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미싱 돌아가듯…멈출줄 모르는 '죽음의 외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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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 돌아가듯…멈출줄 모르는 '죽음의 외주화'

임민철
기사승인 : 2020-05-01 12:51:29
슬픈 노동절 130주년...파견직 노동자들의 죽음

1일은 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제정된 '근로자의 날'(노동절)이다. 노동자들에게는 뜻깊은 날인데, 선진국에 들어섰다는 대한민국의 노동절은 우울하기만 하다. 

코로나19에 노동자의 삶이 위협받는 터에 이틀 전에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는 암울한 노동의 현실을 드러냈다. 이 사고는 여전히 '죽음의 외주화'가 계속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화재 사고로 희생된 근로자는 38명.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희생자를 포함해 희생자 모두 파견직이다. 일용직도 포함돼 있다.

12년 전에도 같은 지역의 냉동창고 화재 사고로 40명이 숨졌는데, 이때도 희생자는 일용직 또는 파견직 노동자들이었다.

▲ 지난달 29일 화재가 난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마는 창고를 불태우며 노동자 3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천=문재원 기자]


이천경찰서와 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경기도 이천시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사고로 작업자 78명 중 38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은 이날 오전 확인되지 않았던 9명 중 4명의 신원을 추가로 확인했다.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29명으로 전기, 도장, 설비, 방수 등의 작업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분야별 소규모 하청업체 소속이거나 일용직 근로자였다. 이 가운데는 '코리안드림'을 안고 온 외국인 근로자 3명이 포함됐다. 연령별로는 40~60대가 대다수였지만 20~30대 청년들도 있었다. 

2008년 발생한 이천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도 마찬가지였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인력시장을 통해 모인 일용직 인부와 외국인 노동자들이었다. 

하청이나 일용직 노동자들이 이처럼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지만 안전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사고 현장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규정된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말한다. 나아가 한 건물에서 사고위험이 높은 공사를 여러 곳에서 동시에 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 2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발생해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이번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경기남부경찰청 수사본부는 전날 물류창고 시공사인 주식회사 건우의 충남 천안 본사와 건축주인 한익스프레스의 서울 서초구 본사, 감리업체, 설계업체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설계도면 등 관련서류를 확보한 뒤 비교분석해 공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안전조치 위반사항은 없는지 살펴볼 방침이라고 밝혔다.
  
2017년 발표된 고용노동부 산하 안전보건공단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하청업체의 산재 사망건수는 원청업체의 8배에 달했다. 이번 정부 들어 재난과 사고로부터 국민안전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강조되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맞닥뜨리는 위험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작년 4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8년 산재 사망 노동자 중 하청 노동자 비율은 40%로 이전과 같았다.

2016년 서울시 구의역에서 승강장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김 모군이 전동차에 끼여 사망하고,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점검 업무중이던 김용균 씨가 연료공급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지는 사건이 잇따르면서 목숨을 위협하는 외주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별반 달라진 건 없는 듯하다. 생명보다, 인권보다 돈이 우선인 세상에선 악순환의 고리가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고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죽음의 외주화'가 계속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KPI뉴스 / 임민철 기자 imc@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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