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디지털화폐 연구 첫발부터 오류투성이 보고서 낸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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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화폐 연구 첫발부터 오류투성이 보고서 낸 한국은행

김들풀
기사승인 : 2020-05-22 06:56:37
한은 '해외 중앙은행 CBDC 추진 상황' 보고서에 오류 다수 발견
"잘못된 분석,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서 커"
각국 중앙은행들의 디지털화폐(CBDC) 경쟁에 불이 붙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몰고 온 세계 경제 위기와 비대면(Untact) 문화 확산 속에 CBDC 경쟁 속도가 빨라지는 흐름이다.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디지털 형태로 발행되는 중앙은행 화폐를 말한다. 이용 목적에 따라 일반적인 거래에 사용되는 소액결제용(general purpose) CBDC와 은행 등 금융기관 간 거래에 사용되는 거액결제용(wholesale only) CBDC로 구분한다. 소액결제용 CBDC는 우선 현금을 대체하는 편리한 결제 수단으로, 통화정책 유효성 제고 등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한국은행도 의욕적으로 로드맵을 발표했다. 기술과 법률 검토를 거쳐 2021년까지 CBDC 파일럿 테스트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시작부터 미덥지 않다. 지난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 중앙은행의 CBDC 추진 현황(기술검토 진행상황을 中心으로)' 보고서는 오류 투성이다.
▲ 지난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해외 CBDC 추진 현황 [한국은행 제공]

국가별 사례 곳곳에 오류

'해외 중앙은행의 CBDC 추진 상황' 연구보고서는 12개 국가별 중앙은행 CBDC 추진 상황 사례를 분석한 것인데 곳곳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먼저 한국은행이 발행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경우 발행 동기를 페이스북 리브라 등 민간 디지털화폐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리브라 계획 발표보다 5년이나 앞선 2014년부터 CBDC를 추진하고 있다. 2017년에는 인민은행 소속으로 디지털화폐연구소도 설립했다. 리브라 이슈 출현 전의 일이다.

▲ 중국 CBDC 발행 관련 내용을 소개하는 중국 인민은행 홈페이지 화면. 중국은 페이스북 리브라 계획 발표보다 5년이나 앞선 2014년부터 CBDC를 추진하고 있다. 

또 발행 형태를 "거액결제용과 소액결제용을 구분하여 발행하는 간접운영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인민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CBDC는 기존 화폐를 디지털화하는 개념이다. 거액결제용, 소액결제용을 구분하지 않는다.
(중국 인민은행: http://shenzhen.pbc.gov.cn/shenzhen/122787/4013185/index.html)

캐나다 사례도 마찬가지다. 보고서에서 언급한 내용은 캐나다 중앙은행의 '재스퍼(jasper)' 프로젝트인데, 이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영수증 관련 프로젝트이다. 2019년 캐나다 중앙은행 연차보고서(2020년 발행)를 살펴보면 CBDC와 재스퍼(jasper)는 전혀 다른 프로젝트다.
(캐나다 중앙은행: https://www.bankofcanada.ca/2020/05/annual-report-2019/)

▲ 'jasper'프로젝트는 캐나다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전자영수증 관련 프로젝트로 CBDC와 jasper는 다른 프로젝트다. 최종 선책 모델도 확정한 바가 없으며, 올해도 CBDC에 대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출처: 캐나다 중앙은행 연차보고서 내용 캡처]

스웨덴과 일본 사례 경우도 곳곳에서 오류가 발견된다. 스웨덴 중앙은행은 한은 보고서와 달리 아직 거액결제용, 소액결제용으로 구분한 발행 형태에 대해 결정한 바가 없을 뿐만 아니라 디지털화폐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다. 일본 사례도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중앙은행 간에 진행되고 있는 스텔라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이다. 이는 CBDC 발행과 관련이 없는 국제간 결제·청산 인프라에 관한 것이다.
(일본 중앙은행: https://www.boj.or.jp/en/announcements/release_2020/rel200212a.htm/)
(스웨덴 중앙은행: https://www.riksbank.se/en-gb/payments--cash/e-krona/)

 중앙은행 공식자료 아닌 민간 보고서 인용


한은은 왜 이런 오류투성이 보고서를 냈을까.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 기술반은 "해외 각국 CBDC 관련 보고서를 참조로 분석했다"며 "해외 중앙은행 연구사례를 조사해 CBDC 파일럿 테스트를 위한 기술검토 참고용"이라고 말했다.

한은 해외 연구사례에는 해당 보고서 링크 주소가 있다. 중국 사례는 바이낸스 리서치(Binance) 보고서를 인용했다. 캐나다는 페이먼트 캐나다(Payments Canada) 보고서를 참조했다.

전반적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공식 발표 자료가 아니라 암호화폐 관련 기업 등의 자료를 사용함으로써 오류가 많고 부실한 내용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잘못된 분석은 잘못된 정책으로 이어져"

한호현 한국전자서명포럼 의장은 "보고서 발행 전에 전문가 검토를 거치지 않은 것 같다. 지난 여러 차례 발행한 보고서에도 오류가 많아 신뢰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디지털 화폐 시대 미래에 대한 잘못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 향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명체의 피처럼 경제를 돌리는 화폐를 다루는 한은의 부실 보고서는 국가 신뢰도 떨어뜨릴 수 있다.

지난 3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으로 블록체인· 가상자산(암호화폐) 관련 산업이 처음으로 제도권에 들어온 터다. 한은은 올해 초 금융결제국 내에 신설한 디지털화폐연구팀과 기술반을 중심으로 CBDC 관련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KPI뉴스 / 김들풀 IT과학 전문기자 itnews@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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