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단독] 8월 창원 아파트 화재 당시 모녀 목숨 구한 '시민영웅'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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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8월 창원 아파트 화재 당시 모녀 목숨 구한 '시민영웅' 있었다

박유제
기사승인 : 2023-09-08 11:49:23
화재 목격 후 베란다 통해 모녀 구조한 사람은 회사원 박영재 씨
"트라우마로 사흘간 잠 못 자"...소방서, '소방의날' 감사장 계획
지난달 17일 경남 창원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발생 당시 우연히 근처를 지나던 50대 회사원이 2명의 소중한 인명을 구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화재 발생 직후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도록 교통정리에 나섰던 청원경찰이 한 언론에 부각되면서 정작 화재 발생 장소의 모녀를 직접 구한 뒤 현장에서 홀연히 자취를 감춘 '용감한 시민'이 누구냐에 대한 궁금증이 아파트 부녀회를 중심으로 더욱 커져가는 상황이었다.

이 회사원은 2층 베란다에 매달려 울부짖고 있던 여중생에 이어 무서움에 떨고 있던 40대 엄마를 밑에서 받아내는 방법으로 구출한 뒤 홀연히 자취를 감췄다가, 경찰의 최초 목격자 조사 과정에서 다급했던 상황을 털어놨던 것으로 밝혀졌다. 

▲ 지난달 17일 창원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현장과 박영재 씨

창원의 한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박영재(58) 씨는 8월 17일 야간근무를 마치고 창원 마산회원구 내서읍에 있는 아파트 집으로 귀가해 시간을 보낸 뒤 오후 4시께 아파트 밖을 걷고 있었다.

그런데 10여 분이 지났을 즈음 '쾅쾅' 하는 소리에 주변을 살펴보니, 자신이 사는 아파트 옆 동 2층에서 검은 연기와 함께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휴대전화기를 집에 두고 나왔던 박 씨는 경비실로 달려가 "화재가 발생했으니 소방서에 신고해달라"고 말한 뒤 다시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다. 

불길이 바깥에서 볼 수 있을 정도로 거세지는 가운데 2층 베란다에는 10대 중반의 여중생이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박 씨는 겁에 질린 채 베란다에 매달려 있는 학생에게 뛰어내리라고 외쳤다.

무섭다며 뛰어내리길 거부하던 그 학생은 팔로 받아내겠다는 박 씨의 손에 구조됐으나, 이내 "집에 엄마 아빠가 있다"며 울부짖었다.

학생 어머니인 40대 중반의 B 씨도 서둘러 베란다로 나오긴 했지만, 역시 뛰어내리지 못해 서성이다가 박 씨의 다급한 호소에 결국 박 씨를 향해 몸을 날렸다. B 씨는 이미 얼굴 등에 중화상을 입은 상태였고, 남편은 이미 현관을 통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 화재 진압 후의 아파트 내부 [마산소방서 제공]

유리 파편 등에 의한 2차 피해를 우려한 박 씨는 경비원과 함께 B 씨를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고, B 씨는 소방차량과 함께 도착한 119구급차량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했지만 망설임 없이 나서 두 명의 생명을 구한 박 씨는 화재 진압이 시작되자 현장을 빠져나왔지만, 곧바로 인근 약국으로 달려가 진정제를 구입해 복용해야 할 정도로 긴장해 있었다.

박 씨의 아내 안지윤(58) 씨는 "평소 운동을 많이 한 남편이 두 명이나 소중한 생명을 구했지만, 정작 자신은 화재 당시의 상황에 대한 트라우마로 사흘 정도 잠까지 설쳐야 할 만큼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화재 당일 관할 마산동부경찰서 삼계지구대 소속 경찰관이 최초 목격자로 박 씨를 지목했다. 박 씨는 이튿날인 18일 아내 안 씨와 함께 지구대에서 목격자 진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원소방본부 마산소방서는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확인, 당초 소방차 진입 등을 도운 경남도청 청원경찰 배병진 씨에 감사장을 수여하려던 방침을 바꿔 오는 11월 9일 '소방의 날'에 맞춰 박 씨에게도 감사장을 수여하는 입장을 내부적으로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당시 화재로 두 모녀 이외에 주민 4명이 경상 또는 단순 연기흡입으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불은 8000만 원 상당(소방서 추산)의 재산 피해를 내고 40분 만에야 완전히 진화됐다.

경찰은 이날 화재와 관련해 "벽면에 액자를 붙이려고 에폭시 수지 작업을 하던 중 라이터를 켜는 순간 불이 붙었다"는 거주자의 당초 진술에 의문이 많다고 보고, 화재 원인을 정밀 조사하고 있다.

KPI뉴스 / 박유제 기자 pyj8582@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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