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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중단, 핵실험' 카드 꺼낸 北, 대미압박 본격화

장기현
기사승인 : 2019-03-15 22:32:48
최선희 외무성 부상,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고려"
"두 최고지도자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

제2차 북미정상회담(2월27∼28일·하노이) 결렬 이후 한 동안 공식 입장을 내지 않던 북한이 '협상중단'과 '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며 미국 압박에 나섰다.

 

▲ 15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가운데)과 북측 관계자들이 평양에서 각국 외교관과 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AP 뉴시스]


15일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최 부상은 "우리는 미국의 요구사항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지 양보할 의사가 없다"면서 "우리는 그런 협상을 할 의지가 약하다"고 말했다.


최 부상은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향후 행동 계획을 담은 공식성명을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북한 정부가 발표한 첫 공식성명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외국대사관 대표와 평양 주재 외신 기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표는 미국이 '빅딜' 입장을 고수하며 제재 강화 가능성까지 거론하는 등 북한을 몰아세우자 북한이 특유의 '벼랑끝 전술'로 응수한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북미간 기싸움이 본격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최 부상의 언급은 '협상중단'과 '미사일 실험 재개' 가능성까지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상당히 위협적이다. 북한은 작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 방북 때 "대화가 지속되는 동안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략도발을 재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고, 같은 해 4월 20일 개최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정서를 통해 그 입장을 공식화했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핵개발의 전 공정이 과학적으로, 순차적으로 다 진행되었고 운반 타격 수단들의 개발사업 역시 과학적으로 진행되어 핵무기 병기화 완결이 검증된 조건에서 이제는 우리에게 그 어떤 핵시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만 해도 핵무력 완성에 따른 자발적인 '실험 중단'이라고 설명했던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보름만에 실험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와 관련, 최근 북한이 과거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가 이뤄졌던 서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재건하는 모습이 위성을 통해 포착되기도 했다.


만약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면 지난해부터 시작된 화해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강대강'의 대치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보다는 미국의 압박에 맞받아치며 향후 전개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고자 하는 기싸움의 성격이 더 강하다는 분석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랑해온 대표적 대외 분야 성과(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를 무너뜨릴 수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미국의 양보를 끌어내려는 압박 수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 부상이 '협상중단'을 선언하지 않고 김 위원장이 조만간 이와 관련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힌 것도 미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여지를 준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북한이 판을 깨겠다는 의도가 없다는 점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태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최 부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국방위원장의 관계에 대해 "두 최고지도자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chemistry)은 신비할 정도로 훌륭하다"고 묘사했다. 


그러나 북한은 최 부상의 회견을 통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밝혔던 입장에서 조금도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확실히 하고 있어 대화가 이른 시일 내에 재개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에서도 이번 회담 결렬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회의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움직일 공간이 점차 좁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만약 양측의 양보없는 대치가 장기화할 경우 북한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평양 답방을 조기 성사시킴으로써 '배후'를 강화하거나 핵·미사일 실험을 공식 예고하며 김 위원장 신년사에 등장한 '새로운 길'을 구체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특히 북한이 판을 흔들기 위해 실험 재개의 길로 나아가고 미국도 강경기조로 대응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5일(현지시간) 자신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차북미정상회담 당시 비타협적 요구를 했다고 비난한 최선희 부상의 주장에 대해 "부정확하다"고 반박했다.

 

AP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턴 보좌관은 이날 백악관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하며 한국의 카운터파트와 북한의 주장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한국의 카운터파트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KPI뉴스 / 장기현 기자 jkh@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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