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역대급 공급에도 시장에선 "글쎄"…무너진 부동산 정책 신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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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공급에도 시장에선 "글쎄"…무너진 부동산 정책 신뢰

김이현
기사승인 : 2021-02-05 15:38:52
부동산 커뮤니티⋅단체 대화방서 '공급확대 대책' 실효성 비판
"앞서 100만 가구 계획 발표했는데…또 83만 공허한 메아리"
투기 수요 차단도 불확실…"피로감 쌓여 정부 대책 신뢰 안해"
정부가 '공급 쇼크'라고까지 표현하며 대규모 공급확대 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물음표'에 가깝다. 전국 83만 가구라는 숫자만 강조됐을 뿐 정작 어디에, 언제까지 공급하겠다는 세부계획은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미 추진 중인 주거복지로드맵, 3기 신도시 물량과 합하면 무려 200만 가구가 넘는다. 부동산 커뮤니티와 단체 대화방에선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강력한 공급 시그널이라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실제로 추진된다면'을 전제로 뒀다. 공급 물량 대부분이 민간의 땅이나 주택을 재개발하는 방식인데, 이해 조정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일각에선 투기판을 양산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 신뢰도가 떨어진 상황에서 '공공'이 주도하는 방식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한강변 아파트에 둘러싸인 한남재정비촉진 지구. [문재원 기자]

"앞서 발표한 공급대책 진행상황 돌아봐야"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2·4 공급대책을 놓고 '혹시가 역시', '5년째 뜬구름만 잡는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뜬금없는 공급 목표 숫자와 함께 착공도, 인허가도 아니고 어딘가에는 부지를 확보할 것이란 내용만 제시했다"며 "가정의 가정을 거듭한 영끌 물량"이라고 비꼬았다.

다른 누리꾼은 "밀가루 없이 빵을 만들겠다고 하는 격인데, 연초부터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으니 급하게 대책을 내놓은 듯하다"며 "전세난 해소나 무주택자 대출 규제 완화 등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기간에 실현 불가능한 공급 얘기만 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의구심을 제기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연구소장은 "확정되지 않은 숫자는 누구나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며 "2017년 공공주택 100만 가구 계획,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이 약속한 수도권 127만 가구 계획 등이 현재 얼마나 진척됐는지를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언제, 어느 지역에 얼마의 물량이 공급되는지 구체적인 기준과 근거는 없고, 목표 숫자와 함께 주택 공급 방법에 대한 설명만 장황하니까 획기적이기는 하다"며 "작년까지 발표했던 100만 가구 공급계획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인데, 83만 가구라는 공허한 메아리만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은 민간 참여…강남권 재건축은 시큰둥

정부는 '공공 주도'를 강조했지만, 성공의 키는 민간이 쥐고 있다. 윤성원 국토부1차관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2·4 대책 성공 여부는) 땅과 건물 주인들이 얼마나 참여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재건축의 경우 사업이 지지부진한 노후 지역은 공공주도 모델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지만, 조합 자율성과 고급화를 중요시하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신반포19차 재건축 관계자는 "공공이 짓는 재건축 아파트는 고급 단지를 원하는 주민들의 수요를 충족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규모 재건축단지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로 정부가 걷어갈 이익이 없는데,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제를 면제해준다는 건 의미가 없다"며 "게다가 공공이 들어오면 어떤 아파트가 만들어질지도 모르는데 굳이 참여하겠나"라고 말했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한 뒤 대화하고 있다. [정병혁 기자]

"투기세력에 특혜주는 꼴…방지 대책 미흡" 

또 역세권·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를 활용하는 도심 개발 사업은 소유주 동의를 얻는 게 우선이다. 패스트 트랙을 도입해서 절차를 간소화하고 주민 동의율을 낮추기로 했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반대하는 땅 주인이나 '알박기'가 생길 경우 비싼 돈을 주더라도 내보내고 개발을 할지 결정해야 하고, 전·월세로 사는 주민과 상가 상인 등에 대한 보상과 세입자 이주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절차가 완료되더라도 개발 호재에 따른 '투기 수요 차단'이 과제로 남아 있다. 참여연대는 "조세, 개발이익 환수제 등 현행 제도가 미비한 현재 상황에서 시세차익을 보지 못하게 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으면 공공이 하든 민간이 하든 투기판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며 "우선공급권 제한, 전매제한 설정 등 투기 방지 대책을 마련했지만, 이러한 대책만으로 투기 수요를 잠재울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공급 물량에 임대주택 비중은 적고, 분양 가격도 원가에 적정이윤을 더한 가격인지 불명확하다"며 "서민 주거 안정은커녕 집값을 더 올리고 토지주, 공기업, 건설사, 투기세력 등에 막대한 특혜만 안겨줄 '특혜보따리'뿐인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정책 신뢰 잃은 상황에서 또다시 공수표 날리는 것"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임기 중반까지 주택 물량이 부족하지 않다고 했다가 갑자기 대규모 공급으로 방향을 바꿨다"며 "핀셋규제를 한다며 풍선효과를 양산했고, 부동산 대책을 내놓자 마자 추가 보완 대책을 언급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 결과가 지금의 집값"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로감이 쌓여 사람들은 더이상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 상황인데, 또다시 '공공만능론'을 펼치며 공수표를 날리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분석과 준비 없이 정부가 직접 나서면 다 해결된다는 마인드가 여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KPI뉴스 / 김이현 기자 ky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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