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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열 칼럼] 이은재의 '혈서'와 보수의 품격

류순열 기자
기사승인 : 2020-04-14 17:57:03
지질함은 보수와 어울리지 않는다. 책임지는 보수가 지질할 수는 없다. 일제강점기 이 땅의 보수세력은 목숨을 걸었다. 역사의 정통성을 지키기 위해, 민족의 안위와 독립을 위해. 이회영, 신채호, 김구, 김준엽, 장준하 같은 이들이다.

보수우파란 그렇게 한 사회의 중심으로, 공동체 위기를 책임지는 이들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 없는 보수를 어찌 보수라고 할 수 있을까. 수구 기득권 세력일 뿐이다.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일제에 빌붙어 공동체를 배신한 친일파들이 보수일 수 없는 이유다.

총선을 이틀 앞둔 13일 이은재 한국경제당 대표가 '혈서 쇼'를 벌였다. 미래통합당 소속이었으나 공천에서 배제되자 기독자유통일당에 입당했다가 '불교신자'라는 지적에 다시 한국경제당을 창당해 비례대표 1번으로 출마한 그 이은재 의원이다. 혈서 퍼포먼스 전 그는 스스로 '보수정당 여성투사'라 칭하고, "한국경제당을 선택해주시면 윤석열 검찰총장의 호위무사가 되겠다"고 비장하게 선언했다.

이 의원의 비장한 이벤트는 기정사실인 듯 회자했다. 많은 언론이 확인도 없이 이 대표의 혈서 소식을 전했다. 그러나 곧 실상이 드러났다. 저렇게 깨물어서 피가 날까. 동영상속 손가락을 깨무는 이 의원의 모습은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뒤이어 종이컵이 등장했다. 그 안에 뭐가 들었을지 굳이 확인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새삼스럽지는 않다. 이런 류의 쇼는 이 의원이 속해 있던 그 보수정당이란 곳에서 심심찮게 벌어지는 일이었으니까. 지난 3월26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대구시의원과 '긴급 생계 자금' 지급 문제로 논쟁을 벌이다 갑자기 뒤로 벌렁 넘어지는 모습도 이 의원의 손가락 깨물기 만큼이나 어설펐다.

들것에 실려나갈 때 다소곳이 손을 모아 잡은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권 시장은 '실신'한지 12일만인 지난 7일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 복귀했는데, 그 새 대구에선 피땀 쏟은 의료진 급여가 밀리고 있었다. 시는 의료진 수당으로 지급할 예산 200억 원 가량을 이미 중앙정부로부터 받았다는데 말이다.

"수구, 부패, 기득권, 반개혁, 반통일 등 온갖 부정적 이미지와 요소들을 털어버리지 못하고는 당의 미래는 없다."

2005년 2월3일 충북 제천 청풍리조트에서 울려퍼진 외침이다. 미래통합당의 당시 이름 한나라당의 의원 연찬회에서 권철현 의원이 절절히 외쳤다. 15년이 지난 지금 '권 의원의 경고'를 되새기는 건 부질없는 일이다. 세월이 무상하게도 달라진 건 없고 '지질함'만 추가된 터다.

이 의원은 "윤석열을 살리고 대한민국의 헌법체제를 수호할 사람이 누구인가?"라고 외쳤는데, 손가락 하나 깨물지 못하는 결기로 누굴 지키겠다는 건가. 차제에 '보수 사칭'은 그만하고 본인 건강이나 지키길 권한다.
▲ 류순열 편집국장

KPI뉴스 / 류순열 편집국장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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