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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누스, 현대백화점의 아픈 손가락 되나

김기성
기사승인 : 2023-05-31 14:22:28
9천억원 투자해 지누스 인수…시너지 효과 미지수
지누스 실적 악화로 현대백화점 주가 동반 하락
매출의 80% 담당하던 美시장 실적 회복이 관건
든든한 현금을 뒷배로 인수합병을 통해 성공적으로 몸집을 늘려가던 현대백화점 정지선 회장이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가장 큰돈을 들여 인수한 매트리스·가구 기업 지누스의 실적이 악화하면서 정 회장의 아픈 손가락이 되는 모양새다.

현대백화점, 지누스 인수에 8947억 원 투입

지누스는 미국의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에서 메모리폼 매트리스를 돌돌 말아 배송하면서 이름을 날렸다. 아마존에서 매트리스 기업 가운데 압도적 매출을 달성하면서 '아마존 매트리스'라는 이름을 얻을 정도로 성공한 기업이다.

이 지누스를 현대백화점이 작년에 인수했다. 지누스의 창업주인 이윤재 회장의 지분 30%를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7747억 원에 인수하고, 한 주당 8만3800원으로 1200억 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합계 8947억 원의 거금을 들여 지누스를 품에 안은 것이다. 현대백화점의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이었다.

▲지누스 CI

지누스, 현대백화점에 인수된 이후 실적 내리막 

그런데 지누스가 현대백화점 인수 이후 영업실적이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영업실적 추이를 보면 현대백화점이 인수한 작년 2분기 전년 대비 30.8% 줄었고, 3분기에는 45.9%가 감소했다. 작년 4분기에는 7.4% 잠깐 증가하기도 했지만, 올들어 영업이익은 더욱 악화했다. 작년 1분기 283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올 1분기는 83억 원에 그쳐 무려 70%가 넘는 감소세를 보였다. 매출 역시 작년 1분기 2908억 원에서 올 1분기에는 2291억 원으로 9.2% 줄어들었다.

이렇게 실적이 나빠진 것은 주력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의 부진 때문이다.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고객사들은 지누스로부터 매트리스를 직접 구매해 자신들의 사이트에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런데 작년 이후 매트리스 수요가 줄어들어 재고가 늘어나자 지누스에 대한 발주를 줄이거나 중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누스 주가 4분의 1 토막, 현대백화점 주가도 3년 내 최저수준

이러한 실적 악화는 지누스의 주가 하락으로 연결되고 있다. 인수를 결정할 당시인 작년 3월 22일 7만4000원이던 주가는 현재 3만 원 근방을 헤매고 있다. 유상증자 참여 가격 8만3800원과 비교하면 무려 75%가 넘게 떨어졌다. 4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단순 계산으로 인수자금 8947억 원 가운데 6700억 원 넘게 손해를 보고 있다는 얘기다.

지누스의 주가 하락은 모기업인 현대백화점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누스 인수 당시 7만6000원을 넘었던 주가가 지금은 5만1000원대에 머물러 3년 내 최저수준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더구나 일부 증권사들은 현대백화점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유안타 증권은 현대백화점의 목표주가를 9만8000원에서 6만 원으로 38% 낮춰잡았고 KB증권도 8만2000원이던 목표주가를 7만5000원으로 8% 넘게 낮췄다.

리바트 등 관련사 시너지 효과 기대했지만 아직은 감감

물론 지누스 인수 이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실패를 운운하는 것은 성급한 것이 사실이다. 현대백화점도 지누스의 국내 매출을 늘리고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에서 실적을 올리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다. 이러한 현대백화점의 전략은 일부 가시적인 성과도 보이고 있다. 또 지누스의 신흥시장 진출은 현대백화점이 인수합병을 통해 보유하고 있는 다른 계열기업이나 브랜드에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2011년 가구 회사 리바트(현 현대리바트), 2012년 패션기업 한섬 그리고 2016년 SK네트웍스 패션 부문을 인수했다. 또 2018년 건축자재 기업 한화L&C(현 현대L&C), 2020년에는 기능성 화장품 기업 클린젠코스메슈티칼과 천연화장품 원료 제조업체인 SK바이오랜드(현 현대바이오랜드)를 인수했다. 이들 기업은 현대백화점 그룹의 비전인 '토털 라이프 케어 기업'으로 지누스의 해외 진출이 성공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지누스의 미국 시장 매출 회복이 관건

문제는 지누스 매출의 80%를 담당하던 미국 시장이다. 지누스를 통해 리바트 등 계열기업의 동반 진출이라는 효과가 나타나기 전에 미국 시장이 꺾였다는 것이 비관적인 부분이다. 물론 미국 고객사의 재고가 줄어들면 다시 발주가 늘어나겠지만 미국 시장의 수요 감소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정지선 회장은 지난 2021년 발표한 '비전2030'에서 신규 투자와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 매출을 40조 원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 비전의 실현 여부는 지누스의 합병이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는지에 달려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KPI뉴스 / 김기성 대기자 bigpen@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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