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아쉬운 'K-반도체' 전략…업계 "세액공제 50% 건의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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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K-반도체' 전략…업계 "세액공제 50% 건의했는데"

박일경
기사승인 : 2021-05-14 16:44:22
시설투자 공제율, 최대 10~20%…7~8%p↑ 그쳐
美 40%…韓 R&D 10%p 상향에도 크게 못 미쳐
"美·中 정부 투자 나섰는데…우린 민간에만 의존"
"반도체는 제조시설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규모에 따라 경쟁력이 좌우되는 대표적인 장치 산업입니다. 정부의 보다 과감한 세제 지원이 필요합니다."

정부가 지난 13일 발표한 'K-반도체' 전략을 두고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다소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으로 10년 뒤인 2030년까지 국내에 세계 최대·최첨단 반도체 공급망을 만들겠다는 'K-반도체 벨트'에 대해 경제계가 일제히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는 속내가 사뭇 다르다.

▲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공장 증설공사 현장. [삼성전자 제공]

14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의 투자는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로 나뉘는데, 통상 설비투자 총금액이 R&D의 2~3배에 이른다. 작년 한해 삼성전자 시설투자는 38조5000억 원, R&D투자는 21조1000억 원에 달한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시설투자 9조9000억 원, R&D투자 3조5000억 원 수준이다.

정부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세제 지원을 늘리기로 했다. 우선 반도체 R&D 투자비에 최대 40~50%로 세액공제율을 올린다. 현행 대기업은 30%,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에는 40%가 최고인 세액공제율을 각각 10%포인트씩 높여준다.

시설 투자비용에 대해서는 최대 10~20%로 공제율을 상향 조정한다. 현재 대기업 3%, 중견기업 5%, 중소기업 12%인 최고 공제율을 7~8%포인트 더 세액 공제하기로 했다. '핵심 전략 기술' 항목을 신설하고 직전 3개년 동안 평균 투자금액보다 늘어난 설비투자액을 추가 반영하는 방식이다.

▲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건의.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하지만 시설투자 때 세액공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업계 내부의 솔직한 분위기다. R&D 세액공제율을 10%포인트 올린 점과 비교해도 7~8%포인트 높이는 데 그친 시설투자 공제율 상향 조정 폭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달 초순께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건의'를 통해 시설투자 및 R&D 세액공제율을 모두 50%까지 상향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반도체 업계는 미국이 40%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적용할 방침인 만큼 50%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 반도체 전문가 산업 경쟁력 진단.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반도체특별법 제정 때 업계 의견 반영" 기대

정부는 R&D 투자비용 세액공제의 경우 외국에 비해 대폭 높였다고 강조했다. R&D투자 공제율이 해외 사례와 견주면 높은 편이니 시설투자 공제율이 낮게 조정된 배경을 이해해 달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R&D에 20%의 세액공제 혜택만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메모리 반도체 초강국 위상에 걸맞지 않는 비메모리 약소국을 탈피하려면 정부의 결단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우리나라 국가예산 558조 원에 버금가는 약 530조 원 규모로 전망된다. 이 중 시스템 반도체 등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비중은 71.2%로, 메모리 반도체(28.8%)에 비해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크다.

비메모리 최강국은 미국으로 시장 점유율이 60%를 훌쩍 넘는다. 한국은 5~6% 정도로 미국은 커녕 유럽·일본·대만·중국 등 경쟁국에 뒤지는 실정이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이 국가 명운을 걸고 반도체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금부터라도 우리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차원 대응은 당연한 일"이라며 "우리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반도체 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반도체 전문가 산업 경쟁력 진단. [전국경제인연합회 제공]

비메모리 강국 되려면 美·中보다 더 과감해야

민간 투자로만 구성된 반도체 육성책이 약하다는 비판 또한 제기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네패스 등은 2030년까지 10년간 510조 원 넘게 투자한다. 삼성전자는 내년 하반기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라인인 평택 3공장을 완공하고,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 1위 자리에 오르고자 종전 133조 원인 투자비를 171조 원으로 38조 원 증가시켰다고 공개했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위탁생산) 생산능력을 두 배로 확대한다. 삼성전자가 연평균 메모리 반도체 시설투자에 20조 원 이상 투입하는 측면을 감안하면 삼성전자가 전체 510조 원 중 370조 원 이상을, 연간 10조 원 안팎을 쓰는 SK하이닉스가 100~120조 원을 책임지는 셈이다.

▲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업계 최초로 D램 반도체 양산 공정에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을 적용했다. 사진은 EUV 전용 라인을 갖춘 화성 사업장. [삼성전자 제공]

미국은 정부가 반도체 인프라 및 연구개발 지원에 총 500억 달러(한화 약 56조1000억 원)를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은 2015년 반도체 굴기를 선언하고 2025년까지 자급률 70% 달성을 목표로 10년간 1조 위안(약 170조 원)의 장기투자 계획을 이미 집행 중이다.

한국 정부는 그간 민간에 의존하던 반도체 산업 발전에 금융 지원을 결정했다. 총 1조 원 규모의 '반도체 등 설비투자 특별자금'을 신설, 우대금리를 적용해 설비투자를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하상우 한국경영자총협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전쟁으로부터 반도체 강국의 국가적 위상을 지켜내고 미래 반도체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범국가적으로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PI뉴스 / 박일경 기자 ek.par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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