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생활비 빠듯해도 "집은 자녀에게"…주택연금 가로막는 상속의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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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빠듯해도 "집은 자녀에게"…주택연금 가로막는 상속의 벽

안재성 기자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26-10-15 17:22:17
자녀가 말려서, 부모가 물려주려…가입 망설이는 고령층
8월 말 누적 가입 16만2498…작년 대상 가구 대비 2.1%
집값 상승분 사라지는 건 아냐…정산 오해 풀고 상품성 높여야

김인수(71·남·가명) 씨는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한 아파트에서 부인과 둘이 살고 있다. 대형 건설사에서 정년퇴직 후에도 생활비를 벌기 위해 중소 건설사 계약직으로 계속 일했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현장소장을 맡곤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더 이상 현장 근무를 하기 힘들어졌다. 월 80만 원 정도인 국민연금만으론  생활하기 어려워 주택연금 가입을 생각했지만, 자녀들의 반대에 뜻을 접었다. "아버지 재산은 집 한 채뿐인데 우리에게 아무것도 안 남겨주실 셈이냐"는 게 반대 이유였다.

 

박영희(73·여·가명) 씨는 남편과 사별한 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소형 아파트에서 홀로 살고 있다. 월 100만 원이 조금 넘는 국민연금 외에 다른 소득은 없지만 홀몸이기에 지금까지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요새 물가가 치솟으면서 생활이 더 빠듯해졌다. 두 아들은 "이제 그만 주택연금 가입해서 편히 사시라"고 권한다. 인근 단지에 재건축 바람이 불면서 박 씨의 아파트도 가격이 꽤 올랐다. 주택연금을 받으면 제법 여유로운 생활이 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박 씨는 "아껴 쓰면 괜찮다"며 고개를 젓는다. 집 한 채만은 고이 놔뒀다가 아들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주택연금이란 소유한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평생 또는 일정 기간 매달 안정적인 생활비를 연금 형태로 받는 국가 보증 금융상품이다. 주관기관은 한국주택금융공사다.

 

▲ 8월말 현재 주택연금 가입 현황. [자료=한국주택금융공사]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의원이 한국주택금융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말까지 주택연금 누적 가입자 수는 16만2498명이다. 작년 말 기준 가입 대상 가구 수(773만 가구)를 대입하면 가입률은 2.1%다. 주금공 관계자는 "주택연금 가입 대상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작년말과 올해 8월 말 가입 대상 가구 수에 큰 차이는 없다"고 말했다.

 

주택연금 가입 대상 가구는 부부 합산 보유 주택 공시 가격 12억 원 이하, 부부 중 한 명의 나이가 만 55세 이상 등 조건을 갖춘 가구를 뜻한다. 주택연금이 도입(2007년) 20년째를 맞은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낮다. 미국(2024년 말 3.8%)의 절반 수준이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택연금 가입 부진 원인에 대해 "가족 영향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자녀가 말리는 경우나 반대로 자녀가 원해도 부모가 상속하고 싶은 마음에 거절하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신 연구위원은 "한국의 가정은 대부분 집 한 채가 전재산"이라며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더 이상 '내 집'이 아니라고 생각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주택연금에 가입한 뒤 집값이 오르면 손해라는 오해도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집값 상승분을 모두 잃는다는 생각은 사실과 다르다. 부부 모두 사망한 뒤 주택을 처분해 그동안 받은 연금과 대출이자·보증료 등을 정산하고 남은 금액은 상속인에게 돌아간다. 

 

시세 10억 원인 집을 이용해 주택연금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가입자 사망 시점 해당 주택 시세가 15억 원으로 오르고 사망할 때까지 연금지급총액이 8억 원이라면 상속인에게 7억 원이 상속된다. 

 

신 연구위원은 "그럼에도 여전히 집값이 상승하면 손해라는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홍보 부족인 듯하다"고 했다. 신 연구위원은 "집값이 오를 때 월 연금액도 증가하도록 상품을 설계하면 고령층이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집값은 계속 오른다'는 신화가 무너지면 주택연금 가입 희망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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