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I뉴스 - 잇단 성폭력에 자살까지 기도한 여하사에게 '불명예 전역'하라는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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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성폭력에 자살까지 기도한 여하사에게 '불명예 전역'하라는 軍

정현환
기사승인 : 2024-10-08 18:11:09
약 3년간 이어진 상관들의 성폭력에 세 차례 극단적 선택 시도
"죽으면 편해질 것 같다"는 말만…국군수도병원 '우울장애' 진단

20대 공군 A하사의 꿈은 산산이 부서졌다. 세차례 자살을 기도했다. 몸과 마음은 만신창이가 됐다. "죽으면 편해질 거 같다"는 폐쇄병동의 '우울장애' 환자. 웃음 많던 A하사의 현재 상태다. 

 

▲ 수년간 성폭력·딥페이크 음란물 피해를 당한 A 하사가 지난달 중순 경기 분당 한 카페에서 KPI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정현환 기자]

 

지난 3년 잇단 성폭력이 A하사의 삶을 짓밟았다. 야근 중 상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그래서 다른 부대로 전출했는데 그곳에서 똑같은 일을 겪었다. 저항은 무력했다. 2차 가해가 이어졌다. 설상가상 A하사 얼굴이 합성된 '딥페이크' 음란물까지 돌았다. 

 

벼랑끝 마지막 선택은 '의병전역'. 그러나 군은 '현역복무부적합심사'를 권했다. 주로 흠결 있는 군인을 '불명예 전역'시키는 제도다. 문제의 원인을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에게 찾는 꼴이다. 또 다른 2차 가해가 아닐 수 없다. 

 

KPI뉴스는 A하사가 겪은 성폭력 피해를 추적했다. 수사·재판 기록을 훑었고, 9월 중순 폐쇄병동에서 나온 A하사를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A하사는 만나기로 한 경기 과천 카페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마스크를 쓴 채 나타났다.   

 

악몽의 시작은 2021년 12월. 야간근무중 선임 B하사가 컨테이너 뒤로 A하사를 불러냈다. A하사의 머리를 여러 차례 만졌다. "너한테 좋은 감정이 든다", "여자친구와 권태기"라며 손깍지를 꼈다. 1·2심 재판에서 가해자의 유죄(징역 6개월, 선고유예)가 확정되기까지 약 2년이 걸렸다. 

 

끝이 아니었다. A하사에겐 끔찍한 기억인데, 타인에겐 흥미로운 가십거리였다. 같은 부대 상급자 C중사(당시 하사)의 '2차 가해'가 이어졌다. 그날 일을 떠들고 다니며 A하사를 비난했다. A하사는 부대장에게 전출을 신청, 먼 곳으로 근무부대를 옮겼다. 

 

평온은 오래가지 않았다. 얼마 후 2차 가해자 C중사가 같은 부대에 배속됐다. A하사는 "제가 왜 전입해 왔는지 이미 다 알고 있었어요. 어떻게든 티 안 내며 버티고 버텼는데…"라며 울먹거렸다. A하사는 지난해 3월 첫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성추행은 전출해 간 부대에서도 있었다. 2023년 6월 당직근무 중이던 D상사가 선배로서 조언해 주겠다며 A하사 곁으로 다가왔다. 커피를 타겠다더니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어 팔을 주무르고 등에 손을 올렸다. 극단적 선택 3개월 후에 또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D상사는 '진급'과 '장기복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인사권을 쥔 상급자의 권력 갑질로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A하사는 지난달 D상사를 경남 진주경찰서에 고소했다.

 

▲ 지난달 24일 A 하사는 '군형법 제92조의3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자신을 성추행한 D 상사를 경찰에 고소했다. [A 하사 제공]

 

악몽은 성추행만이 아니었다. 올해 1월 A하사의 스마트폰 알림이 울렸다. '텔레그램(Telegram)' 메신저였다. 신원을 알 수 없는 사람이 말을 걸었다. 그는 A하사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어디에서 근무하며 무슨 일을 하는지, 군인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내용이었다.

 

그는 대화방에 사진을 올렸다. A하사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음란물이었다.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이런 사진이 퍼졌다는 것을 알리려고 대화를 걸었다고 했다. 이내 그는 대화를 마치고 사라졌다.

 

몇 달 뒤 공군본부에서도 연락이 왔다. 한 소셜미디어에서 A하사의 얼굴을 합성한 음란물이 돌고 있다고 했다. 찾아보니 아예 자신의 신원을 사칭해 성매매를 유도하는 게시물이 보였다.

 

"소셜미디어 특성상 피의자를 특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경찰은 같은 말만 반복했다. 

 

A하사는 "너무 무섭다"고 했다. 유명인도 아닌 자신을 합성했다면 군 관계자들이 범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만날 수 없었다. 눈을 감으면 그 사진만 떠올랐다. 더는 버틸 힘이 없었다. 

 

올해 7월. A하사는 거푸 두 차례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깨어난 뒤 옮겨진 국군수도병원에서 모포를 머리끝까지 덮은 채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A하사의 의료 기록에는 "지금이라도 죽고 싶다"는 진술이 반복적으로 적혀 있다.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가 끝나면 A하사는 다시 소속 부대로 돌아가야 한다. 가해자들이 아직 근무하고 있는 곳이다. 더 이상 복무할 수 없다고 판단한 A하사는 의병전역을 요청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공군이 권고한 '불명예 전역'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A하사 사건은 2021년 공군에서 발생한 '고(故) 이예람 중사 사건'과 판박이다. 이 중사는 피해자인데도 보호받지 못했고 결국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했다.

 

KPI뉴스 / 정현환 기자 dondevoy@kpi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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