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취약할때 정부가 돕는 건 당연" vs "재정주도 성장은 지속불가능" 한국 경제가 지난해 2.0075% 성장하면서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지켜냈다.
당초 민간 연구기관들이 예상한 1.9% 성장보다는 높은 수치이지만, 정부가 '2.0%'를 지키려고 막판에 재정을 풀어 성장률을 끌어올린 결과이다 보니 엇갈린 평가가 나온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기여도가 높다는 지적에 대해 "성장은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돕는 기능을 하는 것이 책무"라면서 "지난해 극히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 활력이 낮아졌을 때 정부가 재정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해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재정 없이는 1%대 성장을 한 것과 다름없으며, '재정주도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턱걸이 2% 성장 가운데 1.5%p는 정부가 기여
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844조263억 원으로 2018년(1807조7359억 원) 대비 2.0075% 증가했다.
이는 앞서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발표한 작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보다 높다. 지난해 11월 자본시장연구원은 2019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1.9%로 예상했고, 한국경제연구원도 극심한 내수 부진과 수출급감으로 작년 성장률이 1.9%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 같은 차이가 발생한 이유에 대해 "연구소마다 성장률을 측정하는 방식이 세부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전반적인 숫자를 놓고 봤을 때는 민간보다는 정부 기여도가 예상보다 높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표] 경제주체별 성장 기여도(전년동기대비, %p)
| 2019년 | ||||||
| 1분기 | 2분기 | 3분기 | 4분기 | 연간 | ||
| 국내총생산 | 1.7 | 2.0 | 2.0 | 2.2 | 2.0 | |
| 주체별 | 민간 | 0.9 | 0.2 | 0.3 | 0.4 | 0.5 |
| 정부 | 0.9 | 1.8 | 1.6 | 1.9 | 1.5 | |
실제로 한은이 발표한 지난해 성장률에 대한 경제주체별 성장 기여도를 살펴보면 2.0% 성장 가운데 1.5%p는 정부가 기여했다. 민간 부문의 기여도는 0.5%p에 불과했다. 성장률의 4분의 3을 정부가 끌어올린 셈이다.
특히 홍 부총리가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가 개선되는 모습"이라고 말했던 작년 4분기 성장률(2.2%) 역시 정부가 1.9%p의 높은 기여도를 보였다.
"재정이라도 풀어서 달성한 데 의의…정부가 방치하면 악순환"
정부의 기여도가 높았던 지난해 경제 성장률을 두고 일각에서는 민간 부문이 취약한 상황에서 정부라도 나서서 경제 성장률을 높여야 한다고 진단한다.
강현주 자본시장연구원 거시금융실장 "지난해 11월 전망 당시에는 4분기 성장률이 1% 수준을 넘기 어렵다고 판단해 작년 성장률을 1.9%로 예상했다"면서 "4분기에 정부 재정 집행률이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면서 전체 성장률이 2%를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강 실장은 지난해 성장이 안 좋았던 건 해외 요인이 컸기 때문에 재정이라도 성장률을 방어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악화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1% 초중반의 성장률 아무도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재정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방어라도 한 게 어디냐"는 것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가 만약 개입하지 않았으면 어떤 상황이 도래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경제학 교과서에도 잠재 성장률보다 경제가 뒤처지고 가계와 기업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 할 때 임시적으로 보완역할을 하는 게 정부라고 나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야지만 돈이 가계와 기업한테 가서 체력이 약해진 것을 보강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고 방치한다면 민간 부문이 더 위축되면서 세금이 줄어들고 재정적자 증가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정부의 재정 투입을 무조건 비판하기보다는 언제까지 정부 재정 투입으로 성장률을 방어할 것인지와 재정을 어디에 쓰는 것이 더 효율적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으로 끼워맞춘 성장은 지속불가능…규제 풀어 신산업 발굴해야"
반면 재정으로 일궈낸 성장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 재정을 이월 과세하지 않고 써버린 효과가 11월 전망치와 실제 성장률 간의 차이를 만들었다"면서 "이월 재정이 없었더라면 성장률이 1.9%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 성장을 끼워 맞추기 위해서 재정을 이월하지 않고 풀었는지, 정말 필요한 곳에 쓰였는지에 대한 정확한 내용은 정부만 알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4분기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풀어서 2% 성장을 방어한 것은 사실이나 2018년 2.7%, 2017년 3.3% 성장에 비하면 성장률의 움직임이 거의 1%로 하강한 상태"라며 "재정으로는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노동비용을 올리고, 수출 등이 부진한 결과로 보인다"면서 "반도체 이외 추가적인 산업들이 발굴되지 못한 영향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새로운 산업으로 투자 및 진출을 용이하게 하는 방향으로 규제 환경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KPI뉴스 / 강혜영 기자 kh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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