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서울 인사동서 最古 한글 금속활자 1600점 무더기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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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사동서 最古 한글 금속활자 1600점 무더기 발굴

김지원 Google구글에서 선호하는 출처로 추가
기사승인 : 2021-06-29 11:09:17
탑골공원 인근 '도시환경정비사업 부지'서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훈민정음 창제 당시의 표기가 반영된 가장 이른 시기의 한글 금속활자를 포함해 15∼16세기에 제작한 조선 전기 금속활자 1600여 점이 발견됐다.

▲ 조선금속활자 발견 당시 모습. [문화재청 제공]

임진왜란 이전에 제작한 조선시대 금속활자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한글 활자 약 30점만 현존한다고 알려졌는데, 서지학계가 고대하던 조선 전기 활자가 무더기로 나온 것이다. 중앙박물관 활자는 1455년 무렵 제작됐다.

아울러 기록으로만 전하던 조선 전기 과학유산인 천문시계 '일성정시의'(日星定時儀) 부품과 '자격루'와 같은 물시계 부속품 '주전'(籌箭)의 일부로 보이는 동제품도 발굴됐다. 세종 시대 과학유산 흔적이 대규모로 발굴되기는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수도문물연구원이 발굴조사 중인 탑골공원 인근 '서울 공평구역 제15·16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부지'인 인사동 79번지에서 항아리에 담긴 많은 금속 유물들이 한데 묻혀있는 상태로 발견됐다고 29일 밝혔다.

출토된 유물들은 △ 조선 전기 제작된 금속활자 1600여점 △ 세종~중종때 제작된 자동 물시계 부품 △ 세종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천문시계 △ 화포인 총통(銃筒) 8점, 동종(銅鐘) 1점 등이다.

이번에 발굴된 금속활자 중 가장 큰 관심을 끄는 것은 훈민정음 창제 당시 표기가 반영된 한글 금속활자들이다.

한자 활자 1천여 점과 한글 활자 600여 점이 나왔다. 조선 전기의 다양한 금속활자가 한곳에서 발견된 첫 사례로, 구텐베르크가 1440년대 서양 최초로 금속활자와 인쇄술을 개발할 무렵 제작한 것으로 판단되는 유물이 포함됐다.

조선시대 금속활자는 제작한 해의 육십갑자를 이름으로 붙이는데, 1434년 제작했다는 갑인자(甲寅字)를 비롯해 1455년에 만든 을해자(乙亥字), 1465년 활자인 을유자(乙酉字)로 보이는 유물이 확인됐다.

▲ 1434년 갑인자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금속활자. [문화재청 제공]

아울러 한글 금속활자 중에는 훈민정음 창제 시기인 15세기에 한정적으로 사용된 '동국정운식 표기법'을 쓴 활자와 한문 사이에 쓰는 한글 토씨인 '이며'나 '이고'를 편의상 한 번에 주조한 이른바 '연주활자'(連鑄活字) 10여 점도 있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다양한 크기의 한글 금속활자가 출토됐다"며 "아직 금속활자 분석이 끝나지 않았는데, 종류가 다양해 인쇄본을 찍을 때 사용한 조선 전기 활자의 실물이 추가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크기와 뒷면을 깎은 모양새를 보면 활자가 각양각색"이라며 "활자 상태는 대부분 온전하지만, 일부는 불에 녹아 엉겨 붙어 있었다"고 덧붙였다.

도기항아리에서는 금속활자와 더불어 세종~중종 때 제작된 자동 물시계의 주전으로 보이는 동제품들이 잘게 잘려진 상태로 출토됐다. 동판에는 동그란 구멍이 있고 '일전'(一箭)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구슬방출기구는 원통형 동제품 양쪽에 각각 걸쇠와 은행잎 형태의 갈고리가 결합됐다. 이 같은 형태는 '세종실록'에 나오는 주전 관련 기록과 일치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동제품이 주전이라면 세종 20년인 1438년 제작된 경복궁 흠경각 옥루나 중종 31년인 1536년 창덕궁에 새로 설치한 보루각 자격루의 부속품일 가능성이 있다. 옥루는 현존하는 부재가 전혀 없고, 자격루는 물통 일부가 남아 국보로 지정됐다.

▲ 물시계 부속품인 '주전'으로 추정되는 동제품. [문화재청 제공]

활자가 담겼던 항아리 옆에서는 주·야간의 천문시계인 '일성정시의'가 발견됐다. 일성정시의는 낮에 해시계로 사용하고, 밤에는 별자리를 이용해 시간을 가늠한 도구이다. '세종실록'에는 1437년 일성정시의 4개를 제작했다고 기록됐는데, 전래하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일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출토 유물을 복원하면 원형 고리 3점이 되는데, 명칭은 각각 주천도분환(周天度分環), 일구백각환(日晷百刻環), 성구백각환(星晷百刻環)이다.

총통은 소형 화기인 승자총통 1점과 손잡이를 부착해 쓰는 소승자총통 7점으로 구성되며, 길이는 모두 50∼60㎝이다. '계미'(癸未) 글자가 있는 승자총통은 1583년, '만력무자'(萬曆戊子) 글자를 새긴 소승자총통은 1588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된다.

소승자총통 명문(銘文, 금석에 새긴 글자) 중에는 제작자인 '희손'(希孫)이 있는데, 보물로 지정된 서울대박물관 소장 '차승자총통'에도 나오는 이름이라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만력무자' 글자 총통은 명량해역에서도 발견된 바 있다.

▲ 인사동에서 나온 총통. [문화재청 제공]

동종은 '가정십사년을미사월일'(嘉靖十四年乙未四月日)이라는 글자가 있어 1535년 4월에 제작됐음이 확인됐다. 다만 왕실에서 발원(發願, 신에게 소원을 빎)한 동종과는 서체가 다른 것으로 분석됐다. 양식상으로는 15세기 후반에 제작한 '전 유점사 동종'이나 '해인사 동종'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모든 유물은 1588년 이후에 같이 묻혔다가 다시 활용되지 않은 것 같다"며 "보존처리와 추가 연구를 거치면 조선 전기 인쇄술과 과학기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매우 중요한 자료"라고 말했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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