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이면 삼전닉스 주도 메모리 생태계 격변 불가피한 사안
TSMC "핵심 위탁생산에만 전념"… HBM4 등 기존 메모리 협력은 유지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대만 TSMC가 미국 엔비디아의 요청으로 3D D램(DRAM)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를 공식 부인했다. 앞서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지난 6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핵심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요청에 따라 3D D램 생산 계획을 마련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만약 파운드리 최강자인 TSMC가 독자적으로 메모리 생산에 발을 들인다면, 이는 수십 년간 고착화된 '로직 파운드리(TSMC)와 메모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분업 구도가 무너지는 반도체 업계의 중대 지각변동을 의미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AI 가속기 생산의 최대 병목으로 꼽히는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 수급을 TSMC '원스톱 턴키(설계부터 메모리 생산, 패키징까지 일괄 위탁)'로 해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의존도를 대폭 낮출 수 있게 된다.
반면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서는 차세대 메모리 영토에 강력한 제조 라이벌이 등장해 고객사(엔비디아)와의 협상력 및 시장 지배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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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SMC가 엔비디아 요청 3D D램 진출설을 부인했다고 보도한 미국 IT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 7일 기사. |
그러나 파장이 커지자 TSMC는 7일(현지시간) 미국 유명 하드웨어·IT 전문 매체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를 통해 즉각 진화에 나섰다. TSMC 대변인은 톰스하드웨어 측에 "TSMC는 항상 핵심 사업인 전용 집적회로 위탁생산(Pure-play foundry)에 집중한다"며 "회사의 역할은 앞으로도 글로벌 로직 반도체(연산·제어 등 논리적 데이터 처리를 담당하는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첨단 기술과 생산능력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톰스하드웨어는 이 답변을 TSMC의 3D D램 진출설에 대한 사실상의 공식 부인으로 해석했다.
TSMC의 답변은 디인포메이션 보도에 등장한 엔비디아의 개별 요청 내용이나 구체적인 생산 로드맵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은 아니다. 다만 회사가 본업인 로직 파운드리(외부 팹리스 기업이 설계한 시스템 반도체를 전문적으로 제조·위탁생산하는 사업)에 전념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현시점에서 TSMC가 메모리 생산 영역으로 확장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물론 이것이 TSMC가 메모리 업계와의 협력을 중단한다는 뜻은 아니다. TSMC는 차세대 HBM4부터 메모리 하단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베이스 다이(Base Die)'에 자사 첨단 로직 공정을 적용하기 위해 SK하이닉스 등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메모리와 GPU를 묶는 첨단 패키징(CoWoS) 연계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이는 파운드리 본업의 연장선일 뿐, TSMC가 메모리 칩 자체를 직접 제조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협력 모델이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3D D램은 메모리 셀을 평면이 아닌 칩 내부에서 수직으로 쌓아 집적도와 성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차세대 기술이다. 여러 개의 D램 완성 칩을 패키지 단계에서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현재의 HBM(고대역폭 메모리)과는 구조와 생산 난이도 면에서 완전히 구분된다.
현재 삼성전자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수직 채널 트랜지스터(VCT) 구조를 연구 중이며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역시 차세대 핵심 기술로 개발하고 있으나, 열 방출, 극미세 배선, 웨이퍼 본딩 등 기술적 허들이 높아 상용화까지는 수년 걸릴 전망이다.
KPI뉴스 / 류순열 기자 ryoos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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