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총 갖고 다니며 뭐했나"…이기붕 닮은 김건희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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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갖고 다니며 뭐했나"…이기붕 닮은 김건희 발언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기사승인 : 2025-10-23 15:10:09
[김덕련의 역사산책 34] 대통령 부인과 총기
경호처 전 간부, 尹 체포 후 金 총기 발언 법정 증언
1960년 이기붕의 경찰 발포 비호 생각나게 해
李 "총은 쏘라고 준 거지 놀라고 준 건 아니다"
공권력의 부적절한 총기 사용 용인해선 안 돼

"경호처는 총기 가지고 다니면서 뭐했나. 그런 것 막으려고 가지고 다니는 것 아니냐."

지난 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체포된 뒤 부인 김건희 여사가 했다는 말이다. 대통령실 김신 전 경호처 가족부장은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의 특수 공무 집행 방해 등 혐의 공판에서 당시 한 경호관으로부터 김 여사의 그러한 발언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체포 영장은 법원이 정당하게 발부한 것이었다. 경호처가 국민이 준 총기를 사용해 정당한 영장 집행을 막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대통령 부인이 총기를 언급하며 경호처를 질책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는 것은 가벼이 여길 사안이 아니다. 

 

▲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지난달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한 김건희 여사. [뉴시스]

 

경호처 전 간부가 증언한 김 여사 발언은 1960년 4월혁명 시기 이기붕 발언을 연상시키는 면이 있다. 그해 3월 19일 당시 야당인 민주당은 이승만 정권의 2인자 역할을 하던 이기붕이 하루 전 이렇게 말했다고 폭로했다. "총을 줄 때는 쏘라고 준 것이지 가지고 놀라고 준 것은 아니다."


3·15 정·부통령 선거일에 있었던 경찰 발포 관련 발언이었다. 선거에서 온갖 부정이 자행되자 몇몇 지역에서 항의 시위가 전개됐다. 대표적인 곳이 마산이었다. 경찰이 시위 진압 명목으로 무차별 발포해 마산 시민 8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다쳤다.


그러한 상황에서 이기붕은 "쏘라고 준 것"이라는 말로 시민에게 발포한 경찰을 비호했다. "쏘라고"가 아니라 "쓰라고"라고 말했다는 설도 있지만, "쏘라고"든 "쓰라고"든 경찰의 무차별 발포를 두둔한 망언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문제의 발언에는 정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시민에게 계속 총을 쏴도 좋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무장한 공권력의 부적절한 총기 사용을 용인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총기 가지고 다니면서 뭐했나"라며 경호처를 질책했다는 김 여사 행보와 통하는 면이 있다.

그와 같은 태도를 취한 건 이기붕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이는 당시 이승만 정권 상층 전반의 문제였다. 정권 상층의 비호 아래 경찰은 시민을 향한 조준 사격 등 부적절한 발포 사태를 거듭 일으켰다.

그 결과 사망자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피의 화요일'로 불리는 4월 19일 하루에만 서울, 부산, 광주에서 123명이 목숨을 잃었다. 4월혁명 기간의 전체 사망자는 186명에 달한다.

정당하게 항의하는 시민을 향한 경찰의 부당한 발포를 정권 차원에서 용인하고 부추겼음에도 정권 붕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승리의 화요일'로 불리는 4월 26일 이승만 대통령이 마지못해 하야를 발표하면서 유혈 사태는 마무리됐다.

독재 정권과 맞선 피의 항쟁은 승리했지만 숱한 희생자를 발생시킨 무차별 발포는 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다. 20년 후인 1980년 5월 광주에서 전두환 신군부 세력이 자행한 학살은 지울 수 없는 또 다른 아픔을 더했다.

무장한 공권력이 다시는 국민에게 부당하게 발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말해주는 사례들이다. 무엇보다 무장한 공권력으로 하여금 '집권 세력에게 맹종하는 대신 주권자인 국민을 궁극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원칙을 견지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원칙을 흔들고 무장한 공권력의 부적절한 총기 사용 비호로 이어질 수 있는 행위를 용인해서는 안 된다. 경호처가 총기를 사용해 유혈 사태를 벌이지는 않았지만 총기를 언급하며 경호처를 질책했다는 증언이 나온 김 여사의 행태를 심각한 문제로 여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KPI뉴스 / 김덕련 역사전문기자 kd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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