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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정국에서 남발되는 '어쩌다 특보'

박상준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22-02-20 10:05:26
자주 만나는 친구들 사이에 요즘 묵시적으로 합의한 것이 있다. 여럿이 모일 때는 가급적 정치얘기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대선 정국이다 보니 매너있고 점잖은 친구들도 대선 얘기만 나오면 성향을 드러내며 자신도 모르게 핏대를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어느날 '대깨문'이라는 말을 들을 만큼 진보성향을 가진 친구가 국민의힘이 보내온 사진을 보여줬다. 윤석열 후보의 직인이 찍힌 특보 임명장이었다. 그는 씩 웃으며 "윤석열이 당선되면 날 만나기 힘들것" 이라며 으스댔다.

그말을 듣고 있던 다른 친구가 이재명 후보 특보로 임명됐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스마트폰 메시지를 보여주며 회심이 미소를 지었다. 그는 열렬한 국민의힘 지지자였다. 그들은 여야 대선후보의 특보로 임명됐지만 투표는 정반대로 할 사람들이다. 

여야가 대선을 앞두고 경쟁적으로 '특별보좌관'을 남발하면서 벌어진 해프닝이다. 특보 임명장은 정당 가입이 금지된 현직 공무원은 물론 특보가 뭔 뜻인지도 모를 초등학생에게도 발급되는 지경이라고 한다.

'돈봉투'만 사라졌을 뿐 선거문화는 이렇게 여전히 후진적이다. 특보 임명장만 주면 내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중앙의 강요로 당협위원장들이 마구잡이로 특보를 늘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다 특보'들이 광고전단지처럼 흔한 특보임명장에 현혹될 리 만무하다. 술자리 안줏거리가 될지언정 후보가 당선됐다고 임명장을 흔들며 생색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쩌다 특보'뿐이겠나. 여야 대선캠프 주변에 정치적 소신을 위해 순수한 일념으로 뛰는 사람이 얼마나 될는지 의문이다. 불나방처럼 대선캠프에 뛰어들어 권력의 동아줄을 붙잡으려는 군상들이 태반일 터다. 

대통령이 마음대로 꽂을 수 있는 자리는 많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2000여 개는 된다고들 한다. 통상적인 공무원 인사를 뺀 수치다. 청와대 비서실 뿐만 아니라 골프장이나 카지노 사장, 공기업 경영진, 수련원 원장등 부지기수다.

그래서 대선이 끝나고 챙길 사람을 추려보면 수만 명이 되고 이 가운데 자리를 줄만한 사람은 수천 명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마땅한 직장을 잡지 못해 시민운동가 명함을 갖고 다니거나 심지어 평생 백수로 있던 선거꾼들이 하루아침에 청와대 행정관이나 공기업 감사, 정무직 공무원으로 엘리베이터 탄 경우가 적잖다.

더 큰 야망을 가진 사람들은 충성경쟁을 위해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고 '가짜뉴스'를 퍼트리며 정치를 오염시키는 사례도 많다. 대선이 막판으로 갈수록 혼탁해지는 데는 이들의 전투력도 한몫했다. 그래야 '핵관(핵심관계자)' 눈에 들기 때문이다. 

대선이라는 장기레이스도 어느덧 끝이 보이고 있다. 보름뒤 당락이 결정되면 누가 되든 권력이 이동하고 누군가는 초조하게 논공행상을 기다릴 것이다. 물론 내 친구들처럼 전국의 수많은 '어쩌다 특보'는 대선 전리품 근처에도 가보지 못하고 조용히 잊혀지겠지만.

▲박상준 충청본부장

KPI뉴스 / 박상준 기자 p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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