균 18만명을 크게 밑돈다.
반면 실업자 수는 111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1000명 증가했다. 이는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사태의 후유증이 남아 있던 1999년 이후 19년 만의 최대 증가폭이다.
넥스트 차이나가 답이다
김학균 신증권 센터장은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의 대안으로 '넥스트 차이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성장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보니 이미 2011년 이후로 저성장은 진행되고 있었다. 5%대의 성장을 하다가 금융위기 때 4% ~ 3% 중후반대의 성장이 생략되며 성장률이 급격히 둔화됐다"며 우리나라의 만성적 저성장 원인을 중국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 중국은 한국에게 기회라기 보다는 오히려 리스크다. 중국은 이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자다. 또 중국은 비지니스를 할 때 제도와 규칙의 불확실성이 큰 나라다.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내수가 됐든 수출이 됐든 넥스트 차이나를 찾아야 한다"며 중국 이외의 대안들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저작권자ⓒ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