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현장에서] "마스크 쓰고 싶은데 손님들 눈치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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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마스크 쓰고 싶은데 손님들 눈치 보여요"

김형환
기사승인 : 2020-01-29 11:18:51
인파 속 '코로나바이러스' 두려움 커
경복궁 근처 한복 대신 마스크 물결
명동 등 관광지엔 마스크 품절 대란
"위생 준칙 실천해 확산 막아야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에 대한 공포심은 광범위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었다. 주변에 기침 소리만 들려도 사람들은 신속히 발걸음을 비키거나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기침을 통해 바이러스가 옮긴다는 사실에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듯했다.

경복궁과 광화문 인근에는 한복 입은 관광객들이 평소보다 훨씬 줄었다. 관광객 박민혁(20) 씨는 "코로나바이러스가 겁나 마스크를 쓰게 됐다. 여행 오니 더 조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쓴 관광객들은 마냥 들뜬 표정은 아니었다.

일본인 친구들과 함께 광화문을 찾은 박모(22) 씨 일행도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박 씨는 "의정부에 사는데, 의정부에서 의심환자가 나왔다는 기사를 보고 새벽까지 잠을 못 잤다"고 두려움을 전했다.

광화문의 직장인들도 평소 다니던 길이지만 조심하는 모습이었다. 이환희(31) 씨는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했다"며 "시민의 한 사람으로 작은 실천을 통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자 한다"고 말했다.

▲ 28일 오후 서울 인사동과 종로 사이의 횡단보도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지나가고 있다. [김형환 인턴기자]


종각역 인근의 한 편의점. 카운터에는 60대 장모 씨가 마스크를 쓰고 서 있었다. 장 씨는 "본사에서 직원들 마스크 쓰라고 지침이 내려와서 쓰고 있다"며 "손님들이 싫어할까 봐 걱정했는데 몇몇 손님한테 물어보니 괜찮다고 하더라"고 했다. 인근 한 식당의 업주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손님들이 안 좋게 생각할까 봐 안 쓰고 있는데 사실 속마음은 쓰고 싶다"고 고충을 내비쳤다.

마스크 쓴 관광객들이 붐비는 인사동의 상인들도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43) 씨는 "마스크가 엄청나게 팔리는 걸 보니 바이러스 공포가 실감 난다"고 말했다.

닭꼬치를 판매하고 있는 이모(55) 씨는 "중국인 관광객이 많았는데 잘 안 보인다. 사람이 줄어든 것을 보니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실감 난다"고 전했다.

관광객 박지은(37) 씨도 "외국 사람들도 많고 북적대는 곳이라 불편하긴 하지만 혹시나 하는 두려움에서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 28일 오후 서울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형환 인턴기자]


어르신들의 쉼터 탑골공원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토론이 한창이었다. 마스크를 쓴 어르신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어르신도 있었다. 어르신들은 삼삼오오 모여 휴대폰을 통해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영상물을 시청하고 있었다.

평소 탑골공원을 자주 찾는다는 박모(76) 씨는 기자에게 영상을 보여주며 "이것 봐라. 마스크를 안 쓸 수가 없다. 유튜브를 보니 바이러스가 정말 무섭다"며 기자에게 당장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했다.

▲ 28일 서울 명동에서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 [정병혁 기자]


명동은 입구부터 마스크를 낀 사람들로 북적였다. 얼핏 보기에도 절반은 넘어 보였다. 한쪽 골목에 자리를 잡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수를 셌더니 100명 중 57명이 마스크족이다. 가족 단위 관광객들의 단체 착용이 눈에 띄었다.

명동의 편의점들은 마스크 품귀 사태를 겪고 있었다. 김유정(46) 씨는 "이번 겨울은 황사가 심하지 않아 마스크가 거의 안 나갔는데, 설 연휴에 갑자기 막 팔렸다"며 "일주일에 두 번 물건이 들어오는데, 들어오는 즉시 다 나가는 실정"이라고 했다.

다른 편의점의 진주형(27) 씨는 "요 며칠 잘 팔리고 있다. 다만 차단율이 높은 KF94는 잘 팔리고 그게 없다고 하면 그냥 가버리는 손님도 많다"고 전했다.

▲ 28일 오후 서울 명동의 한 약국에 마스크가 박스째 쌓여 있다. [양동훈 인턴기자]


약국에서는 마스크를 박스 단위로 쌓아 놓고 팔고 있었다. 약국 내부는 마스크를 사러 온 손님들로 가득 찼다. 거의 중국인들이다. 중국에서는 마스크값이 비싸고 값도 엄청나게 뛰어 한국서 사가는 관광객들이 많다는 전언이다. 약사는 너무 바빠 인터뷰를 사양할 정도였다.

명동 길거리에서 손님을 맞이하던 상인 임모(34) 씨는 "느낌상으로는 거의 80% 가까이 마스크를 쓴 것 같다. 메르스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장기화되면 매상이 떨어질 것 같다"고 걱정했다.

근처에서 손님을 기다리던 조모(65) 씨도 "메르스 때는 상황이 오래가서 경기도 안 좋았는데, 이번 바이러스는 얼마 안 돼서 아직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장기화되면 타격이 클 것 같다"고 우려했다.

명동에서 친구와 함께 걷던 박지영(19) 양은 "주변에 중국인이 너무 많은 것 같아서 더 신경이 쓰인다"며 "원래 나는 미세먼지 같은 것도 신경 안 쓰는데, 이번엔 심각하다는 얘기가 많이 들려 마스크를 쓰게 됐다"고 말했다.

KPI뉴스 / 김형환⋅양동훈 인턴 기자 hwani@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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