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인터뷰] 조연행 금소연 회장 "실손보험, 태어나지 말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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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연행 금소연 회장 "실손보험, 태어나지 말았어야"

유충현 기자
기사승인 : 2025-01-24 14:14:20
"상품 잘못 만든 책임은 보험사에 있는데 소비자에 손실 떠넘겨"
"국내 보험산업 신뢰지수 세계 최하위…우간다보다도 낮다"
"부적절한 영업관행 개선 필요…어렵게 가입하고 쉽게 지급해야"

정부의 실손의료보험 개편에 대한 기존 1·2세대 가입자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정부는 경증 환자의 자기부담률을 크게 높인 '5세대 실손보험'을 만들어 갈아타기를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는 전환 효과가 미미하면 법 개정을 통한 '강제 전환'까지 고려할 방침이어서 가입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보험사의 상품개발 실패로 인한 손실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 회장은 금소연이 지난 2001년 '보험소비자연맹'으로 출발할 때부터 주축을 이끈 보험 전문가다. 

 

조 회장은 정부가 '강제 전환'을 검토하겠다고 한 데 대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실손보험은 애초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는 24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금융소비자연맹 사무국에서 조 회장과 약 1시간 가량 인터뷰를 가졌다. 다음은 조 회장과의 일문일답. 

 

▲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국에서 K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충현 기자] 

 

ㅡ정부의 실손의료보험 개혁안을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실손보험은 애초에 태어나지 않았어야 할 상품이다. 잘못된 상품 때문에 시장 혼란이 생기고, 보험사가 앓는 소리를 하면 정부가 민원을 들어주는 형태로 대응하는 방안이 어느덧 다섯 번째까지 온 것이다."

 

ㅡ실손보험이 '태어나지 않았어야 한다'고 지적한 이유는.

 

"이론적으로 그렇다. 보험상품은 과거의 위험률 통계를 기반으로 상품을 만든다. 일반적으로 화재위험이나 교통사고 위험 같은 것은 통계상 고정이 돼 있다. 그런데 실손보험은 고정돼 있어야 할 위험률이 계약자의 행동에 의해 증가할 수 있는 구조다. 실제로 상품이 나오면서 시장이 영향을 받았다. 병원 같은 곳에서 마음먹으면 악용하기에도 딱 좋다."

 

ㅡ5세대 실손보험으로 그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어렵다고 본다. 5세대 상품은 별 메리트가 없다. 자기부담금을 최대 80%까지 부담시킨다고 하는데, 이러면 실손보험으로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실손이라는 것이 실제 손해액을 보상해준다는 뜻인데 이름과 내용이 다르다. 게다가 아무리 세대를 바꿔가며 지급항목을 손보더라도 시장에서는 어떻게든 '제2의 도수치료', '제2의 백내장'을 만들 것이다."

 

ㅡ보험사의 손실을 왜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느냐는 의견도 있다.

 

"충분히 그런 말이 나올 수 있다. 보험사는 좋은 상품을 만들면 돈을 벌지 않나. 잘못 만든 상품으로 인한 손실을 감수해야 할 책임도 있다. 민간기업이 계약으로 생기는 손실에 대해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 자체가 월권이고 불필요한 측면이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당하게 보상 받던 것을 못 받게 된 것이다. 결국 손실을 다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이 24일 서울 종로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국에서 KPI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유충현 기자] 

 

ㅡ기존 1,2세대 가입자를 어떻게 할 건지도 문제다. 정부는 기존 가입자의 '갈아타기'를 유도하고 경우에 따라 '강제 전환'도 고려한다는데.

 

"엄밀히 말해 갈아타기(승환계약)는 보험업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행위다. 결국 어떤 상품에서 손해가 생긴다는 이유로 가입자를 해약시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강제로 전환을 시킨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사적 계약을 정부가 깨거나 바꾸라고 할 수 없다. 법적으로 봐도 그렇고 보험이론 자체를 완전 무시한 발상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ㅡ실손보험을 둘러싼 문제 해결책은. 

 

"과잉진료나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한 합리적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두드려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데이터를 통해 어느 정도가 합리적인 수준인지 가늠하고, 그 정도 보상은 당연히 해줘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 잘못된 상품이므로 수습도 쉽지는 않다. 다만 중요한 것은 '약속을 지킨다'는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그게 가장 우선이다."

 

ㅡ실손보험 외에도 소비자 관점에서 국내 보험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한다면.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 보험은 인류가 만든 가장 합리적인 경제 시스템 중 하나다. 그런데도 10명 중 9명은 보험을 부정적으로 말한다. 보험사들이 합리적 경제제도를 '욕먹는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우리나라의 보험업 신뢰지수는 아프리카 우간다보다도 낮다."

 

ㅡ보험사들의 어떤 점이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보는가.

 

"영업 행태에 문제가 있다. 우리는 일단 쉽게 가입시키고 나가는 돈을 통제한다. 처음에는 보험금을 다 지급해줄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실제 보험금 청구하면 그제서야 약관 내용을 근거로 거절하는 일이 많다. 일본만 해도 그렇지 않다. 민영 건강보험 가입자의 90% 정도가 진단을 거쳐 보험에 가입한다. 어렵게 가입하고 쉽게 지급하는 거다. 우리는 10%도 안 된다."

 

KPI뉴스 / 유충현 기자 babybug@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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