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한국정부, 민간인 학살 배상하라"…베트남인 소송 쟁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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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부, 민간인 학살 배상하라"…베트남인 소송 쟁점은

김지원
기사승인 : 2020-04-22 13:58:18
민변TF, 베트남전 피해여성 대리 서울지법에 소송장
미군 보고서 등 자료 존재…국방부는 공식 자료 없어
국가배상법·상호주의 근거…"개인 피해에 대한 권리"
베트남 전쟁 당시 생존자가 한국군에게 민간인 학살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그동안 한베평화재단 등을 중심으로 베트남전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청와대에 청원을 제출하는 움직임은 꾸준히 있었지만,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선례가 없는 일인 만큼, 소송 진행과 쟁점에 관심이 쏠린다.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지난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정문에서 베트남전쟁 시기 민간인학살 사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 소장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변 베트남 TF 제공]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베트남전쟁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을 위한 TF'(민변 베트남 TF)는 지난 2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응우옌티탄(60·여)을 원고로 한 소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응우옌티탄은 베트남 퐁니퐁넛마을에서 파월한 국군 청룡부대 제1대대 제1중대 소속 군인들에 의해 복부에 총격을 당하고 가족들 역시 같은 사건에서 살해당했다고 주장한다.

먼저 소송의 '증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군의 베트남 민간인 학살에 관해서는 객관적 증거가 남아있다는 것이 원고 측 주장이다. 퐁니퐁넛 마을의 경우 학살이 일어난 후 미군이 마을에 들어가 사건을 조사하고 남긴 감찰보고서가 있다. 해당 증거는 현재 기밀 해제돼 공개된 상태다. 이 밖에도 피해자들의 증언이 다수 존재한다. 베트남 현지 피해 마을에는 위령비가 서 있다. 베트남 정부가 조사를 거쳐 위령비에 학살 정황을 기록해 놓은 곳도 있다. 피해자 명부가 적힌 위령비도 발견된다.

하지만 국방부에는 공식 자료가 없다. 국방부는 베트남전 학살 피해자의 진상조사 요구에 "국방부 보유 자료에서는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관련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베트남전 당시 중앙정보부, 현 국정원이 관련자들을 조사한 결과가 남아있지만,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에 민변 측은 해당 수사기록을 공개하라는 정보공개청구를 진행 중이다.

국방부는 진상조사를 위해서는 베트남정부의 외교적 협력이 필요하나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방부는 "더 면밀한 조사를 위해서는 한국 측의 단독조사가 아닌 베트남당국과의 공동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나, 한국-베트남정부 간 공동조사 여건이 아직까지 조성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객관적 증거는 다수 존재하지만, 한국 '공식' 기록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 퐁니퐁넛마을 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이 지난 21일 원격으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민변 베트남 TF 제공]

그렇다면 이번 소송의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은 무엇일까. 민변은 국가배상법에 근거해 이번 소장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국가배상법이란 공무원 등이 불법행위를 해서 피해를 입으면 그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해서 손해배상을 받아내도록 한 법이다. 한국 전쟁 당시 경찰, 군인 등이 국민을 살해한 경우 손해배상을 한 사례가 있다는 점을 참고했다.

이 지점에서 한국 전쟁 당시 우리 국민이 공무원에게 살해당한 경우와 베트남 국민의 경우가 같지 않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이 때 적용 가능한 개념이 '상호주의'다. 상호주의란 국가 간 같은 값의 가치를 교환하거나 동일한 행동을 취하는 주의로 외교의 기본적인 원리 중 하나다. 자국에서 보장 받는 것은 타국에서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민변은 상호주의가 적용될 것이라 보고 있다. 민변 측 관계자는 "우리나라 하급심 판례에는 베트남이나 외국에서 들어온 분들이 출입국관리국에서 불법 구금된 점에 대해 대한민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이긴 사례가 있다"며 "상호주의 부분은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민변은 설명했다.

베트남과 국가 대 국가 간 해결이 아닌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베트남과 한국 간 관련 입장정리가 명확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의 국가 상대 소송이 걱정된다는 시선이다. 이에 대해 민변은 "개인의 권리를 국가가 대신 행사해야 한다고 제한할 수는 없다"며 "국제법적으로 국가가 개인의 권리를 대신해서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은 소수 견해"라고 말했다.

국가가 요구하지 않더라도, 개인의 피해 사실에 대한 권리는 살아 있다는 뜻이다. 실제 우리 대법원 역시 일제 강제징용 피해 등에 대해 국가가 행사하지 않았다고 해서 국민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을 방해하지는 않는다는 게 민변의 견해다.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베트남법률가협회를 비롯한 많은 단체는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사건에 대한 한국정부의 진상규명 및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베트남전 민간인 피해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등은 인권과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초석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 진실의 바탕 위에서 한국과 베트남의 미래 지향적 관계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조치를 요구해왔다.

한편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및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전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한 바 있다.

KPI뉴스 / 김지원 기자 kjw@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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