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칼럼] 402호, 그 남자

  • 맑음고창26.7℃
  • 흐림인제24.0℃
  • 맑음대전25.8℃
  • 맑음울산26.7℃
  • 맑음통영27.1℃
  • 구름많음정선군24.4℃
  • 맑음거창24.4℃
  • 구름많음홍천24.9℃
  • 흐림동두천24.8℃
  • 맑음포항29.3℃
  • 흐림수원26.1℃
  • 맑음울릉도27.5℃
  • 맑음대구27.5℃
  • 구름많음영주24.4℃
  • 구름많음천안25.3℃
  • 맑음남원24.8℃
  • 맑음문경24.8℃
  • 맑음부산27.2℃
  • 구름많음서산26.0℃
  • 맑음완도25.4℃
  • 흐림이천25.4℃
  • 구름많음동해26.0℃
  • 맑음장흥26.3℃
  • 맑음영천27.0℃
  • 맑음정읍26.7℃
  • 맑음안동25.5℃
  • 맑음의령군25.5℃
  • 구름많음울진25.9℃
  • 맑음전주27.4℃
  • 맑음청주26.7℃
  • 맑음해남26.7℃
  • 맑음제주27.9℃
  • 구름많음서청주24.9℃
  • 맑음영덕27.5℃
  • 맑음김해시27.2℃
  • 맑음강진군26.2℃
  • 구름많음태백22.8℃
  • 흐림파주25.0℃
  • 맑음밀양25.8℃
  • 맑음고흥25.4℃
  • 맑음보성군26.5℃
  • 구름많음속초26.2℃
  • 구름많음영월24.6℃
  • 맑음양산시26.9℃
  • 맑음함양군24.2℃
  • 맑음순천25.5℃
  • 맑음거제26.7℃
  • 구름많음세종24.9℃
  • 흐림서울25.8℃
  • 맑음고창군26.0℃
  • 구름많음제천24.3℃
  • 맑음상주26.0℃
  • 맑음진도군27.2℃
  • 맑음산청24.8℃
  • 맑음경주시26.4℃
  • 맑음청송군25.2℃
  • 맑음추풍령24.0℃
  • 구름많음보령26.9℃
  • 구름많음대관령21.7℃
  • 맑음성산27.2℃
  • 흐림인천25.8℃
  • 흐림철원24.3℃
  • 구름많음북강릉26.7℃
  • 맑음의성25.7℃
  • 맑음금산25.4℃
  • 맑음합천26.1℃
  • 안개백령도23.4℃
  • 맑음보은24.3℃
  • 맑음광양시26.8℃
  • 구름많음봉화23.4℃
  • 맑음진주26.7℃
  • 비북춘천25.2℃
  • 구름많음원주25.0℃
  • 맑음임실25.3℃
  • 맑음남해26.9℃
  • 맑음고산26.5℃
  • 안개흑산도24.5℃
  • 흐림양평25.4℃
  • 맑음순창군24.9℃
  • 구름많음홍성26.6℃
  • 맑음장수22.4℃
  • 맑음부안26.5℃
  • 흐림춘천25.3℃
  • 맑음창원27.2℃
  • 구름많음강릉26.6℃
  • 맑음광주27.6℃
  • 맑음북창원28.4℃
  • 맑음여수27.2℃
  • 맑음구미26.1℃
  • 맑음북부산26.3℃
  • 구름많음군산26.5℃
  • 흐림강화25.2℃
  • 구름많음충주25.1℃
  • 맑음영광군27.0℃
  • 맑음목포27.2℃
  • 구름많음부여26.0℃
  • 구름많음서귀포27.8℃

[칼럼] 402호, 그 남자

윤흥식
기사승인 : 2019-04-29 11:30:04
▲ 윤흥식 사회에디터

402호 남자는 그날 새벽 1시 23분 집을 나섰다. 인적이 끊긴 대로변을 걸어 인근 셀프주유소로 향했다. 돌아올 때 그의 손에는 기름통이 들려 있었다.

​세 시간여 뒤인 오전 4시 32분. 사내는 자신이 3년째 살고 있던 스무평 짜리 주공 아파트 거실과 주방에 휘발유를 뿌렸다. 그리고 아파트 출입문에 서서 불붙인 신문지를 집안으로 던져 넣었다.

​402호 남자는 마흔두 살 뱀띠였다. 그가 태어나던 해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1047달러였다. 너나없이 어려웠던 시절, 그의 집안은 유독 가난했다. 친구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던 해, 그는 소규모 정비공장에서 비숙련 노동자 생활을 시작했다. 김해와 창원의 공장에서 일하면서 허리를 다쳤다.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하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가 싹텄다.

​402호 독신남은 눈매가 매서웠다. 누구라도 좁은 길에서 마주치면 피해가고 싶을 만한 인상이었다. 서른세 살 되던 해, 사내는 자신을 '기분 나쁘게 쳐다보던' 대학생과 시비가 붙었다. 칼부림을 벌인 끝에 유죄판결을 받았다. 조현병이 인정돼 공주치료보호감호소에서 9개월을 보냈다. 감호소를 나온 뒤 다시 6개월을 정신병원에서 보냈다.

기초수급자이자 조현병 환자였던 402호 남자는 자신이 불을 지른 집에 화염이 치솟는 것을 보고 "불이야!"라고 소리쳤다. 쇠난간을 두드려 잠든 이웃들을 깨웠다. 그리고 컴컴한 2층 계단으로 내려가 사람들이 내려오길 기다렸다. 미리 준비해둔 흉기로 급소를 공격했다.

​402호 남자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는 두 달 전 재래시장에서 구입한 34cm 길이의 특수칼이었다. 그는 한 자루로는 모자라다고 생각했는지, 한꺼번에 두 자루를 준비했다. 그때 그의 마음 속에 어떤 지옥도가 그려지고 있었는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그 새벽 402호 남자의 손에 다섯 명이 숨졌다. 70대 남성 황모씨, 60대 여성 김모씨와 50대 여성 이모씨, 시각장애 여성 최모양, 초등생 금모양 등이었다. 하나 같이 자기방어 능력 없고, 특별한 원한관계도 없는 인물들이었다.

402호 남자는 경찰에서 "저도 하소연을 했었고 10년 동안 불이익을 당해 왔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불이익을 당해 오고 이러다 보면 화가 날 대로 나고..."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만약 여기가 OO주공이 아니고 서울 부자동네였다면 이런 일이 일어났겠어?"라며 발을 굴렀다.

402호 남자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별 원한도 없는 이웃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기 한달 전 한국은행이 발표한 대한민국의 2018년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3만1349달러였다. 그가 태어나던 해와 비교하면 30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였다. 살림살이가 서른 배 나아지는 동안 삶의 질과 행복지수는 뒷걸음질쳤다. 부모의 학력과 소득이 낮은 집안 출신의 자녀들이 상류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확률을 뜻하는 '개천용 지수'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대한민국은 만인을 향한 만인의 전쟁터가 됐다. 그 전쟁터 한구석에서 안인득이라는 이름의 402호 남자가 자신의 전쟁을 치르기 위해 재래시장에서 두자루의 칼을 사고, 셀프 주유소에서 휘발유 통을 채웠다.

그 사내는 우연히 402호에 주소를 두고 있었지만, 201호나 503호에 살았다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사람이었다. 어느날 층간소음을 핑계로 당신이나 내 집의 초인종을 눌렀을 수도 있는 평범한 '이웃' 중 한 명이었다.

KPI뉴스 / 윤흥식 사회에디터 jardin@kpinews.kr

[저작권자ⓒ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