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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의 직설] 문재인 정권의 치명적 실수, '검찰 악마화'

UPI뉴스
기사승인 : 2021-04-22 10:06:35
대다수 검사, 민생 현장서 악전고투
문 정권은 싸잡아 '검찰 죽이기' 시도
"'할 말 다 하는 고검 할머니 검사'가 꿈이라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검사에 대한 편견이 살살 녹는다." 한겨레 최윤아 기자가 최근 출간된 <여자 사람 검사>라는 책에 대한 서평 기사에서 한 말이다.

세 여성 검사(서아람·박민희·김은수)가 함께 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생각을 했다. 이 책이 좀더 일찍 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더라면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데에 일조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떨치기 어려웠다.

문 정권의 치명적인 실수는 '검찰 악마화'였다. '악마화'를 해도 좋을 정도의 심각한 문제가 검찰에게 있었다 해도, 그건 검찰의 일부 모습일 뿐 전체의 모습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 문제는 검찰을 권력의 도구로 활용해온 역대 정권들에게 더 큰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문 정권은 검찰을 싸잡아 비난하면서 사실상의 '검찰 죽이기'를 시도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정권안보를 위해선 이전 정권들이 해온 악습을 유지하는 내로남불의 극치를 보였다. 그러니 검찰개혁이 제대로 될 리 만무했고, 이미 힘으로 밀어붙여 처리한 제도개혁도 앞으로 큰 부작용을 낳으면서 두고두고 욕 먹을 게 분명해 보인다.

대다수 검사들은 민생의 현장에서 악전고투(惡戰苦鬪) 하듯이 살아간다. "방대한 업무량, 끊임없는 야근에 특근, 2년마다 주거지 변동, 결정의 중요성에서 오는 압박, 여론의 질타. 내 인권을 챙길 틈은 조금도 주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검사들이 인권을 포기할 때, 그 가족들의 인권도 함께 포기되어야 했다."(박민희)

"전생에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생에 검사가 되어 이렇게 욕을 먹으면서 공노비처럼 전국을 기약 없이 떠돌며 하염없이 일하고 있는 것인지 막막해지면…"(김은수) "검사들에게도 직업병이 있다. 과중한 업무와 야근으로 인한 거북목 증후군, 수근관 증후군, 목 디스크, 허리 디스크는 기본이다.(서아람)

이 책의 반대편에 이연주 변호사의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검찰 부패를 국민에게 고발하다>는 책이 있다. 흥미로운 건 "검찰은 허가받은 범죄단체"라고 주장하는 등 '검찰 악마화'에 일조한 이 책에도 평범한 일반 검사들의 고충과 애환이 적잖이 소개돼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야근이 이어지던 어느 날, "우리, 국가에 이용당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아?"라는 저자의 물음에 동료 검사가 "응, 정부가 검사라는 허울 좋은 이름표 하나 붙여주고 착취하는 것 같아"라는 답을 했다고 한다. 왜 이렇게 착취당하는 평검사들까지 범죄단체의 조직원으로 모욕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 변호사도 책에서 잘 지적했듯이, 문제의 핵심은 늘 검찰보다는 집권 세력이었다. "검찰은 오랜 기간 집권 세력의 하수인으로 그들을 보위하는 역할을 해왔다. 권력자의 요구대로 또는 눈치를 봐가며 같은 편과 예쁜 놈은 봐주고 미운 놈을 때려주면서 검찰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해왔다."(72쪽)

"후배검사들을 고양이 쥐 잡듯 하던 선배들이 국회의원들 앞에선 몸을 배배 꼬며 어쩔 줄 몰라 했습니다. 그건 마치 발라당 뒤집으면서 배를 내놓고 쓰다듬어 달라는 강아지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356쪽)

따라서 검찰개혁을 진정 원한다면 집권세력과는 거리를 두면서 검찰개혁을 외쳐야 한다. 그래야 여론의 지지도 받을 수 있고, 집권세력의 정권안보용 검찰개혁도 저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는 '조국 사태' 직후인 2019년 10월 무렵부터 페이스북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윤 춘장" "이 새끼"라고 호칭하는 등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중앙일보, 2021년 1월 18일)

이 변호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조국 전 장관 아내 정경심 씨가 자녀 표창장 위조 혐의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구속된 걸 가리켜 "크리스마스 이브의 대재난"이라며 "예수 그리스도가 박해받은 이유가 그러하듯이, 죄 많은 자들은 자신의 죄보다는 그 죄악을 들추고 없애려는 자를 더 미워하는 법"이라고 주장한 건 좀 해도 너무 했던 게 아닐까?

이 변호사의 책엔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아니 공감을 넘어 이 변호사 못지 않게 분노하기도 했다. 내가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은 검찰을 윤석열을 비롯한 몇몇 고위 검사들로 의인화해 검찰 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듯한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의 선악 이분법이었다.

문 정권의 검찰개혁이 보여준 여러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균형을 취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는 정권의 편에 서서 검찰을 때리는 데에만 치중하고 말았다.

2020년 12월 9일 추미애 법무장관은 국회 본회의장 언론 카메라 앞에서 이 변호사의 책을 읽는 '쇼'를 펼친 적이 있다. 나는 그가 다른 기회에 <여자 사람 검사>라는 책을 읽는 모습도 보여주면 좋겠다. 검찰개혁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과 같은 식의 복수혈전(復讐血戰)으로 타락해선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강준만(전북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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