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폭스바겐의 '각형배터리' 전략, 삼성SDI에 호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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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의 '각형배터리' 전략, 삼성SDI에 호재일까

김혜란
기사승인 : 2021-03-31 16:12:36
"앞으로 우리 전기차의 80%는 각형 배터리로 채우겠다." 독일 폭스바겐이 최근 밝힌 배터리 전략이다.

이후 전기차 시장의 이슈는 배터리 모양이다. 배터리는 크게 원통, 각형, 파우치 세 가지 형태로 나뉘는데 폭스바겐은 각형과 파우치형을 혼용해 왔다.

폭스바겐의 '각형 선택'으로 국내 유일의 각형 생산업체인 삼성SDI는 표정관리를 하며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당장 다른 배터리 기업들이 각형 장비를 들이기엔 금전적인 부담이 큰 상황이다.

▲ 각형인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삼성SDI 제공]

폭스바겐의 새 전략이 삼성에 호재가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폭스바겐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이노베이션)에 '이별통보'를 했다는 둥 이제는 한국이 아닌 중국,유럽과 협력한다는 둥 삼성에 유리하지 않은 분석도 나온다.

삼성의 은밀한 홍보전…"중국, 스웨덴 유사품 주의"

삼성SDI는 이같은 우려를 의식하듯 물밑에서 각형 배터리 홍보에 한창이다. 회사는 파워데이 이후 펴낸 출입기자단 뉴스레터를 통해 "각형 배터리라고 다 같은 각형이 아닙니다. 큰 대륙, 추운 지방의 유사품에 주의 하시고요"라는 문구를 써가며 자사의 배터리 기술에 대해 소개했다. 자사만의 첨단소재와 부품으로 화재로부터 안전한 배터리를 만든다는 얘기인데, 폭스바겐이 쓰겠다는 중국 CATL과 스웨덴 노스볼트의 제품을 각각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또 뉴스레터를 통해 "유사품으로 인해 각형 배터리가 기술 수준이 낮은 제품이라는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절대 그렇지 않다"고도 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배터리 형태에 따라 각기 다른 장단점이 있어 어떤 형태가 기술적 우위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이들의 전매특허인 파우치형을 현대자동차그룹에 공급하다 보니, 각형은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측면이 있다. 

CATL과 삼성SDI 등이 강점을 지닌 각형 배터리는 폭스바겐, 아우디, BMW 등이 채택한다. 파나소닉이 주로 만드는 원통형 배터리는 테슬라가 주요 고객사다.

폭스바겐 선언 이후 봇물 터진 삼성의 투자 계획

▲ 지난 15일 열린 폭스바겐의 '파워 데이'보다 두달 앞선 IR 자료의 일부. 폭스바겐의 배터리 전략 변화에 대한 내용이 암시돼 있다. [폭스바겐 웹사이트 캡처]

폭스바겐의 파워데이 이후 한국 투자업계에는 삼성SDI의 배터리 투자 계획 소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규모만 해도 1조 원이 넘는다. 보수적 투자 기조를 유지해온 회사가 노선을 바꾼 터라 화제를 모았다. 내용을 종합하면 올해 안에 헝가리 생산라인을 두 배로 늘리고, 2공장 착공에도 나선다. 미국에선 첫 배터리셀 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삼성SDI 측은 업계발 내용을 부정하지 않았다.

폭스바겐의 각형 선언은 이미 올 1월에 열린 투자자 상대 기업설명회(IR)를 통해 암시된 내용이었다. 삼성SDI는 자사에 호재가 될 내용을 일반인보다도 늦게 알았을 만큼 고객사 관리에 세심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한국 배터리 3사는 파워데이 직전까지 폭스바겐의 배터리 전략 변화에 대해 사전에 알지 못했고, 이런 내용을 통보받지도 못했다는 공통된 입장을 낸 바 있다.

안그래도 삼성SDI는 경영전략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 상황이다. 폭스바겐과는 껄끄러운 과거가 있는데, 당초 약속한 배터리 물량의 일부만 공급하겠다며 협상판을 뒤집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규모보다는 수익'이라는 사업 철학을 고집한 결과였다.

삼성, 기술보다는 고객 유치전에 사활걸어야

전문가들은 이번 폭스바겐 사태를 계기로 배터리와 완성차 업체간 전략적인 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박철완 서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삼성이 각형을 먼저 만들게 된 건 (다른 한국 업체보다) 운이 좋은 것이지만, 배터리 모양 전환은 2~3년안에도 가능한 일"이라며 "각형 시장은 중국으로 인해 이미 포화 상태이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놓고 봤을 때 추후 폭스바겐 물량을 따내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현재의 '선투자 후수주' 방식이 아닌 '선수주 후투자'로 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수주라는 건 완성차 양산 최소 3년 전에 진행되기 때문에 고객사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한 뒤 증설이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웅철 국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도 완성차 업체와의 장기적인 협력 관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령 배터리를 차 안에 넣을 수 있게 설계하고, 관리시스템을 갖추는 건 완성체 업체가 하는 일"이라며 "이때 삼성SDI 같은 업체들이 고객사를 배터리 자문을 해가며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KPI뉴스 / 김혜란 기자 khr@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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