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공소시효 엄격 잣대 피해 규모 축소…檢, 보완수사 거듭 요구
사회 물정에 어두운 여성에 접근해 친분을 쌓은 뒤 거액을 뜯어내는 '차용 사기' 상습범이 또다시 법망에 걸려들었으나 집행유예 기간에 해외로 도피, 경찰 수사가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경찰이 공소시효(사기죄 10년) 직전의 범죄 사실을 배제한 채 사건을 송치한 데 대해 검찰(현재 공소청)이 거듭 보완수사를 요구하면서, 양 기관이 '핑퐁게임'을 벌이는 희귀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 |
| ▲ 부산경찰청 청사 전경. [박동욱 기자] |
8일 법조계와 피해자 측에 따르면, 30여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퇴직한 A(60대 여성·부산) 씨는 올해 2월 사기 혐의로 B 씨(60대 여성·부산) 등 2명을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고소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뇌수술 이후 2급 장애인 판정을 받은 아들을 돌보던 A 씨는 그해 9월 시외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을 통해 "'제빵왕 김탁구' 드라마 작가로 난치병 치료에 도움이 될 만한 좋은 분"이라며 B 씨를 소개받았다.
이후 B 씨는 A 씨가 재직하던 초등학교에 자주 찾아가며 신뢰를 쌓은 뒤, 그해 11월께는 "토지전문가인 내가 권유하는 땅을 사면 '부적'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일이 잘 풀리고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함안 법수면 농지 구입비 명목으로 1억3000만 원을 가로챘다.
이를 비롯해 피의자 B 씨가 2018년 6월까지 3년간 갖가지 명목으로 A 씨로부터 뜯어간 금액은 부동산 투자금을 포함해 총 5억여 원에 달한다.
뒤늦게 전형적인 '차용 사기범'이란 사실을 알게 된 B 씨는 변호인의 도움을 받아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통해 피해 회복의 기대를 가졌으나, 변호인으로부터 핵심 범죄 사실이 경찰의 수사 대상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듣고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여기서 문제의 초점은 '포괄일죄'에 모아진다. 쟁점인 '포괄일죄'는 여러 행위가 포괄적으로 하나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경우를 뜻하는 형법상 개념으로, 대법원은 △범의의 단일성과 계속성 △범행 방법의 동일성 △피해법익의 동일성 등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포괄일죄' 경찰-공소청 대립 속에 부실 수사 우려
"공범 공소시효 만료" vs "주범 범죄 빠진 적 없어"
부산진경찰서는 고소장 접수 6개월여 만인 지난 9월1일 피의자 B 씨를 기소 의견으로 부산지검(현재 부산공소청)에 넘기면서, 사기죄 공소시효(10년)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2015년 하반기에 집중된 피해액(전체 90%가량)을 범죄사실에서 제외했다.
경찰은 수사보고서에 '기망행위의 구체적 내용과 범행 방법이 서로 다르고, 특히 공범 전체의 최종 범죄 일자와 (B씨) 단복 범행 시작일이 시간적으로 근접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들의 공범 범죄사실과 B 씨 범죄는 '포괄일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는 취지로 공범 범행 부분에 대해 불송치(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경찰 조치에 대해 부산지검(현재 부산공소청)은 이튿날 바로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고, 공소청으로 이름이 바뀐 10월 13일 다시 넘어온 송치 자료에 대해서도 거듭 보완수사요구권으로 대응하며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수사망에 허점이 생기면서, 또 다른 사기 사건으로 올해 1월 징역 1년3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된 피의자 B 씨는 해외로 도피해 버렸다. 현재 경찰은 현재 '피의자 중단' 조치를 취한 상태다.
고소인 측은 피의자 B 씨가 과거 2019·2020·2023년에도 연이어 집행유예 전력을 쌓았고, 다수의 피해자들로부터 사기죄 고소를 당할 때마다 우호적인 '참고인'을 내세워 교묘하게 처벌을 피해왔다며, 이번에도 치밀한 농간을 부리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사건의 경우는 본지(2025년 3월 17일자 '단순사기범 공판이 1년10개월 넘도록 아직…부산지법 재판 지연 논란)에 기사화된 것으로, B 씨는 1심 선고 공판에 앞서 범죄 수익금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5000만 원을 공탁해 실형을 면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고소인 변호인 측은 "3년간 총 47회의 기망행위 가운데 일부는 공범자들이 함께한 경우가 있지만, B 씨가 한번도 피해자를 상대로 한 범죄행위에 단 한 차례도 빠진 적이 없는데도, 이를 달리 판단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부산진경찰서 수사부서 관계자는 취재진의 질의에 대해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 설명하기 어렵다"며 자세한 답변을 거부했다.
KPI뉴스 / 박동욱 기자 pku24@kpinews.kr
[저작권자ⓒ KPI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