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당국 면책기준 거절에 발 빼는 은행…4대 거래소도 문 닫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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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면책기준 거절에 발 빼는 은행…4대 거래소도 문 닫나

안재성 기자
기사승인 : 2021-07-02 16:50:14
국민·하나·우리銀, 실명계좌 제공 안하기로…"중소 거래소 100여곳 폐쇄될 듯"
신한·농협은행도 고민 중…"은행 측 리스크 커 4대 거래소도 안심할 상황 아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 거래를 위한 은행의 실명계좌 제공과 관련해 "면책기준을 만들 생각 없다"고 못을 박음에 따라 가상화폐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금융당국의 면책기준 거절로 은행이 실명계좌를 제공하지 않으면 100여 곳에 달하는 중소 가상화폐 거래소가 대부분 폐쇄될 전망이다.

이미 실명계좌를 제공받고 있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대 가상화폐 거래소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이들에게 실명계좌를 제공 중인 케이뱅크와 신한·NH농협은행 등도 너무 커진 리스크 때문에 손을 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은행의 가상화폐 거래 실명계좌 제공과 관련해 면책기준을 만들 생각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따라 100여 곳의 중소 거래소는 물론 4대 거래소까지 문을 닫을 위험이 제기되고 있다. [셔터스톡]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2일 "은 위원장의 발언은 매우 충격적"이라며 "100여 곳으로 추산되는 가상화폐 거래소 중 4대 거래소 외에는 전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은 위원장은 "가상화폐 거래소 자금세탁 부분의 1차 책임은 은행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행이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으면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제공하면 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안 하면 된다"며 "그 정도 판단도 할 수 없으면 은행업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 위원장은 또 "은행의 면책기준 요구는 자금세탁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생각도 하지 말라"고 일축했다.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오는 9월 24일부터 모든 가상화폐 거래소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과 실명인증 계좌발급 제휴 조건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영업이 가능하다.

현재 은행에서 실명계좌를 제공받고 있는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딱 네 곳뿐이다. 업비트는 케이뱅크로부터,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으로부터, 코빗은 신한은행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받고 있다.

그 외 거래소들은 모두 세칭 '벌집계좌'로 운용하고 있다. 거래소 명의의 법인계좌 하나만 발급받은 뒤 그 계좌를 통해 다수 투자자들의 입출금 등을 처리하는 식이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거래소의 실제 명의니 금융실명제에는 걸리지 않았는데, 9월부터는 모든 고객의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거래소 운영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실명계좌를 발급해야 하는 은행이 해당 기준대로 행할 경우 후일 자금세탁 등 금융사고가 터져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면책기준'을 금융당국에 요청했는데, 은 위원장이 딱 잘라 거절한 것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은 위원장의 발언은 자금세탁 등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은행이 무한책임을 지라는 뜻"이라며 "이는 은행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큰 리스크"라고 진단했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신규로 실명계좌를 터 줄 은행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4대 거래소를 제외한 100여 곳의 중소 거래소가 전부 문을 닫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은 위원장의 발언 하나로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쑥대밭이 될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미 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은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제공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4대 거래소라고 안심할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신한·농협은행도 고민이 큰 것으로 안다"며 "그나마 가장 안전한 곳은 업비트일 것"이라고 판단했다.

케이뱅크는 업비트와의 제휴를 통해 상당한 이득을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케이뱅크는 가상화폐 거래 관련 수수료로 올해 1분기에만 50억4100만 원을 벌었다. 아직 규모가 작은 케이뱅크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액수다.

고객 수도 급증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케이뱅크의 고객 수는 391만 명으로 지난해 말 대비 172만 명 늘었다. 최근 3년(2018~2020년) 간의 신규 고객(157만 명)보다 더 많은 수를 단 3개월 만에 유치한 것이다.

이처럼 케이뱅크와 업비트의 제휴는 '윈윈'으로 나타나 케이뱅크가 쉽사리 손을 떼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농협은행은 1분기에 빗썸 13억 원, 코인원 3억3000만 원 등 가상화폐 거래 관련 수수료로 총 16억300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수수료 수익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 유입 효과도 꽤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농협은행은 이번 달 말로 만료되는 두 거래소와의 제휴를 9월 24일까지로 연장했다. 개정 특금법 시행 전까지는 실명계좌를 계속 제공하되 그 후의 조치에 대해 신중히 검토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요새 젊은층 관련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며 "가상화폐 실명계좌 제공은 그런 면에서 꽤 효과를 본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금융사고가 터질 경우의 무한책임까지 짊어질 가치가 있는지는 다른문제"라며 의문을 표시했다.  약 16억 원의 수수료 수익은 농협은행에게는 '푼돈'에 불과해 언제든 포기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신한은행은 코빗과의 제휴로 1분기에 1억4500만 원을 버는데 그쳤다. 이번달말 제휴 계약기간이 만료되는데, 연장 여부에 대해 신한은행 측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코빗과의 제휴로 신한은행이 별 재미를 못 본 부분, 코인원이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소홀히 해 지난달 제재를 받은 부분 등이 불안 요인으로 거론된다"고 말했다. 

코인원은 지난달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부터 개인정보 보호조치 위반으로 시정명령 및 1400만 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KPI뉴스 / 안재성 기자 seilen78@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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