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19일 KB금융지주 양종희 회장은 경북도청을 찾았다. 이철우 지사를 만나 업무협약을 맺고 2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명분은 '소상공인 저출생 위기극복 및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 지원'이었다.
KB금융 내부에서는 명분과 다른 얘기가 돌았다. 전례없는 지원이었기 때문이다. KB금융 관계자는 "갑자기 지방자치단체에 20억을 준 거다. 그런 전례가 없다"고 회고하면서 "이게 무슨 의미였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수해나 산불 등 대형 재난이 발생했을 때 3억~5억 원 지원하는 일은 있어도 회장이 직접 지자체를 방문해 20억 원을 덜컥 내놓은 사례는 전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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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12월 19일 KB금융지주 양종희 회장(왼쪽)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KB금융그룹] |
시점과 대상 모두 논란거리였다. 당시는 12·3 불법계엄 후폭풍이 휘몰아치는 비상한 시국이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이미 국회를 통과(12월14일)한 상태였고, 국민의힘은 탄핵 저지에 당력을 집중하던 때였다. 이철우 지사도 탄핵 반대를 외쳤고, 관련 집회에도 참석했다.
왜 하필 그런 시기에 그런 인물이었을까. KB금융 안팎에선 양 회장의 연임 포석이라는 해석이 회자했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계엄사태가 수습될 것이고, 윤석열 정권이 더 갈 걸로 봤다는 방증" 이라고 말했다. 그러니 이철우까지 잡으면 윤석열 정권에서 연임하는데 문제없다고 생각한 거라는 얘기였다. 이철우 지사는 국가정보원 출신 정보통이다. 이 관계자는 "김건희에다 정보 라인인 경찰 출신 이철규, 국정원 출신 이철우 셋을 잡으면 연임할 수 있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철규는 이미 그해 여름 만난 걸로 안다"며 "이철규를 통해 경찰 정보 라인을, 이철우를 통해 국정원 정보 라인을 쥐고 청와대로 들어가는 보고서를 통제해 연임 가도를 다지려 한 것"이라고 말했다.
느닷없는 얘기가 아니다. 2023년 양 회장이 선출될 당시부터 시작된 연장선의 얘기다. 회장 후보 시절 윤석열·김건희 정권에 줄서기 했다는 의혹이 있는 터다. 이와 관련한 일화 한토막. "2024년 봄 윤석열 정부에서 아주 높은 분을 만났더니, 나더러 '양종희 회장 잘 모셔' 그래. 그래서 '네? 왜요?'했더니 '거기는 큰 거 잡았어'라고 하는거라." KB금융 고위 관계자가 귀띔해준 경험담이다. 그는 "내부에서도 '양 회장은 큰 거 잡았어'라는 얘길 들은 적이 있는데, 정권의 꽤 높은 분이 똑같은 말을 해 놀랐다"고 회고했다. '큰 거'가 뭔가. 이 관계자는 "누구겠나. 김건희 말고 누가 있어"라고 했다.
그렇게 12·3 내란 이후에도 윤 정권 사람들에게 공을 들였는데 결국 대통령은 파면되고 정권이 바뀌고 말았다. KB금융 관계자는 2025년 대선이 임박한 상황을 이렇게 기억했다. "뒤늦게 난리가 난 거지. 이재명 쪽 줄 찾고 난리가 난거야."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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