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리얼돌 학술논문 첫 발표…"언제든 침해 가능한 女신체 장악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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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학술논문 첫 발표…"언제든 침해 가능한 女신체 장악 의지"

김광호
기사승인 : 2019-10-28 10:09:27
윤지영 교수, '리얼돌 수입 허가' 대법원 판결 비판
"2심에서 성적 자유 지닌 '개인' 남성으로 한정돼"
"남성은 리얼돌 통해 여성 신체 지배하는 데 집중"

여성의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리얼돌 문제를 다룬 학술논문이 처음으로 발표됐다.

▲ 리얼돌 관련 학술논문(빨간색) 발표가 공지된 포스터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제공]


28일 건국대에 따르면 건국대 부설 몸문화연구소 윤지영 교수는 지난 18일 이화여대 이화인문과학원과 공동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리얼돌, 지배의 에로티시즘'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윤 교수는 리얼돌 수입 허가 판결 과정과 남성이 사용하는 리얼돌에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남성이 사용하는 성인용품은 여성의 신체를 지배하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7월 인천세관은 리얼돌을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규정해 수입 통관을 보류했다. 그러자 리얼돌 수입업자는 이에 반발해 인천세관을 상대로 수입통관보류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리얼돌을 '음란물'로 규정하고 통관보류를 결정한 세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다른 성기구와 마찬가지로 리얼돌도 수입을 허용해야 한다고 판시했고, 대법원이 원심을 확정해 리얼돌 수입은 법적으로 허용됐다.

윤 교수는 리얼돌 수입 관련 재판에 대해 "1심은 리얼돌에 대해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성적 부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음란물'로 규정했지만, 2심에서는 '성기구'로 정의하면서 수입을 허용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1심에서 '사람의 존엄성'을 말할 때 말하는 사람은 여성을 가리키지만, 2심에서 성적 자유를 지닌 '개인'은 남성으로 한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리얼돌 사용과 관련해 여성이 사용하는 성인용품과 남성이 사용하는 리얼돌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여성용 성인용품은 남성 신체의 완벽한 재현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면서 "여성이 기구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신체가 느끼는 것에 집중하고자 한다면, 리얼돌 등 남성용 성인용품은 여성의 신체를 지배하는 데 집중한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리얼돌이 불러일으키는 성적 자극의 본질에 대해 "수동적이며 언제든 침해 가능한 여성 신체에 대한 장악 의지"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그는 "남성들의 치료와 성욕 해소를 위한 도구적 존재로 여성 신체가 형상화되는 일이 여성들에게 어떤 인격침해나 심리적·신체적 훼손을 유발하는지, 어떤 측면에서 트라우마적 요소가 될 수 있는지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다"고 판결을 비판했다.

▲ 이용주 무소속 의원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성인용품인 리얼돌을 보여주며 질의하고 있다. [뉴시스]


앞서 지난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리얼돌 수입 판매 금지 취지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대법원은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지 않는다면 수입을 허용했다"면서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인간이 아니라 남자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리얼돌이 남성의 모습을 본떴으면 과연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것이 아니라고 할지 궁금하다"면서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가졌지만 움직임이 없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실제 여성들을 같은 인간으로 볼 수 있겠느냐"며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청와대 답변을 들을 수 있는 동의 20만을 넘겼고, 이에 청와대는 관련 규제와 처벌을 더욱 엄격히 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18일 산업통상자원부 종합 국정감사에서는 무소속 이용주 의원이 감사장에 실제 리얼돌을 가져와 산자부 장관에게 리얼돌의 산업 진흥을 검토해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의를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KPI뉴스 / 김광호 기자 khk@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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