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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산책자] 강물의 빛깔, 참새떼의 궤적에서 겨울을 느끼다

UPI뉴스
기사승인 : 2018-12-31 15:25:03
한강 고덕 고수부지와 서울 암사동유적
▲ 서울 암사동 토끼굴

 

강동구와의 인연은 2년 전 ‘이웃기웃’ 희망지 사업에서 시작되었다. 성내동 사람들이 직접 마을을 기록하는 ‘이웃기웃’은 사진찍기와 글쓰기를 함께 진행했고 이번 가을에 시즌4를 마쳤다. 사람들은 사진 찍는 방법을 간단히 배우고 직접 동네 풍경을 찍었다. 그 다음 사진의 이야기를 글로 썼다. ‘이웃기웃’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K는 사진 찍는 것을, 나는 글 쓰는 것을 도와주었다. 


점심을 먹으며 K는 강동구를 몇 개의 구역으로 나누어 설명해 주었다. 어떤 코스를 걷고 싶은지 선택하라고 했다. 정확한 위치도 모른 채 나는 이야기가 있는 길이 좋다고 대답했다. 이렇게해서 구암정을 찾아가게 되었다. 

 

▲ 구암정


암사 아리수정수센터에서 한강쪽으로 이어진 토끼굴은 낮고 어두웠다. 동네 사람이 아니라면 찾기 힘든 곳에 있었다. 고개를 약간 숙이고 토끼굴을 통과해서 작은 언덕을 오르자 정자가 보인다. 구암정(龜岩亭). 안내문에 따르면 그곳에는 조선 현종때 광주사림에 의해 건립된 구암서원이 있었다. 광주에서 배출한 여섯 학자를 모셨었고, 숙종 때 사액(賜額)을 받았지만 고종 때 훼철되었다고 한다. 현재 구암정은 1988년 암사정수취수장을 만들면서 이곳을 유적지로 보존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정자 옆에는 구암서원에 배향되었던 이집(李集) 선생의 비석이 서 있고 그 앞에는 바위절터[巖寺址] 주춧돌 몇 개가 남아 있다. 강동구 둔촌동의 지명은 이집 선생의 호, 둔촌(遁村)에서 유래되었고, 암사동은 ‘바위절터’[암사]에서 유래되었다.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한강은 물비늘로 반짝였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 ‘미사리고개’라고 불리는 자전거 길을 왼쪽에 두고 잠실대교 방향으로 걸었다. 몇 대의 자전거가 빠르게 우리 옆으로 내달렸다. 길은 한적했다. 한낮이지만 풍경이 황량하기 때문인지 혼자가 아니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K와 나는 만나지 못한 동안 있었던 일들을 두서없이 꺼냈다. 함께 알고 있는 사람들의 안부도 묻고, 소식도 전했다. 하고 있는 일들 얘기도 했다. 참새 한 무리가 풀숲에서 날아올라 가까운 풀숲에 내려앉는다. 


겨울엔 하늘과 강의 빛깔이 닮았다. 맑고 투명한 블루. 강빛에 끌려 길에서 벗어나 강 쪽으로 다가갔다. 발밑에서 나뭇가지와 마른 풀이 바스락거린다. 지난 여름 강 상류에서 떠내려온 나뭇가지들이 풀숲에 걸렸다가 그대로 말라버린 모양이었다. 

 

▲ 암사대교


한강이 바로 발 밑에서 출렁거린다. 한강을 둑으로 막지 않고 숲과 초지를 그대로 두고 고수부지를 만든 곳을 본 적이 없다. 고덕 고수부지에서는 강물이 바로 앞에서 출렁이는 걸 볼 수 있다. 강 건너편 풍경을, 강물에 반쯤 잠긴 나뭇가지를 카메라로 찍으며 강물 앞에 한참 머물렀다. 가까이에서 본 강물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햇볕을 쬐며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고덕 수변생태공원에는 갈대 탐방로가 있다. 자전거길에서 벗어나 꼬불꼬불 흙길을 따라가면 갈대숲이다. K의 말에 의하면 여름엔 갈대가 키보다 높고 무성하다고 한다. 여름밤에 산책해도 좋을 것 같다고 하니 그땐 이렇게 이야기를 하며 걸을 수 없다고 했다. 날벌레들이 많아서 마스크를 쓰고 걷기도 힘들다고.


고덕로로 이어진 토끼굴을 통과해서 ‘서울 암사동유적’으로 향했다. 비닐하우스와 주말농장터를 지나자 ‘선사유적지 마을’이라는 이정표가 보였다. 한적한 시골에 도착한 느낌이었다. 선사초등학교를 지나 조금 걸으니 ‘서울 암사동유적’ 입구가 나왔다. 유적지 입구에 있는 카페에 앉아 6000여년 전 신석기 시대의 이야기를 K에게 들었다. 서울 선사유적지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은 1925년 대홍수 때문이라고 한다. 범람한 한강에 겉흙이 씻겨 내려가면서 선사시대의 대규모 주거지가 드러났다. 마을을 이룬 움집터와 빗살무늬 토기, 돌촉·돌도끼·긁개·돌공이 같은 석기들. 


서울 암사동유적은 빗살무늬토기 집단들이 한반도의 내륙으로 이주하여 정착한 사례라는 것에 의미가 있고, 이곳에서 출토된 빗살무늬 토기의 다양성과 완성도 높은 토기는 세계유산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유적지를 돌아나오는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염원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해가 뉘엿해지자 돌아갈 마음이 바빠진다. 일자산 자락을 넘어가야만 차를 두고 온 곳까지 갈 수 있다. 일자산을 넘으며 K와 나는 두 시간 전에 봤던 한강의 겨울 물빛에 대해 얘기했다. 강바람을 맞으며 걸어야만 강물도 계절에 따라 빛깔이 바뀐다는 걸 알 수 있다. 겨울 참새들은 왜 떼지어 풀숲에서 사는 걸까? 몇 걸음 걷다가 우리의 화제는 참새떼로 옮겨갔다. 풀숲에 먹을 게 많아서 거기 사는 게 아닐까? 답은 없고 질문만 오갔다. 어차피 대답을 기대하고 던진 질문은 아니다.

 

강동구와 하남시의 경계 매봉에서부터 구암정에 거쳐 한강, 서울 선사유적지, 일자산 자락까지 걸었다. 걸으며 만난 주황색 리본들은 이곳이 서울 둘레길 제3코스(고덕·일자산 코스)라는 걸 알려주었다. 걷기 앱을 확인하니 8478 걸음이다.

 

글·사진 강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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