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데이터경제 3법' 개정, 당국은 "개정 시급" 업계는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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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경제 3법' 개정, 당국은 "개정 시급" 업계는 '시큰둥'

손지혜
기사승인 : 2019-03-01 09:19:05
"금융사 정보 독점권 사라질 것"
VS "개인정보 오남용 부추길 수도"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절박감을 호소했다. 지난달 13일 금융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실이 국회에서 주최한 '데이터 기반 금융혁신을 위한 신용정보법 공청회'에서 "데이터 경제 3법의 개정을 더는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지금이 우리에게는 데이터 경제를 둘러싼 전 세계적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

 

정작 업계는 시큰둥하다. 소비자들에겐 '데이터 경제'라는 용어부터 생소하다. 데이터 경제 3법이 뭐길래, 당국은 서두르고 업계는 냉소적인가.

 

▲ 2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데이터 기반 금융혁신을 위한 신용정보법 개정안 공청회에서 김병욱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위, 신용정보법 개정 공들여

데이터 경제 3법이란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을 통칭하는 말이다. 이중 금융위는 신용정보법 개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신용정보법을 개정하고자 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 빅데이터 활성화, '마이데이터' 산업 도입, 대안적 개인신용평가를 위해서다.

빅데이터란 데이터 패턴을 분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위는 가명정보(식별성을 낮춘 정보) 형태의 데이터를 이 종(異種) 결합해 빅데이터를 활성화하고자 한다. 금융사가 보유하고 있는 정보와 이동통신사의 정보 등의 결합 등을 통해 금융데이터만으로는 평가하기 어려웠던 부분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료=금융위원회


금융위 금융데이터 혁신과 관계자는 "미국의 프로그래시브라는 보험사에서는 보험 가입자의 급발진 빈도나 브레이크를 밟는 강도 등 주행 습관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보험료의 30%까지 할인해준다"면서 "빅데이터가 제대로 쓰이면 기존 금융권에서도 더 낮은 금리로 더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등 이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또 '마이데이터'는 개인의 금융거래 정보를 개인이 원하는 한에서 모든 은행 계좌를 비롯해 카드, 보험, 통신 등의 정보를 한 곳에 모아 볼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지금은 개인의 금융거래 정보가 분산돼 있다. KB국민은행의 인터넷뱅킹을 통해서는 해당 은행의 계좌 조회 및 이체, 공과금 현황을 볼 수 있지만 KB국민카드를 함께 쓴다면 다시 카드 홈페이지에서 로그인을 해야 하는 식이다.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중간에 생길 경우 개인의 모든 금융 정보를 한번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한다. 일각에서는 이를 통해 "각 금융사의 독점권이 폐지 될 것"으로 전망한다. 아울러 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재무 컨설팅이 가능해진다. 개인의 소비패턴을 분석해 각자에게 알맞은 신용카드를 추천할 수도 있다. 대출을 받기 위해 금융거래 외의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입장이다. 고학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유학 시절 신용카드 발급이 안됐다가 비금융 정보인 아마존에서 전공 서적들을 구매한 내역을 통해 카드 발급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대안적 개인신용평가는 비금융 정보기반의 전문CB(개 인신용평가 기관)가 도입되면서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주부, 사회 초년생 등 신파일러(Thin filer)에 대한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자료=금융위원회


업계는 시큰둥, 고객은 정보 유출 우려

그러나 금융사들은 회의적이다.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 수십 년간 쌓아올린 자사 데이터를 경쟁사나 신생 핀테크사에 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주민등록번호로 대부분의 정보를 알 수 있는 우리나라의 개인정보제도법 상 데이터 3법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 A씨는 "지주사와 은행간에도 정보를 공유하기 어려운 마당에 금융회사가 아닌 타 업권까지도 정보를 주는 것은 제도적인 보완이 우선되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 자 B씨는 "금융위에서 추진을 하는 것이니 금융사들은 부정하기 어렵겠지만 데이터 3법을 개정한다고 해서 먹고 살 수 있는 핀테크 업체가 몇이나 되겠나"라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다.

2금융권 관계자 C씨는 "정보라는 게 이제는 다 돈인데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면 사실상 사업이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는 주민등록번호에 너무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면서 "단순히 금융 활성화를 위해 데이터 3법을 풀어버리겠다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 다른 2금융권 관계자 D씨는 "빅데이터 사업이 활성화가 되려면 비식별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면서 "지금도 비식별화 작업을 엄격하게 진행하고 있는데, 어디까지 풀어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금융 고객들은 '데이터 경제'라는 용어부터 생소하다. 아울러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 고객은 "지인들 중에도 피싱을 당하는 사람을 많이 봤는데 정보가 더 공개 된다면 이런 범죄가 더 기승을 부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은 "지금도 각종 계약서의 개인정보 고지란에 너무 많은 내용이 담겨 있어서 '설마 이상한 데에 개인정보 유출이 되지는 않겠지'라고 짐작하며 대충 읽고 동의함에 체크를 한다"면서 "앞으로 개인정보의 이용이 더 쉬워진다면 방대한 양의 계약서에서 개인정보가 어디에 이용되는지 하나하나 읽어봐야 하니 피로도가 쌓일 것 같다"고 우려했다.

부작용 우려가 막연한 불안감만은 아니다.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보호 장치 없이는 개인정보가 오남용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서울YMCA, 참여연대 등 9개 시민사회 단체들은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비판하며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데이터 강자·개인정보 위험 '양날의 칼'

시민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은 개인신용정보의 오남용을 부추길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가명 처리된 개인신용정보의 상업적 판매, 소셜 미디어(SNS)상 정보 수집의 프라이버시 침해, 프로파일링에 따른 정보주체의 권리 침해, 법제간의 중복과 혼란, 익명조치의 무책임성 등이 그것이다.

아울러 시민단체는 "현재의 신용정보법 개정안은 현재의 신용정보산업 생태계 자체를 완전히 재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구체적인 해설서조차 발간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개정안은 237쪽에 달하며 58개조 중 47개 조문이 개정되고 150여 조항이 신설되며 50여 조항은 삭제된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로 작성된 연구용역보고서에도 금융위가 주장한 '과학적 연구' 조항에 대한 우려가 담겼다. "유럽에서는 연구 공동체와 데이터 거버넌스 체제가 오래 형성돼왔기 때문에 '과학적 연구'라는 개념의 의미가 명확할 수 있으나, 그러한 환경이 아직 성숙하지 않은 한국 사회에서 이 개념이 어떻게 활용, 혹은 남용될지 미지수이기 때문에 과학적 연구 범위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시민 여론도 정보 보호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쪽으로 기운다. 지난해 10월 정보인권연구소 등 3개 연구소가 실시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정보인권 보호를 위한 실태조사' 결과 시민들은 4차 산업혁명의 산업적 가치보다 정보 인권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72.8%는 '금융 및 신용정보'를 가장 보호가 필요한 정보로 꼽았다.

개인정보 보호법의 단일화가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국내 개인정보 보호법제는 개인정보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위치정보법 등으로 나뉘어 있고 감독 권한은 행정안전부, 방송통신위원회, 금융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으로 분산돼 있다. 이를 일원화해야 개인정보 보호가 효율적이고 실효성 있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데이터 경제 3법 개정은 '양날의 칼'이다. 잘 쓰면 데이터 경제의 강자가 될 수 있지만 잘못 쓰면 국민의 개인정보가 위험해질 수 있다. 칼자루를 쥐기 전에 치밀하고 신중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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