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조광태의 세계는 지금] 터키는 시리아 난민의 EU 유입을 막아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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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태의 세계는 지금] 터키는 시리아 난민의 EU 유입을 막아낼 수 있을까?

UPI뉴스
기사승인 : 2019-09-13 09:51:01

터키가 EU를 향해 갑자기 큰 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일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EU 국가들에게 정말 이런 식이라면, 자국에 머무는 360만 난민과 이주민들이 EU로 쏟아져 나갈 수 있도록 국경을 열어버릴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난민 문제 해결에 EU 국가들이 너무 뺀질거린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 레제프 타이이프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시바스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 뉴시스]


주지하는 바와 같이 터키는 중동과 유럽을 잇는 관문이다. 남쪽으로는 시리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고 서쪽으로는 바다 저편으로 그리스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하필 시리아는 벌써 8년째 내전이 계속되고 있고, 그 여파로 유럽을 향한 난민들이 줄을 잇고 있다. 

시리아든 아프가니스탄이든, 난민들의 일차적 목표지는 사실 터키가 아닌 그리스이다. 터키는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그리스는 EU 회원국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에서 난민 지위를 얻게 되면, EU 회원국 어디로든 발판을 옮기기가 그만큼 쉬워지는 것이다.

레즈비언이라는 단어가 유래했다고도 전해지는 레스보스섬에는 지난 8월에만 8000여 명의 난민들과 이주민들이 배를 타고 도착했다. 7월과 비교하면 두 배, 작년 8월과 비교하면 세 배가 늘어난 수치이다. 수용 능력 3000여 명인 모리아 캠프의 경우, 1만 명 이상의 난민이 몰려들면서 그리스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리스의 외무장관이 자국 주재 터키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항의하는 이유는 있다. 시리아에서 레스보스섬으로 이르는 바닷길은 해로가 좁고 물살이 급해 보트로는 매우 위험한 모험이랄 수 있다. 실제로도 보트 이동과 관련한 사고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난민 입장에서는 길목에 놓인 터키를 거쳐 바닷길을 크게 줄이는 쪽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이 과정에서 터키 측이 해상경비를 느슨하게 하고 있다고 그리스 측은 판단하고 있다.


터키도 할 말은 많다. EU 쪽으로 흘러 들어가게 될 난민들을 자신들이 몸으로 막아주고 있는데, 정작 EU는 말로만 생색을 낼 뿐 터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EU측이 터키 국민들의 EU 무비자 입국, 시리아 국적 난민의 수용, 60억 유로의 난민 구호기금 등과 같은 몇 가지 방안들을 내놓았지만 터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난민 구호기금만 하더라도 실제로 집행된 것은 고작 23억5000만 유로 정도이다. 반면 지금까지 자국에서 들어간 금액만도 400억 달러에 이른다는 것이 터키 측의 주장이다. EU 측에서 받아들인 시리아 난민의 수는 겨우 2만 명 정도이다. 터키에 거주 중인 360만 명에 비할만한 수치가 아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터키 대통령이 EU에게 으름장을 놓는 가장 큰 이유는 자국이 주장하는 안전지대 설치와 관련이 있다. 그동안 터키 측은 줄곧 자국과 시리아의 국경을 따라 길게 안전지대(Peace Corridor)를 만들자고 주장해왔다. 밀려오는 시리아 난민들을 수용하고 미국과 터키의 공동순찰을 통해 치안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물론 터키로서는 계산이 있다. 안전지대 설치로 100만 명 정도의 자국 내 난민을 내보낸다는 생각이다. 장차 밀려들 난민들에 대한 방어선의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인구 약 300만의 시리아 북부 아드리브 지역에 대한 시리아와 러시아의 공세가 이어지면서 40여만 명이 더 북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중 최소 수천 명은 터키국경으로 발을 내디딜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지난 몇 주 동안 국경을 열어달라는 시위가 발생하기도 했다. 터키는 최루탄으로 대답했다.

터키 대통령의 강경 발언에 그간 미온적이었던 미국 측도 빠르게 반응했다. 8월 초 터키와 미국 측 대표간에 안전지대를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으기는 했지만, 그 후 한 달여 동안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강경발언 이후 불과 5일만인 지난 8일 미군과 터키군이 처음으로 안전지대 공동순찰을 시행했다. 어렵게 첫 삽을 뜬 셈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무엇보다도 터키와 미국의 셈법이 크게 다르기 때문. 터키로서는 난민들에게 자치를 허용할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난민들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권이 쿠르드 민병대에게 넘어갈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르드 민병대가 자국 내 분리주의 조직인 쿠르드 노동자당(PKK)과 밀접한 연계 관계를 가진 만큼, 터키의 이러한 입장은 확고부동하다. 

터키가 생각하는 안전지대는 유프라테스에서 이라크 국경에 이르는 약 400㎞의 거리이다. 이 지역은 쿠르드 민병대 외에 역시 터키에 적대적인 시리아 민주군(SDF)의 세력하에 놓여 있다. 이 지역에서의 분쟁을 최소화하는 것이 주목적인 미국으로서 SDF에 의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터키가 펄쩍 뛰면서 반발하고 있다. SDF의 정치적 입지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리아 측의 반발도 문제다. 첫 공동순찰이 있던 날 시리아 정부는 안전지대를 인정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공동순찰에 대해 자국에 대한 주권훼손과 공격적 행동으로 간주한다는 견해를 내면서 향후 물리적 행동에 대한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터키 측은 자국 내 난민 100만여 명을 안전지대로 이동시키겠다는 계획이지만, 이 또한 쉽지만은 않은 문제이다. EU로의 입국을 꿈꾸는 상당수 난민이 순순히 안전지대로 옮겨갈지도 의문이고, 안전지대의 기반시설도 문제이다. 난민들이 바다를 넘어 그리스로 향하는 일이 여전히 일상사가 될 수도 있다.

어쨌거나 EU 측으로서는 터키와 미군의 공동시찰이 매우 반가운 소식임이 틀림없지만, 모든 일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지금으로서도 변수가 많지만, 또 어떤 돌발변수가 생길지 알 수 없고 여기에 터키가 얼마만 한 청구서를 보내게 될지도 확실하지가 않은 상태이다. 첫 삽은 떴지만 제대로 마무리가 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조광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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