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재건축·재개발 '청산연금' 막힌다…"조합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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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재개발 '청산연금' 막힌다…"조합 관리·감독도 강화해야"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3-07-17 16:50:23
청산인, 임금 수령 위해 의도적 지연 의혹 잦아…국토부·지자체 관리로 방지
"조합도 의도적 사업 지연·비리 의혹 다수…정부·지자체가 감시해 막아야"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암적 요인' 중 하나로 거론되던 '청산연금'이 막힐 전망이다. 

전·현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은 "뒤늦게나마 올바른 조치"라고 환영의 의사를 표한다. 이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해줄 것을 요구했다. 

17일 국토교통부와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최근 국토교통부와 지자체가 관리·감독하는 정비사업 범위에 '청산' 단계를 포함하는 내용의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정비사업이 끝난 뒤에는 청산인이 인수받아 잔여 세금납부, 채권·채무관계 정리, 하자 보수 등의 업무를 처리한다. 청산인은 대체로 해산한 조합의 조합장이 그대로 승계한다.

그러나 청산인 등 청산업무를 인계받은 청산인 등이 장기간 월급, 상여금 등을 수령하기 위해 일부러 청산 절차를 지연시키는 일이 잦아 문제시됐다. 

김영호 의원실이 국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2010년 이후 현재까지 해산한 정비사업 조합 387개 중 미청산 조합은 253개로 65.4%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5년 이상 청산이 지연된 조합이 64개이며, 10년 이상 청산하지 않은 조합도 25개에 달했다.

청산인 등이 이토록 끈질기게 청산업무를 지연시키며 최대한 임금을 받아가고 있는 것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오죽하면 '청산연금'이란 말까지 나왔겠느냐"며 혀를 찼다. 

구 가락시영 아파트(현 헬리오시티) 조합원이었던 A 씨는 "헬리오시티 조합도 청산 업무를 수년 째 질길 끌면서 임금을 수령했다"며 "대부분의 청산인들은 조합에 남은 돈이 바닥날 때까지 버틴다"고 꼬집었다.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UPI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현행 도정법은 조합 해산 이후 청산절차에서 국토부와 지자체장에겐 감독 및 처벌 권한을 주지 않아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자주 나왔다. 

개정안은 청산인 등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조합 정관에는 청산인의 직무와 보수를 명시하고, 청산인에게는 성실의무 규정을 적용하도록 했다. 또 국토부와 지자체에 청산인을 관리·감독하며 위법 사항에 대한 시정 요구 및 수사기관에 대한 고발 권한을 부여한다. 개정안에 서울시 등 지자체와 국토부도 찬성 입장을 밝히고 있어 무난한 통과가 기대된다. 

전·현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은 모두 개정안을 환영하고 있다. B 씨 등은 "오히려 너무 늦은 감이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나아가 재건축·재개발 조합에 대한 관리·감독도 강화해주길 원한다. 청산인이 그렇듯 재건축·재개발 조합장 등 조합 간부들도 최대한 오래 임금을 받기 위해 업무를 질질 끄는 경우가 잦다. 뿐만 아니라 마감재업체 등과 연루된 비리 의혹도 자주 발생한다. 

심지어 조합 간부들이 조합원의 약점을 쥐고 돈을 요구하기도 한다. A 씨는 "헬리오시티 공사 완료 후 등기 직전에 조합이 느닷없이 조합원 1인당 1000만~2000만 원 수준의 추가 분담금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조합은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했다고 하면서도 정확한 근거 자료는 내밀지 않았다. 일부 조합원들은 소송도 고려했으나 결국 대부분 조합이 원하는 대로 분담금을 지불했다. A 씨는 "바로 눈앞에 새 집이 있는데, 소송 등으로 새 집에 들어갈 날짜가 늦춰지느니 차라리 1000만 원 더 내고 만다는 조합원들이 다수였다"며 "조합은 조합원들의 그런 심정을 노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 끝까지 소송 한 번 없거나 조합장이 교체되지 않은 케이스는 매우 희귀하다"며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수많은 이권과 비리 의혹으로 얼룩진 복마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고의적인 사업 지연이나 비리 의혹이 자주 생기다보니 조합에 대한 조합원들의 신뢰도 약하다. 

'대치우성1차 재건축 조합'의 조합원인 B 씨는 "우리 조합은 얼마 전 조합장을 교체했다"며 "임금을 더 받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치우성1차는 지난해 9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이제 마지막 관문, 관리처분인가만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쌍용2차와 통합 재건축을 시행하는 안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며 생각보다 시일이 걸리고 있다. B 씨는 "새로운 조합장은 통합 재건축을 빠른 시일 내에 실현하겠다고 밝혀 조합원들의 신뢰를 얻었다"고 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무지한 데다 생업에 바빠 일일이 신경 쓰기 힘들다"며 "결국 조합이 원하는 대로 휘둘리기 일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불신이 터지면 소송전으로 비화하면서 조합원들의 시간과 재산이 소요되곤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국토부와 지자체가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게 조합의 고의적인 사업 연기나 비리 의혹을 근절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행 도정법에서 이미 조합은 국토부와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되어 있지만, 문제가 터지기 전에는 잘 간여하지 않아 사실상 고의적인 연기나 비리를 방조하고 있다"며 "사전에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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