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기자의 눈] 빈곤층 '1000원 진료' 없애는 게 약자 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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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빈곤층 '1000원 진료' 없애는 게 약자 복지?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기사승인 : 2024-11-01 15:43:01
'정액제→정률제' 복지부 의료급여 개편안 논란
약값만 해도 지금보다 1회 최대 10배 증가 가능
'가난한 사람 병원 가기 훨씬 어려워질 것' 우려
시민 사회, '건강 불평등 확대' 개편안 철회 요구

보건복지부의 의료급여 개편안이 논란이다. 7월 발표 후 국회 국정감사에서 질타의 대상이 됐다. 지난달 29일에는 126개 단체가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의료급여 개악 철회를 촉구했다.


의료급여는 저소득층 의료비를 국가가 지원하는 공공 부조다. 무상 지원 방식이었다가 2007년 외래 진료 시 일부를 본인이 부담하는 정액제로 바뀌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본인 부담 체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126개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9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의료급여 개악 철회 촉구 결의 대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현재 의료급여 1종 수급자는 1차 의료 기관(의원)에 가면 1000원, 2차(병원‧종합병원)‧3차(상급종합병원) 의료 기관에서는 각각 1500원, 2000원을 낸다. 2종 수급자의 경우 1차 의료 기관만 정액제(1000원)이고 2‧3차 의료 기관에서는 정률제(15%)다. 약값은 1‧2종 수급자 모두 1회 500원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1종 수급자는 1‧2‧3차 의료 기관에서 각각 진료비의 4‧6‧8%를 부담해야 한다. 2종 수급자의 1차 의료 기관 정액제도 사라진다. 약을 지으면 전체 약값의 2%(5000원 상한)를 내야 한다.

복지부는 저소득 약자의 의료 보장을 확대하기 위한 개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렇게 개편하면 가난한 사람은 아파도 병원에 가기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는 보건 의료 단체들의 우려에 힘이 실린다. 의료비 부담이 적잖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수급자 중 외래 진료 이용이 많은 상위 9%만 의료비가 늘어나고 상위 1%의 의료비 증가액은 월 6900원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다 해도 본인 부담금 지원 규모를 월 6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인상하면 수급자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복지부 판단이다.

보건 의료 단체들의 의견은 다르다. 의료비 부담 증가액이 복지부 예상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증가액이 연간 수십만 원대에 이를 수 있고 1종 수급자의 1차 의료 기관 외래 진료 이용 시 평균 본인 부담금이 3배 넘게 늘어날 것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약값만 해도 지금보다 1회 최대 10배까지 증가할 수 있음을 고려하면 이러한 우려를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정률제로 바뀌면 의료비 부담이 얼마나 늘어날지 예측할 수 없어 병원행을 포기하는 수급자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개편안의 전제도 문제다. 복지부는 정률제로 바꿔 수급자의 비용 의식을 제고하고 합리적 의료 이용을 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수급자의 무분별하고 과도한 의료 이용이 문제라고 본다는 얘기와 마찬가지다.

수급자를 도덕적 해이에 빠진 집단으로 매도하고 낙인찍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위험한 시각이다. 병원에 자주 갈 수밖에 없는 노인과 장애인 비율이 전체 인구에서보다 수급자 집단에서 훨씬 높다는 사실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의료급여가 급증해 재정 부담이 가중된다는 주장도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지난 5년간 의료급여 재정 지출 평균 증가율(7.3%)은 건강보험의 그것(7.2%)과 큰 차이가 없었다.

윤석열 정부의 복지 부문 기조는 약자 복지 강화다. 빈곤층을 위한 '1000원 진료', '500원 약값'을 없애려 하는 건 앞뒤가 안 맞다. 한 손으로는 '부자 감세'를 하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그렇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비판이 이어지자 복지부는 개편안 보완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 필요한 것은 일부 보완해 개편안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다. 건강 불평등을 확대할 정률제 개편안을 철회하라는 시민 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 김덕련 기자.

 

KPI뉴스 / 김덕련 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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