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다시 시작된 검·경 자존심 싸움…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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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검·경 자존심 싸움…점입가경

주영민
기사승인 : 2020-04-29 16:58:46
청와대 특감반원 휴대전화 비밀번호 놓고 마찰
검찰 "법적권한 없어"…경찰 "또 절차 밟아야"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 재수사',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휴대전화 쟁탈전', '울산 고래고기 사건'.

지난해 12월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앞두고 검찰과 경찰이 국회를 상대로 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국면을 만들고자 서로를 물고 뜯은 사건들이다.

최근 검찰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휴대전화를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채 경찰에 넘기면서 양 기관의 기싸움이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 최근 검찰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휴대전화를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채 경찰에 넘기면서 양 기관의 기 싸움이 재점화하고 있다. [그래픽=김상선]

30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청와대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사건 수사 중 숨진 백모 검찰 수사관의 휴대전화가 최근 검찰에서 경찰로 인계됐다.

문제는 검찰이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경찰이 껍데기뿐인 해당 휴대전화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 됐다는 점이다.

검찰은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이유로 경찰이 휴대폰을 분석할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라는 입장인 반면 경찰은 능동적인 수사가 불가능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로선 경찰이 해당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입수할 방법은 암호해독을 위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 받거나, 유족들의 동의를 구해 비밀번호를 얻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유족들은 변사사건 기간 이상의 자료를 경찰에게 넘기는 것을 찬성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경찰의 선택지는 압수수색영장 신청밖에 없는데 이를 고를 경우 지난해 말 벌어진 휴대전화 쟁탈전이 다시 펼쳐질 공산이 크다.

당시 백 수사관이 서울 서초동의 한 건물에서 숨진 채 발견된지 꼬박 1주일 사이 검찰의 경찰에 대한 압수수색에 이은 경찰의 영장신청, 검찰의 기각이 수차례 반복되는 등 검·경 갈등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의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경찰이 이번에도 검찰의 기각할 것이 분명한 상황임에도 압수수색영장 신청 카드를 꺼낼 들면 양측 모두 물러서지 않고 팽팽히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이유에 대해 표면적으로 법적 권한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속내는 자신들이 분석한 자료를 선별해 줬는데 경찰이 굳이 휴대전화를 전체 내용을 조사하고 분석할 필요가 있느냐는 입장인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과 달리 경찰은 휴대폰을 유류물로 갖고 있는 것이지 정식으로 입수한 것이 아니라 분석할 권한이 없다"면서도 "변사사건 수사에 필요한 기간에 한정해 이미 분석한 자료를 제공했기에 추가로 휴대폰을 분석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검찰이 준 자료만 가지고 수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검찰로부터 휴대전화와 변사사건 관련 내용을 전달받았지만, 해당 자료만으로 사망 동기 등을 밝혀내는 데 충분하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추가 자료가 필요할 경우 정식 절차(영장신청)를 밟을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검찰과 경찰이 이처럼 극명하게 대립하는 이유는 검경수사권조정 세부 사안을 두고 검찰과 경찰이 서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물밑작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해당 이슈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해당 휴대전화와 관련된 수사의 본류가 청와대가 경찰에 김기현 전 울산시장 관련 하명수사를 지시했다는 의혹이어서 그 파장이 큰 만큼, 판도라의 상자가 될 고인의 휴대전화에 검찰과 경찰의 신경이 온통 쏠릴 수밖에 없다.

재경지법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검경수사권조정에 대한 세부사항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한 여론전을 앞두고 누적된 검경 갈등이 다시 표출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해당 휴대전화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풀어내는 핵심 증거이기에 수사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라도 양측이 팽팽하게 맞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KPI뉴스 / 주영민 기자 cym@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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