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끼었던 2007년과는 다르다…슈퍼사이클 10년 간다"
영업이익률 조선 빅3 모두 두 자릿수…HD현중 배당 171% 급증
AI 데이터센터·방산까지 확장…"종목 하나만 고른다면 HD한국조선해양"
지금 한국 조선업은 '장밋빛'이다. 역사상 최장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고들 한다. 투기성 발주 수요로 거품이 끼었던 2007년 호황과는 다르다고 한다. 이번엔 친환경 선박교체 수요 등 진짜 수요가 뒷받침하는 10년 이상 장기 호황 국면이라는 것이다. 실적이 말해준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조선 3사 2분기 영업이익률은 모두 두자릿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가는 딴판이다.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기대감에 오른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고, 고점 대비 반토막 난 주가는 바닥에서 조금 오른 정도다. 왜 실적 따로, 주가 따로인가. 주가는 언제쯤 '슈퍼사이클'을 반영할 것인가.
'조선의 국모'로 불리는 엄경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연구위원)는 "지금이 투자 기회"라고 말했다. 엄 위원은 26일 KPI뉴스·kbc광주방송·강관우의 의식주주 3자 콜라보 유튜브 방송 '뉴스는 돈이다-뉴돈'에 출연해 "한국 조선업은 더 이상 배만 만드는 산업이 아니다"라며 "AI와 방산까지 사업 영역이 넓어지면서 판 자체가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슈퍼사이클 초중반…2007년과는 다르다"
엄 위원은 현재 사이클의 위치를 "초중반 정도"로 짚었다. 그는 "올해도 주요 선종 위주로 발주 강도가 굉장히 세다. 7개월이 지난 지금 이미 연간 목표치를 채운 수준"이라며 "실적도 수주도 좋은데 주가에는 제대로 반영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산 기대감이 선반영되며 지난해부터 급등했던 조선주들은 고점 반토막났고, 반등하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30%가량 빠진 상태다.
엄 위원은 지금의 호황은 2006~2007년 슈퍼사이클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중국이 원자재를 빨아들이며 운임이 10배로 뛴 투기적 발주였다면, 지금은 친환경 규제에 따른 실수요"라는 것이다.전 세계 노후 선박 중 현재 환경규제를 충족하는 배는 약 3000척, 비중으로는 2%대에 불과해 교체 수요가 두텁게 깔려 있는데 연간 건조 가능 물량이 2000척 안팎인 만큼 수요 우위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교체 사이클만 받쳐줘도 업사이클 중반이고, 10년 이상 안심 마진을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영업이익률 두 자릿수…배당도 커진다"
수치가 이를 뒷받침한다. 조선 빅3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HD현대중공업 16.4%, 한화오션 13.5%, 삼성중공업 10.1%로 3사 모두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한화오션은 상선 부문 영업이익률이 22.7%까지 오르며 국내 1위를 찍었고, HD한국조선해양의 2분기 영업이익은 1조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3% 늘어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엄 위원은 "선가가 크게 오른 반면 재료비는 안정적이어서 이익률이 개선되는 구간"이라며 "수주잔고를 감안하면 2028년 8월까지는 실적을 개런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 3사는 이미 2029년 말 인도분까지 수주를 채워둔 상태다.
주주환원도 달라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주당 배당금은 결산 3990원에 분기 배당을 더해 총 5661원으로, 전년(2090원) 대비 171% 급증했다.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도 자회사 실적 개선을 배당으로 돌려주는 구조가 부각되며, 증권가에서는 배당수익률이 올해 6.5%에서 2028년 8.7%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본다. 주당배당금 역시 올해 2만1400원(전년동기대비 74%↑)에서 2028년 2만8600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방산까지…조선은 더 이상 배만 만드는 산업 아니다"
새 성장동력은 AI 인프라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4월 6271억원, 이달 9560억원 규모로 미국 빅테크 데이터센터에 발전용 '힘센엔진' 공급 계약을 잇달아 따냈다. 자체 엔진을 로열티 없이 파는 구조라 수익성이 좋다. 삼성중공업은 미국 데이터센터 업체와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설계·생산 계약을 맺고, 미국선급(ABS)으로부터 200MW급 FDC 기본승인을 국내 조선사 중 최초로 받았다. HD현대도 마린솔루션 중심 전담조직(TFT)을 꾸려 연내 수주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방산에서는 한화오션이 최대 1조7000억 원을 들여 호주 오스탈의 미국 조선소 인수를 추진 중이다. 엄 위원은 "미국은 자국 조선 능력이 무너졌다.1년에 배 20~30척 만들던 나라가 지금은 10척도 못 만든다"며 "군함 발주부터 유지·보수(MRO)까지 한국에 기회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완전히 새로운 프로젝트는 매출로 잡히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리는 만큼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바닥은 수주잔고로, 변곡점은 밸류에이션으로"
개인투자자를 향해서는 "계속 빠질 땐 수주잔고를, 방향이 바뀌는 변곡점에서는 밸류에이션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종목별로는 "엔진에서 로열티를 안 내는 HD현대중공업이 이익률에서 유리하고, 삼성중공업은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시장을 사실상 독과점하고 있으며, 한화오션은 미국 방산 집중도가 가장 높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개별 종목이 부담스럽다면 관련 ETF가 안정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종목 하나를 꼽는다면? 엄 위원은 "조선업을 가장 브로드하게 영위하는 곳은 결국 HD한국조선해양"이라며 "상장 조선 계열사는 물론 비상장 계열사까지 포트폴리오를 두루 갖추고 있어, 개별 종목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최우선 순위"라고 말했다.
KPI뉴스 / 이수민 기자 smlee6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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