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野 서울시장 슬로건 경쟁…"개혁 시대정신 못 담아" 혹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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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서울시장 슬로건 경쟁…"개혁 시대정신 못 담아" 혹평도

남궁소정
기사승인 : 2021-01-19 14:24:41
나경원 '독하게 섬세하게', 오세훈 '다시 뛰는 대한민국'
3년 전 '혁신 경영' 내건 안철수, 이번엔 오직 '반문' 뿐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후보들의 윤곽이 잡혔다. 야권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의 후보 간 '슬로건 전쟁'도 덩달아 활기를 띠고 있다. 비전과 목표를 압축해 보여주는 정치 슬로건은 선거 때 이미지를 또렷하게 각인시키는 효과적 수단이다.

후보자의 정체성과 유권자가 갈망하는 시대정신이 조화를 이룬 슬로건은 민심을 움직인다. 겉만 번지르르한 슬로건은 곧바로 역효과가 난다. 각기 다른 슬로건과 키워드를 내건 '야권 빅3'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서울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민심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인가.

▲ 국민의힘 나경원 전 의원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상가에서 서울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나경원 전 의원의 '독하게, 섬세하게' 슬로건이다. 그는 지난 13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먹자골목에서 "'독하게, 섬세하게'가 이번 선거에 임하는 다짐이자 국민들께 드리는 약속"이라며 "강단 있는 리더십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섬세한 행정으로 약자를 돌보겠다"고 출마를 선언했다.

나 전 의원이 2011년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설 당시 슬로건이 비교적 무난한 '행복한 서울'이었던 점을 볼 때, 고심 끝에 선택한 슬로건처럼 보인다. 나 전 의원은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나 여권과 독하게 싸우겠다는 의미가 있고, 그 과정에선 세심하게 정책을 쓰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나 전 의원이 강한 보수의 적자임을 강조하며 지지층을 결집할 의도가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UPI뉴스에 "독하게 보수 이익을 대표하겠다는 건데, 나 전 의원이 원내대표 당시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인상이 좋지 않았다. 이로 인해 '섬세하게'를 넣어 '독하게'와 중화작용을 시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나 전 의원은 "중도인 척하지 않겠다", "중도 이념은 없다" 등의 발언을 거듭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보수색 강조 전략이 당 경선에선 먹혀도 본선에선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경선에서 보수몰이를 외치던 사람이 본선에선 돌연 중도확장을 외치면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겠나"라고 일갈했다.

▲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번 출마선언에서 '메인 슬로건'을 내걸진 않았지만 '결자해지' 등의 키워드를 내세워 반문재인·반박원순을 강조했다. 2018년 서울시장 선거에선 '바꾸자! 서울. 혁신경영 안철수'라는 구호를 외쳤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로 인해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안 대표의 회견문은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서울 시정에 대한 비전은 없고 정치적 내용으로 가득하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인지, 총선 보궐선거 후보인지, 대선 후보인지 모를 정도였다"고 했다. 최창렬 교수는 "와닿지 않는 '혁신경영' 같은 슬로건보다 현 정부 심판론으로 야권에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겠지만 '반문'만 강조해 오히려 과거 대신 미래를 바라보는 '전망적 투표'를 막을 수 있다"라고 했다.

2010년 '시민이 행복한 서울, 세계가 사랑하는 서울'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당선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번에는 '다시 뛰는 대한민국, 서울시를 위하여'라는 슬로건을 외쳤다. 출마 선언문을 훑어보면 미래에 대한 비전보단 '무상급식 파동'에 대한 절절한 사과와 반성이 대부분이었다.

▲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지난 17일 오전 서울 강북구 북서울꿈의숲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선언하고 있다. [뉴시스]

공교롭게도 '안오나(안철수·오세훈·나경원)'라고 불리는 이들은 모두 과거의 실패를 만회해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도 이들의 슬로건과 행보는 큰 임팩트를 주지 못하고 있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나 전 의원의 경우 트럼프의 '미국을 위대하게'나 바이든의 '아메리카 어게인'과 같이 간결하면서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라고 했다.

현 한국 사회 시대정신이 담긴 슬로건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엄 소장은 "최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차기 대선 주자 선두로 달린다는 점을 볼 때 여전히 개혁에 대한 요구, 기득권 타파에 대한 민심이 살아있다"라며 "촛불민심이 요구하는 개혁에 대한 시대정신이 반영되지 않은 국민의힘의 우세는 장담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KPI뉴스 / 남궁소정 기자 ngsj@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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