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내년도 예산이 2% 삭감됐다. 2년 연속 삭감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정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금감원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했다.
금감원 기류는 부글부글 끓고 있다. 금감원 노조는 즉각 성명서를 내고 “개혁성향 비관료 출신 금감원장에 예산으로 갑질한다”고 비난했다. 금감원은 금융회사들이 내는 감독분담금으로 운영되는 민간기구이지만 금융위의 지도·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다. 금융위원회법상 금융위는 금감원을 통제할 예산·조직·인사권을 쥐고 있다.
금감원의 내년도 총예산은 3556억원이다. 올해 예산 3625억원보다 약 70억원(2%) 줄어든 금액이다. 올해 예산 역시 지난해보다 1.1% 삭감된 규모다.
총예산 중 총인건비는 2104억원에서 2121억원으로 17억원(0.8%) 늘었다.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예산편성 지침에 따라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과 같은 수준으로 인상률을 맞췄다. 금융위는 "금감원의 1인당 급여는 약 9800만원, 성과급을 포함하면 1억400만원"이라며 "순수 인건비와 급여성 복리비 기준으로 계산하면 2% 인상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금감원 내부에선 “0.8% 인상은 직원들의 근속연수 증가에 따른 자연증가분에 불과해 '급여 인상'으로 볼 수 없다”는 반론이 많다. 금감원은 앞서 감사원으로부터 상위직급(총 6급 중 1∼3급 직원)·직위를 감축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금융위는 총인건비를 상위직급 수와 직접 연계하지 않는 대신, 금감원이 자체적으로 상위직급을 줄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10년 간 3급 이상 상위직급을 35%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팀장급 자리 16개를 없앴으며, 내년 조직개편·인사에서 15개를 추가로 없앨 계획이다.
총예산 중 경비는 803억원에서 764억원으로 39억원(약 5%) 깎였다. 금감원 여비 기준이 공무원·공공기관에 비해 높은 편이라서 이를 조정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임원, 공무원은 국장 이상만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이용할 수 있는 데 비해 금감원은 국·실장 이상이 이용하고 있다. 철도 특실도 공공기관은 임원, 공무원은 국장 이상만 이용할 수 있는데, 금감원은 입사 5년이 지난 4급 이상이면 이용할 수 있다.
업무추진비를 10% 이상 감축하라는 내년도 예산지침에 따라 금감원 업추비는 7억원(약 30%) 감소한 16억원으로 책정됐다. 다만 사업예산은 272억원에서 292억원으로 20억원(약 7%) 늘었다. 검사 여비, 정보화 사업, 기업공시시스템(DART) 등과 관련된 사업예산이다. 금융위는 "홍보 3억원, 보험사기 1억원 등 타당성이 인정되는 사업예산 증액에 대해선 금감원의 요구를 전액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이날 금융위 정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예산 삭감으로)직원들 사기가 너무 저하되지 않도록 추스르고 업무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 방만경영 지적에 대해서는 "최근에는 많이 개선됐고, 그런 부분이 고려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예산권을 무기로 금감원 길들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러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출입기자단 송년 오찬세미나에서 금감원과의 갈등설에 대해 "우리도 오해받기 싫다"면서 "예산으로 금감원을 통제한다는 건 하수"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우리가 하는 일의 상당 부분은 금감원과 함께 하는 일들인데 그럴(갈등할) 수 없다"며 "우리는 감사원이나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요구한 그 이상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노조는 이날 ‘개혁은 빈손으로 못한다’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금융위가 금감원 설립 이래 최초로 예산심사를 통해 실질임금을 삭감했다. 모피아 출신 낙하산이 원장으로 오던 시절에는 한 번도 없던 일”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어 “호락호락하지 않은 비관료 출신 윤석헌 원장을 손보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면서 “그 동안 알아서 기던 낙하산 원장과 달리 할 말 하는 원장을 만났으니 기를 꺾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라고 힐난했다.
노조는 “인건비 상승률 주석에 상승률 1.5%를 2%로 반올림해 표시하는 등 유치한 행태까지 보이고 있다. 자유당 시절의 사사오입 사건을 보는 것 같다”면서 “금융위의 예산갑질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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