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회계기준원장 강경 발언…"삼성은 회계 기준 휘는 블랙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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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기준원장 강경 발언…"삼성은 회계 기준 휘는 블랙홀"

유충현 기자
기사승인 : 2025-07-16 17:50:04
"삼성 근처 가면 감사인이나 전문가들도 헛소리한다"
삼성생명 유배당부채 문제 공론화…그룹전체 뇌관 되나

"이 회사(삼성생명) 회계를 더 이상 이 회사에만 맡겨 놓을 수 없다는 강한 확신이 생겼다."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이 삼성그룹을 향해 전례 없는 직격탄을 날렸다. 

 

이 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생명보험사의 관계사 주식 회계처리' 포럼에서 꺼낸 말은 한 마디 한 마디가 폭탄급 수위였다. 

 

그는 "삼성은 회계의 블랙홀"이라며 "블랙홀은 주변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심지어 빛조차 휘게 만든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회사 근처에 가면 멀쩡한 회계 기준도 휘고 감사인이나 전문가들도 헛소리를 하기 시작한다"는 주장이다.

 

▲ 이한상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이 1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생명보험사의 관계사 주식 회계처리' 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유충현 기자]

 

회계기준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특정 기업을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그는 "회계 제도를 훼손하는 자들은 자본주의의 적"이라며 "대한민국 투자자와 공익을 위해 삼성생명 회계를 더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포럼의 표적이 삼성생명이 된 회계 논란의 뿌리는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까지 삼성생명은 유배당 보험을 적극 판매했다. 유배당 상품은 계약자가 납부한 보험료로 주식에 투자해서 수익이 나면 배당금으로 돌려주는 상품이다. 

 

당시 삼성생명은 이 보험료로 삼성전자와 삼성화재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 계약자들의 돈으로 취득한 주식은 삼성그룹 총수일가의 그룹지배력 확보에 활용됐다. 이후 30년간 주가가 폭등했지만 약속했던 배당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문제가 2023년 새 회계기준(IFRS17)이 도입으로 다시 부상했다. 새 회계기준의 핵심은 보험사가 모든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도록 한 것이다. 보유 중인 삼성전자 주식가치를 30년 전 가격이 아닌 현재가치로 적용하되면, 유배당 계약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이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일탈회계'를 허락받았다. 

 

조용하게 넘어간 것 같았던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지난 2월이다.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따라 삼성전자가 자사주를 소각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의 지분율이 금산분리 한도 10%를 넘길 상황이 되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425만 주를 매각했다. '절대 팔지 않겠다'던 조건이 깨지면서 유배당 부채를 시가로 반영해야 한다는 논란이 커진 것이다.

 

▲ 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생명보험사의 관계사 주식 회계처리' 포럼이 진행되고 있다. [유충현 기자]

 

토론자로 참석한 전문가들도 삼성생명의 회계처리에 쓴소리를 보탰다.

 

손혁 계명대 교수는 "30년간 미뤄왔던 지배구조가 이제는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관계자들이 느끼고 있다"고 "삼성이 그동안 창의적인 제품을 생산해 우리나라의 가치를 높여왔지만, 회계 측면에서는 창의적인 것이 좋은 표현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서정우 전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위원도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고 한국의 운명이 왔다 갔다 하는 어려움을 겪었던 원인은 한국 기업에 대한 불신"이라며 "국제적 회계 투명성을 의심받지 않으려면 고칠 것을 빨리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혁 회계기준원 연구위원 역시 "당시 금감원은 '상황이 바뀌면 효력이 정지된다'는 조건을 명시했다"며 "경영진이 삼성전자 매각 계획이 없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했는데, 지난 2월 실제로 매각이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포럼에서는 삼성생명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한 것과 관련해 '지분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논의가 진행됐다. 지분법 회계를 적용하게 되면 삼성화재 순이익에서 지분비율 만큼이 삼성생명 회계상 이익으로 추가되고 유배당 보험 계약자에게 배당을 해야 하는 수 조원 규모의 추가 부채가 발생하게 된다.

 

김진욱 건국대 교수는 "삼성화재의 자사주를 제외하고 우호지분을 제외한다면 삼성생명의 실질적 지배력이 명백하다"며 지분법 적용 필요성을 역설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날 포럼 결과가 국회 계류 중인 이른바 '삼성생명법' 추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보험사 계열사 주식 평가를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통과시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3분의 2를 매각해야 하고 삼성그룹 전체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

 

삼성생명을 향한 회계기준원의 강수는 '말폭탄'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이 원장은 "삼성생명이 반기 보고서에서 일탈을 원상복귀하지 않으면 보험계약 회계기준을 즉시 개정해 실질적으로 IFRS17의 보험부채 측정 및 공시를 강제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보험업계 전문가는 "삼성생명이 반기 보고서에서 어떤 회계처리를 선택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며 "이번 포럼은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송두리째 흔들 뇌관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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