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팩트체크] 가짜뉴스 뒤섞인 삼바 분식회계의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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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가짜뉴스 뒤섞인 삼바 분식회계의 오해와 진실

류순열 기자
기사승인 : 2018-11-29 16:40:48
보수·경제지 중심으로 삼성 쪽에 기울어진 언론지형
감리위원 이한상 고대 교수 "명명백백 고의 분식회계…고의 판단 내리지 않는 건 최대 악수"

분식회계(粉飾會計)이슈는 어렵다. 일반인이 이해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전문적이다. '분식'이라는 용어부터 애매한데, 쉽게 바꿔 말하면 '분칠'이다. 짙은 화장이 '생얼'을 숨기듯 분식회계는 기업의 진짜 재무상태를 가린다.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리고 부채를 적게 계상해 재무상태나 경영성과를 보기 좋게 조작하는 행위. 분식회계란 이런 것이다.


영어로 하면 그 뜻이 명확하다. 그냥 회계사기(accounting fraud)다. 투자자를, 시장을 속인다는 점에서 분식회계는 곧 사기다. 미국의 경우 처벌이 엄하다. 미국 굴지의 에너지기업 엔론은 분식회계로 세상을 속이다 2001년말 파산했다. 최고경영자(CEO)는 25년형을 받았다. 외부감사를 맡았던 대형 회계법인 아더앤더슨은 영업정지를 당하고 결국 문을 닫았다.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포츈)으로 칭송되던 엔론은 그렇게 회계사기가 들통나면서 공중분해됐다.

 

▲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이에 비하면 한국의 분식회계 처벌은 솜방망이다. 수조원대 분식회계로 시장을 속인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공중분해는 커녕 상장폐지도 되지 않았다. 문닫은 회계법인도 없다. 오히려 정부는 대우조선을 살리는 쪽을 선택했다. 파산할 경우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이 너무 크기 때문이었다. '대마불사'의 재확인이었다.


금융당국이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낸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사태도 비슷한 흐름이다. 주식거래가 정지되고 상장실질심사 대상이 되었지만 상폐로 갈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속기업의 가치가 있다면 상폐로 가지는 않을 것을 본다"고 말했다. 더욱이 삼성측은 여전히 결백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도 냈다. "소송을 통해 회계처리 정당성을 입증하겠다"는 거다. 

 

▲ 지난 9월 18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기 위해 공군 1호기에 탑승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인터넷 여론도 삼성을 편드는 쪽에 무게가 쏠린다. 성장 가도를 달리는 기업을 금융당국이 회계이슈로 트집 잡아 발목을 잡았다는 투다. 금융당국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몰매맞는 형국이다. 언론의 보도행태가 결정적이다. 보수·경제지 중심으로 언론 지형은 삼성쪽에 기울어 있다. 삼성의 편에서, 삼성의 눈으로 이 사태를 바라본다. 그러다 보니 팩트를 외면하거나 심지어 왜곡하는 '가짜뉴스'를 섞는다. 어차피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이슈라는 건가. 의도이든 실수이든 가짜뉴스는 회계이슈의 복잡성, 전문성의 난해함에 기대 남발되는 형국이다.


그래서다. '삼바 분식회계' 사태를 제대로 보려면 우선 팩트로 둔갑한 가짜뉴스부터 걸러내야 한다. 분식회계가 진짜 재무상태를 가리듯 팩트를 벗어난 가짜뉴스는 진실을 가린다.


금융당국이 판단을 뒤집었다고?


금융당국이 삼바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판단을 번복했다는 주장이 팩트인양 무한반복되고 있다. 처음엔 문제 없다더니 이제와서 문제가 있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도 증선위 결정 이후 반박자료를 통해 "당해년도 재무제표가 포함된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에 제출했고 적합 통보를 받아 2016년 상장되었다"고 밝혔다. 상장 절차에서 문제의 재무제표를 금감원 스스로 '적합'으로 판단한 것 아니냐는 뉘앙스다.


그러나 금감원은 당시 이 이슈에 대해 자체적으로 판단한 적이 없다. 판단하려면 감리를 직접 해야 하는데 그런 과정이 아예 없었다. 당시 삼바 감리는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에서 한 것이다. 당시의 외부감사 규정은 비상장사의 경우 증선위의 위임으로 한공회가 하도록 되어 있었다. 금감원은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한공회의 감리결과를 인용한 것일 뿐이다. 정확히 말하면 삼바 분식회계 논란에 대해 "문제 없다"고 한 게 아니라 "한공회의 감리 결과로는 문제 없는 걸로 나왔다"고 인용해 답변한 것이다.


이걸 가지고 "그때는 맞다더니 이제와서 틀리다고 하는가"라며 따지는 것은 금융당국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려는 반격의 레토릭일 뿐이다. 다만 삼바 사태에 대한 금융당국의 태도에 전혀 변화가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참여연대는 2017년 2월 중순 삼바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특별감리를 요청했고 금감원은 두달 뒤인 4월 특별감리에 들어갔는데, 당시는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나고 정권교체가 기정사실화한 상황이었다. 박근혜 정부가 건재했다면 금융당국이 삼바 분식회계 혐의를 정면으로 다룰 수 있었을까. 추정컨대 그냥 뭉갰을 개연성이 크다. 국정농단사태로 드러났듯 박근혜의 청와대는 안종범 경제수석을 매개로 삼성과 은밀히 거래하는 관계였다. 


관계회사라서 시장가로 평가한다고?


삼성바이오는 2015년말 미국 바이오젠과의 합작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종속회사(단독지배회사)에서 지분률이 더 낮은 관계회사(공동지배회사)로 전환해 회계처리했다. 바이오젠이 49.9%(50% - 1주)까지 주식을 살 수 있는 콜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이유였는데, 증선위는 이를 고의 분식회계로 결론지었다. 당시 에피스에 대한 삼성바이오의 지배력이 달라졌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거였다. 실제 바이오젠은 2015년 7월 이후 콜옵션 행사 연기를 통보했다.


삼성바이오는 이 같은 회계처리 변경으로 수백억원 적자기업에서 약 2조원의 흑자기업으로 깜짝 반전했다. 에피스 지분을 장부가(3300억원)에서 시장가(4조8000억원)로 인식해 회계처리한 덕분이었다. 이 대목에서도 오류가 끝없이 반복된다. '종속회사면 장부가액, 관계회사면 시장가로 평가한다'는 설명이 그 것인데, 완전히 잘못된 주장이다. 종속회사이든 관계회사이든 모두 지분가치를 장부가로 평가하는 게 회계 원칙이다. 둘 모두 지분 보유목적이 주식시장에서 매각하기 위함이 아니라 지배력이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계속 움직이는 시장가격이 아니라 순자산가치가 중요한 정보다.


다만 지배력 변경으로 종속회사가 관계회사가 되거나, 관계회사가 종속회사가 될 경우는 당해년도에 한해 지분가치를 시장가로 인식한다. 기존주식을 매각했다가 전체를 재매입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주식을 매입하려면 현재 시장가격으로 할 수 밖에 없으니 그렇게 평가하는 것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애당초 종속회사도 아니었다는 게 증선위의 판단이다. 에피스 합작 설립 당시부터 종속회사가 아니라 관계회사로 인식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단가가 당초 투자단가에 기간이자만 더한 것으로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콜옵션의 실질성이 있다고 본다. 처음부터 에피스는 삼성바이오의 단독지배회사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가보다 행사가격이 워낙 높거나 해서 행사가능기간내에 행사할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않다면 콜옵션의 실질성이 있다고 보며, 옵션권리가 실질적이라면 옵션 취득시부터 지배력 판단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국제회계기준"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삼성바이오의 에피스 지분가치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계속 장부가로 평가되었어야 한다는 얘기다. 분식회계가 아니라면 3300억원이 4조8000억원으로 뻥튀기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삼바는 자본잠식이었어도 상장할 수 있었나?


일부 신문은 삼성바이오가 설사 당시 자본잠식이었어도 상장이 가능했다고 주장한다. 삼성바이오가 굳이 상장을 위해 분식회계를 저지를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는 단정지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2015년 11월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개정으로 이익 또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은 기업도 상장이 가능해진 건 사실이다. 당시 한국거래소는 이익과 매출이 없는 기업에 적용되는 새 상장 요건으로 '신규상장신청일 현재의 기준시가총액이 6000억원 이상이고 자기자본이 2000억원 이상일 것'이라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 조항 때문에 적자기업도 코스피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는 한 건데, 그렇다고 이 요건이 자본잠식 기업의 상장을 보장하는 조항인 것은 아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신설조항은 형식요건으로 질적심사 대상인 적자, 자본잠식 기업의 상장에 직접 영향을 주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이슈를 처음 제기한 홍순탁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는 "자기자본 잠식이라는 사태를 피하기 위해 회계에서 아무런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 4조원대 이익을 잡은 것이 삼바 분식회계의 내용"이라고 요약했다.

 

그렇다고 오직 상장을 위해서 분식회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좀 더 큰 그림으로 봐야 아귀가 들어맞는다. 이른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빅 픽처'다. 삼성바이오 재경팀이 만든 2015년 6월과 8∼10월 문건의 등장인물만으로도 짐작이 가는 시나리오다. 문건엔 삼성물산 TF, 삼성물산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 삼성바이오의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 등 4대 회계법인, 그리고 삼성 미래전략실이 등장한다.


돌이켜보면 그해 여름 삼성바이오 최대주주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논란이 뜨거웠다. 1대 0.35라는 합병비율, 즉 제일모직 1주와 삼성물산 3주를 교환하는 비율이 문제였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에서 소액주주들에 이르기까지 삼성물산 주주들이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제일모직은 고평가, 삼성물산은 저평가됐다는 주장이었다. 삼성물산은 그해 6월 이전에 아파트를 분양하지 않거나 수주를 소극적으로 해 인위적으로 주가를 눌러왔다는 의심을 받던 터였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 23.24%를 갖고 있었지만 삼성물산 지분은 없었다. 보유주식 가치는 최대화하고, 들고 있지 않은 주식 가치는 최소화하는 것. 최소비용의 합병 방법은 자명한 것이다.


2015년 한해에 시차를 두고 벌어진 두 사건이 무관할까. 분식회계 논란은 합병 수개월뒤에 발생한 일이므로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게 삼성바이오의 설명이다. 그러나 합병 당시 제일모직 가치평가에 관한 국민연금 자료를 보면 이미 당시 삼성바이오의 가치가 분식회계 논란의 내용대로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 세계 최대 의결권자문사인 ISS는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가치를 1조5200억원으로 평가했는데,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은 8조9360억원으로 평가했다. 같은 기업을 두고 가치를 평가한 것인데, 6배 차이가 난다. 당시 ISS는 적정 합병비율로 1대 0.95를 제시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엔 합병반대를 권고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회계업계에서 삼성은 수퍼갑"이라며 "회계법인은 삼성 입맛대로 맞추고, 권력 핵심의 압력이 작용하던 국민연금도 따라갔을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는 상장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의 큰 그림에서 이미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서부터 반영이 된 것이고 차후 현실을 맞추는 작업(실제 분식회계)으로 이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정서 가려질 진실


삼성바이오가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수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섣불리 예단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 대목에서 증선위 감리위원으로 참여한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의 소회는 음미할 만하다.

 

이 교수는 11월 14일 증선위 결정후 페이스북에 "너무나 명명백백한 고의에 의한 분식회계"라며 "이 건은 회사와 회계법인이 유착해 상장을 앞두고 모든 무리수를 동원하여 회사의 순자산과 이익을 부풀린 것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감리위원회가 국제회계기준(IFRS)은 재량에 따른 회계처리이니 존중해달라는 회사와 감사인의 궤변에 설득당해 2015년의 회계처리 변경에 대해 고의가 아닌 중과실 이하의 지적을 한다면, 그 것은 마치 방안에 코끼리가 있는데 없는 듯 행동하는 것이며,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우기는 무리들의 말에 동조하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아울러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고의 (분식회계) 판단은 개별회사 수준의 충격에 불과하나, 고의 판단을 내리지 않는 것은 자본시장 및 회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최대의 악수가 되어 두고두고 문제의 소지가 될 것"이라고.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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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순열 기자 진실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끝까지 좇겠습니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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