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연임 공식화한 손태승…금융당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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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 공식화한 손태승…금융당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강혜영
기사승인 : 2020-02-26 15:40:27
CEO 문책 지나치다·금융당국 책임론·제재 근거 모호 등 논란 지속
금감원·금융위 엇박자?…"규제완화 밀어붙인 금융위에 더 큰 책임"

해외금리 연계 파생상품(DLF) 중징계 파장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가 4일 DLF사태 관련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의 징계안을 확정하면 소송전이 시작된다. 

당장 지배구조가 불확실해진 우리금융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3일 이사회를 열어 25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손태승 회장 이사 선임안을 결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 연임 도전을 공식화한 것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뉴시스]


우리금융은 손 회장 외 대안이 없는 터라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감독당국과의 불편한 관계가 큰 부담이지만 "조직 안정성과 기업가치를 위해선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달 3일 윤석헌 금감원장은 손 회장과 하나금융 함영주 부회장에 대한 문책 경고를 결정했는데, 이는 금융사 임원 연임과 3년간 금융권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다.

금융당국은 당혹스러운 기류다. 우리금융의 법적 대응 태세에 "우리금융 이사회가 결정할 일이며, 거기에 대응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이 부담스러워하는 불편한 관계에 대해서도 "우리가 뭐라도 하면 보복한다고 할 텐데 뭘 할 수 있겠냐"는 푸념이 나온다. 행여 종합검사라도 세게 한다면 보복한다고 비난에 직면할 게 뻔하다는 얘기다.

CEO중징계가 양쪽 모두에게 껄끄럽고 불편한 상황을 야기한 셈이다. 이 때문에 CEO 중징계의 적절성을 놓고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굳이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느냐는 얘기가 감독당국 내부에서도 나온다.

'은행들이 잘못을 인정했고, 배상과 재발 방지를 약속한 마당에 CEO 중징계로 지배구조까지 흔들 필요가 있었느냐'는 얘기다.

대안없는 우리금융, 정면돌파 선택

금융위가 4일 우리은행, 하나은행에 대한 금감원 제재심의 기관제재안을 확정하면 금감원은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문책경고도 최종 통보할 예정이다. CEO문책경고는 이미 한달전 윤석헌 금감원장 결재로 확정된 것인데, 이날 금융위 기관제재 확정후 금감원이 통보함으로써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우리금융은 중징계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소송에 돌입할 전망이다. 금감원이 제재 근거로 삼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CEO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했으며, 현장에서 이를 운영하는 문제는 CEO 책임이 아니라는 게 우리금융의 주장이다.

은행권에선 "금감원 분쟁 조정안을 모두 수용해 투자자에게 배상키로 했고, 재발 방지 시스템도 마련했는데 CEO 중징계는 지나쳤다"는 하소연과 함께 금융당국 책임론도 꾸준히 제기된 터다.

DLF 상품이 모두 팔리고 피해 고객들이 민원을 신청하고서도 몇 달이 지나서야 대응에 나선 '관리·감독 부실' 논란, 자본시장법의 적용받는 불완전 판매 사안을 금융회사지배구조법(내부통제 미비)을 끌어들여 중징계한 '꼼수 징계'도 논란거리로 남아 있다.

▲ DLF피해자대책위원회, 금융정의연대 등 관계자들이 작년 12월 9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DLF사태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재개최 요구 청와대 진정서 제출 긴급 기자회견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한국서 금융감독하기 어렵다"…금감원도 볼멘소리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우리금융 법적 대응 태세에 대한 금융당국 관계자의 반응이다. 그는 "종합검사 세게 하면 보복한다고 또 (언론에) 두들겨 맞을 것"이라며 "대한민국서 금융감독하기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

윤석헌 원장도 지난달 2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인사 문제는 이사회와 주주가 알아서 할 일이지 우리가 더이상 할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감독 소홀 책임론에 대해서도 한 관계자는 "금융규제 완화 시기엔 금융감독을 세게 할 수 없다. 그럼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것이 되니까. 그러니 사전보다 사후에 감독 이뤄지는 게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사전 관리·감독의 어려움을 지적한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상품에 대해서 전부 하나하나 팔로업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불완전 판매를 사전에 철저히 감독하는 것이 어렵다"며 "다만 사후에 강한 중징계를 내릴 경우에는 그 이후로 금융사들이 자율적으로 규제를 하게 돼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전적으로 사모펀드 규제를 강화하면 자본시장이 발달함으로써 오는 순기능조차 부정하게 된다"며 "선진적인 금융시장은 사전 규제보다 사후감독에 더 치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의 불편한 속내…때려도 내가 때린다?

금감원이 손발이라면 그 머리 격인 금융위원회도 내심 불편한 기색이다. 한 관계자는 "금감원도 법대로 한 것이니 뭐라고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제재의 효과 측면에서 보면 한 번 더 심의하는 절차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CEO 중징계에 '패싱'당한 것이 못마땅한 게 금융위의 속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위 입장에서는 제재를 가하고, 또 깎아줌으로써 금융시장의 기강을 세우는 것이 자신들의 권한인데 금감원이 면을 못 세우게 중징계를 전결 처리하니 불편한 것"이라며 "'왜 세게 때려, 때리더라도 왜 네가 때려'라는 속내"라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DLF 사태는 관리·감독에 대한 금감원의 책임도 있지만, 자본시장 육성을 위해 사모펀드 규제를 정책적으로 낮춘 금융위의 책임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금융위가 금융정책을 정하고 금감원은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는 "금융위가 2015년 시민단체의 반발에도 자산운용업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사모펀드 규제 완화를 밀어붙인 것이 더 큰 책임"이라며 "제도를 완화하고 사모펀드는 선수들이 참여하니까 규제하지 말라고 해 놓고 이제와서 관리·감독 부실만 지적하는 것은 번지수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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