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제한도와 적용대상'이 핵심…"확대 논의보다 실효성 입증이 우선"

'가업상속공제' 개편안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말 그대로 가업을 물려줄 때 상속세 일부가 면제되는 제도를 놓고 때아닌 '대물림 논쟁'이 불거진 것이다. 대립각을 세우는 건 재계와 시민단체다. 양측의 주장은 동일하다. 정부가 '반쪽짜리' 대책을 내놓았다는 것. 같은 단어를 사용했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괴리감이 크다.
재계가 강조하는 것은 '책임의 대물림'. 부정적 이미지인 '가업승계'가 아니라 일자리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기업승계'란 의미다. 그렇기에 제도의 완화를 주장한다. 시민단체는 '부의 대물림'이라 맞선다. 기업들의 불·탈법적 세습이 만연한 상황에서 세금 없는 '부의 대물림'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도의 강화를 주장한다. 정부는 요건을 완화하면서도 '부의 대물림'으로 악용된다는 우려를 고려한 균형책을 제시했지만, 극명한 온도차만 확인한 셈이다.
문턱 유지하고 부담은 낮춘 가업상속 공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가업상속공제'는 1997년 도입됐다. 이른바 '100년 전통의 명품 장수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취지였다. 지난 20년간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수차례 개정돼왔다. 이번 개편안은 일부 요건을 완화하면서도 기존 틀을 유지했다는 평가다.
개편안을 보면 먼저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뒤 업종, 자산, 고용을 일정 범위로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기업인의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다. 독일이 최대 7년, 일본은 5년을 적용 중인 점도 고려됐다.

업종 변경 허용 범위도 확대된다. 사후관리기간 도중 경영상 필요로 업종을 변경할 경우, 허용되는 범위도 한국표준산업분류 5단계 분류체계(대-중-소-세-세세분류) 중 '소분류 이내'에서 '중분류 이내'로 넓힌다. 대분류 범위에서 업종 전환을 추진하는 사업자는 정부가 설치한 별도 심의위원회 논의를 거쳐 업종 전환을 추진하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테면 앞으로 제분기업이 제빵업체로 전환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기존 산업분류상(소분류 기준) 제분업은 전분 및 전분제품 제조업에 속하고 제빵업은 기타 식품 제조업에 해당돼 서로 같은 소분류로 분류되지 않아 업종 전환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중분류로 범위를 확대하면 제분업과 제빵업은 같은 식료품 제조업에 속해 업종 전환이 가능해진다. 중분류상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 제조업'인 제약업체가 허가를 받으면, 화장품 제조업(화학물질 및 화학제품 제조업)으로 변경할 수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견기업의 고용유지 의무도 완화된다. 중견기업은 현재 사후관리 기간 동안 상속 당시 정규직 근로자의 120%를 유지해야 했다. 이제 중소기업과 같은 기준인 100%를 적용 받는다. 또 사후관리기간 중 20% 이상 자산 처분을 금지하는 현행 규정에 예외 사유도 만들기로 했다. 탈세나 회계부정 등으로 처벌 받을 경우 상속 전 공제 대상에서 배제하거나 상속 후 세금을 추징하는 방안 등도 포함됐다.
공제 한도·적용 대상 매출액 기준 꾸준히 확대
대물림 논쟁의 핵심은 '공제 한도와 적용대상 확대'다. 이번 개편안에는 적용대상 확대와 공제한도 확대는 포함되지 않았다. 1997년 제도 도입 당시 공제 한도는 1억 원이었다. 기업이 사전·사후 관리 요건 등을 충족하면 1억 원이 공제됐다. 이후 2008년 30억 원으로 시작해 점차 늘었고 2014년엔 500억 원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처음보다 500배 늘어난 셈이다.
이에 맞물려 적용 대상도 꾸준히 확대됐다. 처음에는 중소기업에 한정됐으나 2011년 매출액 1500억 원 이하의 중견기업으로 확대됐고, 현재는 3년 평균 매출액이 3000억 원 미만인 중견기업까지 공제가 가능해졌다. 작년 기준 매출액 3000억 원 미만 중견기업은 전체 중견기업의 86.5%에 해당하는 3471개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국회에서 논의하겠지만 매출액 기준 확대와 공제한도 확대는 검토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실속 없는 제스처" vs "소수만을 위한 혜택"
재계는 '실속 없는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장은 "기업 철학과 전통, 경영권 자체가 휘청이는데 성장을 위한 혁신 투자,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겠나"라면서 "부의 대물림이라는 비합리적 맹목에서 벗어나 기업승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정립할 때"라고 말했다. 장수기업과 유니콘기업(상장 전 기업가치 1조 원 기업)을 만들기 위해 가업상속 제도를 완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기업들이 요구한 내용에 비해 크게 미흡해 기업이 규제 완화 효과 자체를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중견기업연합회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현행 매출액 3000억 원에서 1조 원으로 확대하고, 공제한도를 500억 원에서 1000억 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현재 국회에는 매출액 기준을 최대 '1조2000억 원'까지 상향하는 법안도 발의된 상태다.
반면 시민단체는 '일부를 위한 특권'이라고 주장한다. 가업상속 제도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정책이 아닌, 일부 고소득층을 위한 제도라는 것이다. 경제개혁연구소는 "가업상속공제를 받는 인원은 전체 피상속인의 0.02%에 불과하다"면서 "불평등의 해소를 주장했던 이번 정부에서 가업상속공제를 완화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재계 일부가 적용 대상 확대를 주장하고 있지만 본래 취지와 무관한 세금을 줄이기 위한 상속으로 공제제도가 악용돼선 결코 안 되며 대상 기업 매출액 기준도 더 확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제 대상이나 한도보다 실효성 우선 입증해야"
전문가들은 공제 대상이나 공제 한도 확대 논의보다 실효성 입증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매출액 기준을 높여야 한다는 건 문제가 있다"면서 "먼저 사후관리 요건 완화를 통해서 현재 기업들의 활용도와 성과가 나오면 종합적으로 검토할 것이지 대상을 넓혀서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금 감면 혜택은 기업인을 위한 게 아니라 기업을 위한 것이라는 측면이 부각되어야 한다"면서 "소유주가 혜택을 보는 게 아니라 기업에 근로하는 종사자들이 다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당정은 오는 9월 초 가업상속 공제 개편안이 담긴 세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만약 국회 파행없이 예정대로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재계는 공제대상 상향 조정, 상속세·증여세 완화 등 사안을 국회에 정식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태세라 논쟁은 지속할 전망이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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