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이종우의 인사이트]인플레 징후에도 미 연준은 왜 느긋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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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의 인사이트]인플레 징후에도 미 연준은 왜 느긋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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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승인 : 2021-11-13 20:21:26
10월에 미국 소비자물가가 6.2% 상승했다. 31년만에 최고치다. 곤란해진 건 연준이다. 많은 사람이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얘기했지만 귀담아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든 나라의 중앙은행은 통화가치 안정을 존립 목적으로 한다. 돈의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려는 건데, 이를 위해서는 물가가 오르지 않아야 한다. 물가가 오르면 돈의 가치가 그 만큼 낮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앙은행은 틈만 나면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으려 한다. 

정부는 입장이 다르다. 항상 낮은 금리를 원하는데, 저금리가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둘의 목표가 다르다 보니 항상 묘한 긴장감이 흐를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은 반대였다. 5월에 재무장관이 지금 미국의 금리가 너무 낮으니 경고 차원에서라도 완화 정책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연준은 물가 걱정이 없으니 완화정책을 바꿀 필요가 없고, 미국 경제가 제자리를 찾은 후에나 고민해 보겠다고 응수했다. 전임 연준 의장이었던 재무장관의 의견을 연준이 정면으로 무시한 건데, 이렇게 정부와 중앙은행의 입장이 뒤바뀌는 건 사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이런 일은 연준이 스스로 경기 조절 기관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9·11테러 때부터 연준의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는데, IT버블 붕괴와 테러의 공포가 만연하자 연준이 유동성을 공급하고 기준금리를 1%까지 내려 경제가 안정을 찾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그 덕분에 2007년까지 미국 경제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지만 금융위기의 싹이 트고 자랐다. 너무 낮은 금리가 부실 대출을 양산한 것이다.

연준의 잘못된 판단에 의해 발생한 금융위기가 연준의 역할을 키우는 상황이 벌어졌다. 금융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리는 일이 모두 연준의 권한이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발생하고 연준도 힘이 들었던지 '이제 정부가 역할을 할 때'라고 얘기했지만 누구도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았다. 중앙은행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커져 사람들이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하는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인플레에 대해 미국 중앙은행이 잘못된 판단을 내렸던 것보다 더 큰 오류가 앞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9월에 미국의 주택가격이 1년전보다 19.7% 상승했다. 상승률만 보면 금융위기 발생 직전보다 더 높다. 진짜 문제는 여기에 있다. 공산품 공급 부족으로 물가가 오르는 건 공장이 정상이 되면 없어지지만 주택은 다르다.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제어하기 힘들다. 이미 여러 군데에서 불안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연준은 집값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시장은 두려워한다. 손 놓고 있다가 한계에 도달한 후에 허겁지겁 금리를 올리고 돈을 회수하는 게 아니냐고.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1년전 미국에서는 상당수 지방은행이 망했다. 부실 대출 때문이었다. 심지어 대형금융사인 베어스턴스까지 문을 닫았지만 연준은 관심이 없었다. 부실 대출을 다 합쳐도 규모가 크지 않으므로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이미 수습할 수 없는 단계에 들어가 있었다. 이번에는 다를 거라는데 과연 그럴지 한번 지켜봐야겠다.

▲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이종우는

애널리스트로 명성을 쌓은 증권 전문가다. 리서치센터장만 16년을 했다. 장밋빛 전망이 쏟아질 때 그는 거품 붕괴를 경고하곤 했다. 2000년 IT(정보기술) 버블 때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용감하게 외쳤고, 경고는 적중했다.경제비관론자를 상징하는 별명 '닥터 둠'이 따라붙은 계기다.

그의 전망이 비관 일색인 것은 아니다. 거꾸로 비관론이 쏟아질 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경우도 적잖다.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 결정 직후 비관론이 시장을 지배할 때 정작 그는 "하루 이틀이면 진정될 것"이라고 낙관했고, 이런 예상 역시 적중했다.

△ 1962년 서울 출생 △ 1989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 1992년 대우경제연구소 입사 △ 2001년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2007년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1년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년 아이엠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8년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저서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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