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후보자, "방향 맞지만 보완하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인정했다. 시장 상황을 감안해 속도조절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문재인 정부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방향은 맞지만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홍 후보자가 정책 기조의 전환 의지가 없다며 "소신 없이 청와대에 끌려다닐 것"이라고 비난했다. '예스맨', '청와대 바지사장' 등의 표현까지 동원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라며 다그쳤다. 박명재 의원은 "소득주도성장은 전 국민이 잘못됐다고 하지 않나"라며 "고용참사, 투자·소득 다 문제 생기는데 왜 잘했다고 하는 것인가"라고 몰아붙였다. 이어 "김동연 부총리가 청와대와 각을 세우니 말을 잘 듣는 '예스맨'인 홍 후보자를 임명했다는 평가가 있다"며 "우리 경제가 왜 잘못됐는지 소신을 갖고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도 "부총리 교체로 우리 경제의 희망을 볼 수 있을까 기대해봤는데 홍 후보자의 발언을 보니 결국 소득주도성장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인사에서는 홍 후보자를 '원톱'이라고 얘기하지만, 시중에는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히든 원톱'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힐난했다. 같은 당 이종구 의원은 "시중에서는 홍 후보자가 '청와대 바지사장'이라고 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소득주도성장, 주52시간 제도를 그대로 하겠다는데 김동연 부총리와 다른 게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홍 후보자가 청문회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서면 질의 답변서 등을 보면 1기 경제팀의 정책 추진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시장에서 경제 정책이 달라지지 않으면 왜 부총리를 교체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 맞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정책기획력과 조정능력이 뛰어나다"고 방어막을 치면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등 정부 정책의 속도감 있는 추진을 주문했다.
심기준 의원은 "우리 경제가 직면한 저성장과 양극화의 구조적인 문제를 풀고 포용국가로 나아가는 데 있어 정책기획력과 조정능력이 중요한데, 홍 후보자가 그래서 임명된 것 같다"고 평했다. 이어 "홍 후보자가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으로 재임할 때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입법 실무를 책임졌고, 국무조정실장 때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에 앞장섰다"며 "규제 혁신의 적임자"라고 치켜세웠다.
같은 당 김경협 의원도 "홍 후보자는 공적개발 원조사업을 설계하고 청와대에서 국정기획 전반을 조율하는 등 행정 경험의 폭이 넓고 경제 분야 전반을 아우르는 정책기획력과 조정능력이 있다"며 "지난 보수 정부 7년간 추락한 성장 잠재력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같은 당 김정우 의원은 "신뢰를 유지하려면 정부 정책의 일관성 유지가 중요하다. 부총리가 바뀐다고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면 안 된다"며 전임 경제팀과 일관적인 기조로 정책을 추진해나갈 것을 주문했다.
홍 후보자는 경기침체 원인에 대해 "경제가 이렇게 된 것은 그동안 누적됐던 구조적, 경기적 요인이 함께 있다"며 "과거 누적돼왔던 구조 요인, 경제체질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지체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선 "내용상 방향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일부 시장 기대와 달랐던 부분은 수정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또 "소득주도성장은 이제까지 시행해왔으나 금년도 소득·경기지표가 부진하기 때문에 아직 본격적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정부가 1년반 해온 효과는 내년 하반기부터 가시적 지표가 반영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을 일부 인정했다. "3·4분기 가계동향에서 5분위배율(소득격차)이 높은 것은 최저임금의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최저임금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도 10.9% 인상으로 시장에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최저임금은 지불능력이나 경제 파급영향 등을 같이 감안해서 앞으로 결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홍 후보자는 종합부동산세와 관련해선 "앞으로 보유세 비중을 단계적으로 높여가야 할 것"이라며 "조세체계 개편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 깊이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문회에서는 홍 후보자가 행정고시 합격 후 만성간염으로 병역면제를 받은 문제도 논란이 됐다.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은 "만성간염으로 병역이 면제됐는데 만성간염은 치료가 만만치 않다. 공무원 근무도 어렵다"며 "왜 행정고시에 합격하고 나서 병역면제를 받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홍 후보자는 재학생 신분을 이유로 4번 신체검사를 연기했고, 1985년도에 폐결핵이 석회화한 음영으로 나타나지만 면제 요건이 안돼 1급 현역 판정을 받았다. 병역기피 시도가 실패한 것"이라며 "1986년 신검에서 만성간염으로 면제를 받았다. 진단서를 받은 절차도 이상하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비활동성' 만성간염이면 (공무원 근무도) 가능하다"며 "당시 간 치료약이 없었고 법정 전염병이어서 군에서 그렇게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병역기피 시도가 실패했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모욕감을 느낀다"며 "고위공직자가 병역 의무를 못한 것은 개인적으로 안타깝고 송구스럽다. 그러나 관련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10년 이상, 지금도 복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KPI뉴스 / 손지혜 기자 sj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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